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 피습 한나라당 호재작용, 여당 참패로 정계개편 예상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피습당한 사건은 열린우리당에게 치명적인 오점으로 작용,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 분위기를 굳혔다. 박 대표 피습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연행된 박 모씨가 열린우리당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입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린우리당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오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차이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층 공략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열린우리당은 그야말로 선거후 ‘총체적인 난관’에 빠질 전망이다.
박 대표 피습 사건은 열린우리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명분을 잃게 만들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폴앤폴 관계자는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공작정치라고 느낄 것이며 이는 열린우리당에게 치명적인 오점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민컨설팅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투표율은 더욱 낮아졌다”며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쫓아가기는 힘든 형국”이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은 부동층 중에서도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지지정당이 있어도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며, 이들 중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부동층의 향배가 선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선거전 부동층은 30%에 이르지만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 ‘무응답층’이었던 부동층이 10%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10%의 부동층을 잡는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공천헌금과 성희롱 사건 등 잇따른 악재가 있었지만, 국민들은 대체로 이런 일들이 정치권 전반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에게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은 한나라당의 지지층을 결집시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더욱 굳건히 만들었다.
젊은 층 투표율 높아도 우리당 불리
열린우리당이 더욱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젊은층의 표율이 높다 해도 열린우리당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정세 분석 사이트인 P&C 리포트는 “20~30대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해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20~30대 부동층이 투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또한 20~30대에서 열린우리당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서울·대전·전북 뿐이므로 높은 투표율이 열린우리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30대 중반의 사람들은 강금실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지만 오세훈 후보가 된다고 해서 특별히 나쁠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젊은 층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높은 편이지만 후보자에 대한 지지는 한나라당 후보라고 해서 결코 낮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총체적인 난관’에 부딪힌 것은 “열린우리당이 한게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에서 시작한다. ‘부패는 참아도 무능은 못참는다’는 것이다.
폴앤폴 관계자는 “국민들은 지난 탄핵 이후 150여석의 거대여당을 만들어줬지만, 서민들의 요구를 들어준 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서민경제 활성화인데 열린우리당은 이를 위해 회의 한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개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한 일이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러나 5·18 발언이나 부산대통령 발언 등 잇따른 실수를 보이면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가 더 관심
5·31 지방선거가 공식선거전에 들어가지만 정작 정치권의 관심은 선거후에 더 쏠려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우세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크게 떨어진데다 선거결과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단순한 내홍차원을 넘어 정계개편의 단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선거를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벌써부터 정동영 의장의 거취와 당의 진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온다.
당장 선거책임론을 둘러싼 노선투쟁과 정계개편 가능성이 거론된다. 선거패배가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여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 등과의 민주세력 대통합론을 제기한다. 한 의원은 “이미 민심이 떠난 게 확인된 만큼 지금의 당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대통합론에 무게를 실었다. 일부 당직자들이 언급하는 개헌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대통령 돌출행동’ 연대감 흔들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승적 양보’ 권고를 거부한 가운데 당내 친노그룹 상당수도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 대통령과 이들 의원그룹 간 ‘동지적 연대’가 붕괴 조짐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심각한 당 정체성 논란을 야기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도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냈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국민참여 1219’(국참) 등 친노그룹들은 노 대통령의 사학법 재개정 권고를 강한 어조로 반대했다. 당 일각에선 친노그룹의 분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외곽조직인 참정연, 국참과는 달리 노 대통령의 직계그룹인 의정연은 이번 일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친노의 반발이 노 대통령의 ‘돌출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청와대 조찬회동(4월29일)에 앞서 한명숙 총리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김한길 원내대표,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 여권 수뇌부 4인이 지난달 28일 총리공관에서 회동, 사학법 재개정 등 정국 현안과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돌출행동론’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1년가량 시행해 보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그때 고치자”는 당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사학법 개정 불가에 당·정·청 간 합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이날 회동 내용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다음날 여야 원내대표 조찬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오히려 김 원내대표에게 여당이 양보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 당 관계자는 “당시 김 원내대표는 느긋한 마음으로 조찬회동에 참석했다가 노 대통령의 돌연한 양보 권고에 당황했다”며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노 대통령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일방적인 행동이 친노그룹에 적잖은 당혹감을 안겨줬다는 설명이 적잖다.
그러나 전혀 다른 분석도 있다. 한 총리 체제 등장 이후 새로 마련된 여권 핵심 4인 회동에서 이미 노 대통령의 ‘양보권유’ 뜻이 암묵적으로 전달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여권 지도부가 ‘짜고 친’ 작품이라는 시각이다.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친노그룹은 표면적으로 ‘노 대통령’과 ‘사학법 재개정’을 분리하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이 민생개혁 과제를 풀기 위해 재개정을 제안했을 뿐 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선거후 개각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5·31 지방선거를 마치고 일부 부처 개각을 단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측은 지방선거란 시점을 정해 놓고 국면전환 등을 위해 단행하는 개각은 없다고 일단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당 출신 장관들의 복귀가 예상되고 있고 선거결과와 임기 말 현상에 맞물린 국정이완에 적극 대처하고 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개혁과제를 본격 추진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4∼5개 핵심부처의 개각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 후라는 시점을 정해 놓고 국면전환용, 정국전환용 등으로 개각한다는 전망은 맞지 않다”면서 “참여정부는 개각 수요에 맞춰 인사를 단행하는 원칙이 서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선거 후 개각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일부 장관들이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할 수 있는 등 수요가 생길 수 있어 부분 개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현 단계에서 개각 시기나 대상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는 개각 수요가 딱히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선거 후 정치적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보여 개각수요는 자연스레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청와대가 가급적 1월과 7월에 정례적으로 장·차관급 정무직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천정배 법무장관이 지방선거 후 당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재임 1년 5개월을 넘긴 김진표 교육 부총리의 교육부도 사학법 시행과 대학구조조정 등 새로운 추동력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어서 자연스레 개각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노대통령의 남은 재임기간 중 최우선 추진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이는 양극화 및 고령화사회 문제의 주무 부처인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장관 등도 교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는 6월이면 재임 2년이 되는 윤광웅 국방장관도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 ‘선거전부터 선거후 걱정’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수 하나하나에 초조해 하는 열린우리당과 달리 한나라당에선 요즘 “지방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란 말이 나온다. 당직자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완승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숨기지 않아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지방선거 이후 당이 요동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한나라당의 시간표는 지방선거 이후 당권 경쟁의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지방선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7월에 관리형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국면과 맞물린다.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도전할 후보자는 박희태 부의장, 이재오 원내대표 등 10여명에 이른다. 초선 의원까지 나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유력한 주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당권 경쟁이 치열하고 혼미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만들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소장파들도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 이후 당권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당내에선 벌써 소장파 견제론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가 중심이 된 오 후보 선거캠프는 대외적 선거운동만큼이나 당내 통합 등 대내적인 문제에 비중을 두는 눈치다. 선거캠프 내에서도 소장파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홍준표 의원과 맹형규 전 의원을 삼고초려,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선거운동은 “무리 하지말고 본전만 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리당이 선거기간 오 후보에 대해 비난전을 개시했음에도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외면했을 뿐이다.
지방선거 이후 팽배해질 자만심도 한나라당이 벌써부터 걱정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으로선 2002년 6·13지방선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당시 한나라당은 시도지사 11곳을 차지했다. 대선까지 여세를 몰아가자며 대승 분위기에 도취됐지만 대선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 재선 의원은 “2002년 당시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 자만하지 말자는 말은 많았지만 막상 승리 가 현실화하면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했다.
선거전 공천 헌금 파문이 계속 터지고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에 이어 박계동 의원의 ‘술자리 동영상’ 등 추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근혜 피습 용의자는 움직이는 ‘핵폭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습격한 지충호(50) 씨가 보호관찰대상자로 거리를 활보하면서 수차례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당국은 지씨의 주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법무부는 자칫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핵폭탄’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 대표를 습격, 흉기를 휘두른 지충호 씨는 전과 8범으로 1991년 폭력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14년 4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작년 8월 청송보호소에서 가출소했다. 이후 지씨는 올해 2월 말까지 기거하던 인천 한국갱생보호소를 나와 돌연 행방을 감췄다. 경찰 조사 결과, 지씨는 찜질방과 목욕탕 등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고, 매달 생활보호대상자 통장으로 입금되는 18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 씨는 청송감호소 가출소 이후 법에 따라 3년간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다. 거주지를 옮길 경우 당국에 신고해야 하고 법무부는 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재범 방지를 해야 했다.
하지만 복역 중에도 교도관들을 폭행하고 협박할 정도로 반사회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지씨는 출소 후 4개월도 되지 않은 작년 12월 거리를 활보하면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과 당원 등을 폭행했다. 이후 5개월 만에 지씨는 제1야당 대표를 대상으로 민주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 지씨는 범행 당일인 20일에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유세 일정과 장소 등을 확인한 뒤 범행 도구인 문구용 칼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 씨가 범행계획을 짜고 있을 때 당국은 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인천보호관찰소는 지 씨가 사라지자 주민등록 조회를 통해 주소지와 지인들을 탐문하는 한편 재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교도소 구치소 등을 확인했으나 소재 파악에 실패했다. 지 씨는 지난 3월 말 인천시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집창촌인 일명 ‘끽동’으로 주민등록을 옮겼으나 실제 거주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네 주민들은 “지 씨가 지난해 말 교도소에서 나온 뒤 20년 전에 살던 이곳을 찾아와 지인에게 주소를 옮길 수 있게 해줄 것을 부탁하고 얼마 전 주민등록을 옮긴 뒤 동네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허태욱 관찰과장은 “지난 2월 이후 지 씨의 주변인들과 지인들을 탐문하는 등 행방을 찾았다. 지난해 폭행사건 이후 관찰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가출소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사건이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나면서 그 정도 사안으로는 가출소 취소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 씨가 올해 2월 갱생보호소를 무단 이탈한 뒤 인천보호관찰소에서는 지씨의 소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면서 “보호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습사건이 발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