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시국회의)는 국정원장과 경찰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권영세 주중 대사 등의 국정조사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남 원장은 며칠 전 국정조사에서 정치 공작에 대해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며 “국가정보기관이 자기 나라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인 것이고,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 공작한 것을 정상적인 업무라고 우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경찰은 경찰다워야 한다”며 “사냥개처럼 범죄 혐의를 쫓아가서 진돗개처럼 꽉 물어야 하지만 지난 겨울에는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도 그러질 못했다. 증거 인멸에 도움을 주고 증거를 발견했음에도 증거가 없다고 거짓말도 했다”고 경찰에 쓴 소리를 날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한국진보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서울광장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습한 열대아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개혁’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휴가를 반납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40~50대의 중년층도 적지 않았으며 가족단위의 참가자들도 많았다.
참석자들은 촛불집회가 계속되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의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딸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온 박광한(58) 씨는 “김무성 의원이 입김이 얼마나 센 사람인데 당당하면 한 마디 못하겠나”라며 “기가 죽어서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유린당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할 때까지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며 “국정원 대선개입 등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성역없는 엄중한 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는 동안 침묵하는 박 대통령의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