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만 가는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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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만 가는 빈부격차
  • 글/박상목 경제부장
  • 승인 2006.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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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극심, 대졸-초등 졸 소득격차 3배
상위10% 1억…하위10% 1천만 원, 분배보다 성장이 해법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강남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날을 앞둔 아이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어린이날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하는 등 부모와 함께 보내기로 한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강남의 한 백화점 아동 코너. 어린이들과 함께 선물을 고르는 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수 십만 원까지 하는 아동복에서부터 인형, 게임기 등 비싼 수입 완구가 널려 있다. 한끼에 몇 만원씩 하는 특급호텔 뷔페도 마찬가지다.

반대편의 사정은 다르다. 서울 남현동 상록보육원에 함께 살고 있는 삼남매, 막내는는 어린이날을 앞두고서야 몇몇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부모가 있는데도 이들 삼남매가 처음 보육원을 찾은 것은 5년 전. 엄마는 정신질환을 앓아 아이들을 돌볼 수 없었고 오랫동안 실직 상태에 있던 아빠도 매일 술에 절어 살았다.
아빠는 3살, 4살, 5살의 자식들을 리어카에 싣고 다니며 구걸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 나갔다. 상록원 부청하 원장은 “리어카에 끌고 다니고, 온몸에 동상 걸렸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2년 전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소식이 끊겼고, 아빠 또한 8개월째 소식이 없다. 같은 하늘 아래지만 어린이날이라고 다 같은 어린이날은 아니다.



소득 양극화 심화, 사상 최대 수준
최근, 대학교와 초등학교 졸업자 간 근로소득 격차가 3배로 벌어져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초졸 경제인구의 대다수가 50대 중반 이상의 고령층인 데 반해 대졸 평균연령은 40대 초반으로 연령층의 차이에서 이같은 소득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소득양극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5월 16일 통계청의 1분기 도시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대졸 학력을 갖고 있는 근로자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319만 2,1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의 304만 5,400원보다 4.8% 늘어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학과 대학원 졸업자의 임금을 결합해 공표한다”며 “시계열을 위해 대학졸업자의 임금을 별도로 구분해 내면 대학졸업자 임금은 전국가구에서 223만 8,200원, 도시근로자가구에서 319만 2,100원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반면, 도시근로자가구에서 초졸 학력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지난 1분기에 월평균 109만4,300원으로 1년전 107만 6,800원보다 1.6%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중졸자는 137만 800원에서 131만 6,900원으로 3.9% 줄었고 고졸자는 203만 5,500원에서 210만 9,800원으로 3.7%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졸자의 근로소득은 초졸자의 2.9배로 전년 같은 분기의 2.8배보다 높아졌다.
대졸자와 초졸자 간의 임금격차는 1997년 2.2배였으며 98,99년 각각 2.3배에 머물렀으나 2000년에는 2.7배로 뛰어올랐다. 이어 2001∼2004년에 계속 2.6배를 유지하다 올 들어 3.0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소득격차로 인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사교육비 지출이다. 소득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10배 이상 확대돼 교육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14일 통계청의 1·4분기 전국 가구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10%에 해당하는 10분위 계층의 월 평균 보충교육비는 33만 9,000원으로 최하위 10%인 1분위 계층(3만 4,000원)의 10배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4분기의 6.3배보다 더욱 확대된 것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충교육비는 입시·보습·예체능학원비, 개인교습비, 독서실비, 기타 교육비 등으로 구성돼 사교육비 지출의 추세를 분석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전국 가구의 월평균 보충교육비는 15만 2,000원으로 지난해 1·4분기(13만 3,000원)보다 14.3% 늘어나 같은 기간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소득증가율(4.2%)의 3.4배나 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 평균 보충교육비는 지난 2003년 11만∼12만원에서 2004년 12만∼13만원, 2005년 13만∼14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올해 15만원대에 진입했다.
외환위기 이후 악화됐던 중산층의 소비여력은 최근 환란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소득층의 소비여력은 계속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낸 ‘소득분배 구조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계층의 가처분소득 중에서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48.5%에서 2001년 46.7%로 떨어졌으나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해 48.3%로 높아졌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 비중은 97년 14.8%에서 99년 13.4%로 떨어졌다가 2001년 13.6%로 소폭 높아졌으나 지난해엔 다시 13.4%로 악화됐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주머니 사정은 비교적 개선된 반면 저소득층은 계속 빡빡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양극화 현상의 한 단면인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경제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향후 소비가 되살아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하위 30%를 저소득층으로, 상위 20%를 고소득층으로, 나머지 중간층을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양극화 해소 해법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번 5·31지방선거가 사회양극화 해소 계기가 될 것을 염원하며 4대 정책방향과 11개 정책과제를 각 후보자에게 제시했다.
대전참여연대는 이를 위한 지방정부 역할 강화를 위해 △공공성 강화를 위한 보건·복지예산의 대폭 확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적 인프라 구축 △계층 간 지역간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 △접근성이 담보 되는 거주지 중심의 복지실현 등 4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행복이 대물림 되는 사회 만들기’를 사회복지예산 20%, 보건의료예산 5% 확보 등 11대 정책과제 채택을 촉구했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공적인프라 구축이 필요해 현행 일반회계 대비 사회복지예산 16.9%, 보건의료예산 1.7%로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또 대전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 및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민·관 협의기구인 교육복지정책위원회 구성을 뼈대로 하는 조례와, 자치구 교육경비보조금 조례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근로빈곤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주거비를 가장 먼저 확대하겠다는 점을 들어 주거빈곤 해소를 위해 매입 임대주택 확보 및 주거비 보조제도를 시행할 것도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대전 노인인구가 7만 5천명으로 전체인구의 5.4%를 차지한다며 노인요양 공적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인요양시설 5곳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5%의 노인이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 도시보건지소 5만명당 1곳씩 설치해 저소득층의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고, 각 동별로 작은 마을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해야 하며, 저상버스 점진적 확대와 교통 약자 이동 편의증진 조례를 제정하는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이동권 정책 도입과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5월 5일 ‘소득 양극화의 현상과 원인’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중산층 복원이 가능하고, 중산층이 살아나야 양극화 지수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극화 정도를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올프슨 지수나 ER 지수 모두 외환위기 이후 급등한 뒤 2001~2002년 안정세를 보였으나, 2003년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양극화 심화를 반영하고 있다.
양극화의 배경으로는 성장률 저하, 내수 부진 등의 경기적 요인과 수출-내수간 선순환 고리 단절,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등의 구조적 변화가 지목됐다. 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과 고용창출 가능성이 큰 비즈니스 서비스, 문화.관광, 신규 정보기술(IT) 분야를 전략사업으로 육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관련 정책 과제로는 스웨덴식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LMP)’과 공교육의 질적 개선,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사회복지 정책 등을 제안했다. ALMP는 저생산성 산업부문 축소로 양산된 잉여노동자에게 재취업에 필요한 직업 훈련을 실시, 고생산성 산업부문으로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또 공교육 강화를 통해 저소득층의 교육 기회를 확대, 계층간 이동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건실한 수요 창출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고 양극화 문제를 풀어야한다”며 “대중 영합적 분배정책이나 인위적 평등화 정책은 소모적 분배 지출만 확대시키고 성장 동력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재원확보는 증세보다 탈루 세원 확보를 통해 이뤄저야한다”고 덧붙였다.



저소득층에 주택 바우처제도 도입
저소득층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 지급보증의 임대료 쿠폰을 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가 도입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저소득층 주민들은 정부가 짓는 국민임대주택에 들어가지 않아도 정부 보조를 받으면서 자신이 선택하는 민간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경기도 수원 대한주택공사 국민임대주택 홍보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한덕수 경제부총리,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혜경 빈부격차 차별시정 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거복지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이 토론회는 그간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주거복지 정책의 성과를 점검키 위해 마련된 자리로, 건설교통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선진국형 주거 복지제도인 ‘주택 바우처 제도’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 바우처 제도’란 저소득층의 주택임차 지원을 위해 쿠폰 등의 형태로 임차료를 보조하는 제도로, 수요자가 임대주택에 굳이 들어가지 않고 주거 형태를 직접 선택한 뒤 정부로부터 주거 비용을 지원받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임차 대상자인 A씨가 월 70만원 수준의 민간주택을 임대한다면 자신의 월소득인 120만원에서 30% 수준인 36만원은 직접 본인이 내고 나머지 34만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쿠폰 형태로 사전에 임차인에게 제공하거나 일단 70만원 모두를 본인 비용으로 낸 뒤 쿠폰을 제출해 환급받는 형태가 된다. 또 다가구 매입 임대 및 전세 임대의 경우, 직접 공급자인 집주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바우처란 개념이 기본적으로 유가증권에 가까워 시장에서 불법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바우처 공급시 임대업자들이 임대료를 올리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돼 시행까지 많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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