26년간 진행된 파업, 노사간 신경전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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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진행된 파업, 노사간 신경전 언제까지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3.08.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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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끝까지 간다”… 강경한 태도로 갈등 갈수록 증폭

 현대차 노조는 지난 8월20일 오전조가 1시30분부터 2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오후조도 4시간 부분파업에 1시간10분 잔업을 거부했다. 이튿날인 21일에도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8월7일 쟁의 행위 조정신청을 낸 현대차 노조는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시켰다. 기아차 노조도 3만 486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70.7%의 파업 찬성을 이끌어 냈다.

노사간 합의점 찾지 못해…전면 파업 기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2일 올해 임금단체협상 제19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이날 본교섭은 지난 8월6일 교섭 결렬이 선언된 제18차 본교섭 이후 2주 만에 다시 만난 자리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는 단체교섭에서 75개 노조 요구안 가운데 임금과 성과금을 제외한 73개 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현대차 노사는 단협 일부 조항에 대해서 일부 의견일치를 봤지만 중요 쟁점 사항에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기본급 13만 498원 인상, 상여금 80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장, 정년 61세 보장,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지원을 위한 기술 취득지원금 1,000만 원 등이다. 사측은 정년 61세 연장과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금 1,000만 원 지원, 1년 이상 근속 조합원의 전 자녀 대상 대학 입학금까지 등록금 전액 지원은 국민 정서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노조측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퇴직금 누진제역시 2000년대 중반부터 노조가 요구해 왔으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공기업 등에서도 폐지하는 추세라 수용이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조합원을 기만하는 제시안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현대차측은 “노조가 진정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노사 모두에게 피해만 안겨주는 파업 대신 협상에 집중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 노조는 교섭이 끝난 후 쟁의 대책위원회를 열고 23일과 26일 4시간짜리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1조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2조는 오후 8시10분부터 낮 12시10분까지 이틀간 파업을 이어갔다. 앞서 20, 21일 이틀간 2시간 부분파업보다 쟁의 수위가 높아졌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27일 교섭한 데이어 28일 중앙쟁대위를 출범했다.

해외공장 증설론도 수면위로
이날 양측이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해외공장 증설론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북미 지역 공급 물량 부족에 시달려온 현대차로서는 어떤 방식이든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매년 반복되는 국내 공장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지속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현대차 공장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현대차가 국내 시장 생산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차측은 “당분간 해외 공장 증설 계획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날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조지아 주정부 등)그쪽에서 계속해서 공장 증설을 요청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국내 공장에는 시설 투자 하지도 않으면서 파업 때문에 해외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며 “사측이 매년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벌이는 언론 플레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일괄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 등 조합원들을 기만하고 있어 “끝까지 간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파업과 특근 거부로 생산차질 4,000억 원에 달해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는 생산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1일 벌인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879억 원의 생산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에 기아차의 파업으로 인한 손실까지 합하면 총 5,474대의 차량이 정상적으로 생산되지 못해 모두 1,094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기아차측에 따르면 21일 발생하는 생산손실은 차량 1,262대의 생산 지연으로 인한 224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도 차량 2,106대를 생산하지 못해 435억 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하면서 모두 879억 원의 생산손실을 입었다.
현대차 노조는 23일 1조가 오전 11시30분부터 4시간짜리 부분파업을, 2조가 오후 8시10분부터 부분파업 4시간을 이어간 뒤 잔업 없이 퇴근해 차량 3,816대의 생산이 지연돼 784억 원의 생산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이 종료될 때까지 주말특근도 거부 했다. 이에 따라 24일 차량 7,104대, 1,452억 원의 생산이 지연됐다. 이어 26일 4시간짜리 부분파업을 이어가면서 지난 20, 21일 부분파업까지 합쳐 예상 생산손실은 1만 9,000여 대, 4,000여 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현대차는 전망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지금까지 거의 연례적으로 파업을 벌여온 결과 지난해까지 생산차질 대수 120만 4,458대, 생산차질액 누계는 13조 3,73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집계했다. 특히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10여 차례 파업해 역대 가장 많은 1조 7,048억 원의 생산차질액을 기록했다.

경총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파업할 수 있는 게 문제”
경영계는 현대·기아차 파업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대차 노조는 국가경제를 볼모로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며 “명분 없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월21일 현대자동차 노조의 부분파업에 관해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면 파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현 제도가 문제다”라며 정부에 쓴 소리를 냈다.
경총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노조의 파업에 기업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파견제도 확대 등을 통해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날선 비난을 쏟아내며 현대차 노조측에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라며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경총은 “현대차 노조는 국가경제를 볼모로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며 “명분 없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 이면에는 집단이기주의와 함께 노조 내 계파갈등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올해 9월 노조 임원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들이 자기 계파 인사의 당선을 위해 무리한 요구와 파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침체와 수출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외국 자동차 업체는 노사 협력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토요타 노조는 최근 엔저 효과로 회사의 실적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장기적인 사업 환경의 불투명을 이유로 회사에 기본급 동결을 제시했지만 현대차는 노조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낸 것이다.
경총은 “노사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외국 자동차 노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고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노조에 요청했다.
경총은 또 “현대차 노조가 지난 26년간 22차례의 파업에 이어 또 다시 해당업체와 국가경제를 볼모로 요구안 관철에 나섰다”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6개월째 감소하고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광주경영자총협회도 “기아차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3,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광주공장의 62만 대 증산 계획은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무리한 요구와 파업만능주의 노동운동은 기업이나 지역경제는 물론이요 노조나 근로자에게 반드시 피해가 되돌아온다는 것을 자각하라”고 말했다.

노조 설립 이래 연례적으로 파업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지금까지 거의 연례적으로 파업을 벌였다. 지난 26년간 22차례 파업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1994년과 2009∼2011년뿐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현대차 노조가 벌인 파업 일수는 390일이다. 지난 1988년 임협 때는 노조에 맞서 회사가 6월1∼18일 처음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기도 했으며 1992년에는 10일간의 첫 휴업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듬해 임단협 과정에서는 정부의 첫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었고 휴업조치는 그동안 3차례 있었다.
현대차 노조는 2년에 한 번씩 수장 격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국장을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선출하는 집행부 선거를 실시하며 정치권의 ‘당(黨)’에 해당하는 ‘계파’에서 서로 집권을 위한 경쟁을 벌인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집단이기주의와 함께 노조 내 계파갈등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의 경우 9월 노조 임원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들이 자기 계파 인사의 당선을 위해 무리한 요구와 파업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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