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용 커넥터 3원합금도금의 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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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용 커넥터 3원합금도금의 신기술
  • 양배열 기자
  • 승인 2013.08.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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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시행착오들이 지금은 큰 자산입니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이 매우 부족하다.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전후(戰後)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술집약적인 첨단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점차 세계화되는 경제 속에서 노동력은 다른 나라로 유동이 가능하지만 첨단 기술은 오직 그 나라만의 것이다. 최근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이 또한 뛰어난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만 가능하다. 이처럼 기술력은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삼현도금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3원합금도금에 대한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배봉준 대표는 지난 2010년에 신기술로 주목받는 이 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기경영대상에도 선정된 바 있다. 3원합금도금은 각 금속의 물성이 제각기 달라 어렵고, 정밀한 작업이 까다로워 기업들이 외면했던 분야다. 하지만 배 대표는 이미 11년 전부터 개발에 성공해 안정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동통신 기기에 쓰이는 커넥터에 신기술 응용
배 대표는 20년 가까운 도금경력을 기반으로 1992년 삼현도금을 설립했다. 그는 이동통신 기기에 쓰이는 커넥터에 자신이 개발한 안정적인 신기술을 응용시켰다. 이에 소자본으로 시작한 그의 회사는 매출규모 수십억 대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남들이 꺼려했던 분야에 도전해 얻어낸 기술력으로 거둔 성과였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아연, 동, 주석 등 3개의 금속을 이용한 합금도금으로 통신부품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금속 각각의 세밀한 특징들을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작업 자체도 복잡해서 기술자를 비롯해 기업들이 외면하기 일쑤였다. 실제로 당시 국내 커넥터 시장은 세계적인 이동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커넥터 도금의 잠재력을 확인한 배 대표는 적극적인 투자로 커넥터 도금 사업에 뛰어들었다.

“10여 년 전만해도 통신용 커넥터는 수요도 적고 도금기술의 뒷받침이 없어 수입에 의존해왔던 분야에요. 어렵게 수입제품을 통해서 해외 업체를 찾아가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었어요.”

이후 삼현도금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3원합금도금 기술을 완성시켰다. 수입에만 의존했던 장비를 이제는 삼현도금에서 직접 테스트를 거쳐 국내에 보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해외 기업들의 관심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삼현도금은 구리, 니켈, 크롬 등을 도색하며 케이블타입을 이용했던 예전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무선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도금 자체도 일반 도금이 아닌 합금 등을 개발해 최초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삼현도금의 R&D연구실이었다. 배 대표는 하나에 30~40원도 안하는 부분을 갖고 개발한다고 직원들의 불만도 샀지만 꿋꿋이 연구개발에 전념해 회사를 튼실하게 일으킬 수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노하우가 없어서 여러 가지 시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그때의 시행착오들이 지금은 큰 자산으로 남아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화재로 공장 전소, “위기는 저를 더욱 강하게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기 전, 삼현도금은 화재로 공장이 전소되며 첫 번째 위기를 겪었다. 회사 설립 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그였기에 한순간 허물어진 공장 앞에 망연자실할 법도 한데 그는 고개 숙이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화재가 물적 자산은 앗아갈지언정 지적 자산만큼은 가져갈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의 기술력으로 빠른 시일에 재기에 성공했고, 더 견고해진 회사는 IMF의 어려움도 잘 극복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공장은 또 한 번 화재로 전소하면서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이때는 무엇보다 거래업체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신뢰를 잃기 쉬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배 대표는 직접 뛰며 다른 공장을 임대하는 등 주문량을 제작하는데 전념했다.

“당시 거래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른 공장의 시설을 빌려 주문량을 만들었어요. 악몽 같은 기억이지만 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담금질이 됐습니다.”

위기에 맞서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더욱 굳건해진다고 믿는 배 대표.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으며 강고해진 그는 글로벌 기업인 모토로라를 만나면서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 당시 휴대전화 부품에 도금을 담당하게 돼 월 10만 개였던 주문량은 1,000만 개로 증가했고 2006년엔 연매출 50억 원을 돌파했다. 공장이 전소된 지 불과 2년만이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도금사업 발전을 위해 2007년엔 과감하게 40억 원을 투자해 아파트형공장을 인수, 지금까지 도금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에게 주식 분배해 한가족처럼 일하고 싶다”
배 대표는 현재 개발과 특허등록을 마친 이원합금(내식성이 1,000시간 이상유지)의 양산이 시작되면서 차기작을 구상 중이다. 또한 신기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그는 R&D연구실을 통해 신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가 새로운 기술을 모색하는 것 외에 열정을 쏟고 있는 분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이다. “세상이 척박해질수록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배 대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 기업인의 모범적인 사례를 집중 조명하고 싶어 자세히 물었지만 배 대표는 웃으며 손사레만 칠뿐, “사람들 모르게 돕고 싶다”며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배 대표의 최종 목표가 궁금했다. 그는 “대표와 운영진들로 기업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며 “앞으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분배해 서로 한가족처럼 일하는 평생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통신용 커넥터 3원합금도금 분야에 미래의 꿈과 희망을 품었던 배 대표는 이제 커넥터를 넘어 최첨단 도금 기술력과 품질로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식지 않은 열정과 도전을 가진 그가 남들보다 한 발 앞선 첨단기술력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 도금의 한 획을 긋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배 대표는 인천시의 환경관련 단속에 대해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도금의 중요성을 정부에서 너무 몰라주고 있다”며 “도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치기 위해 폐수처리시설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경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하지 않다. 따라서 규제 자체를 조금 더 완화시켜주고 정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면서 단속을 하면 도금 업체들 또한 지금 보다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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