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는 뜻의 한자 성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은 비단 인문학에만 적용되는 경구만은 아니다. 조상들의 지혜는 시대 흐름에 꼭 맞는 신기술 개발에 영감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주)온수텍(http://onsutech.co.kr/조명기 대표)은 전통적인 온돌에 착안해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온고지신이란 말처럼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창조한 것이다.

먼저 이 제품은 패널 속 X-L 파이프에 뜨거운 물을 순환시켜 난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전자파 걱정이 없는데다 열전도율이 높은 갈바륨 강판을 사용해 열손실이 적은 장점이 있다. 높은 에너지 효율은 난방비 절감으로 이어져 이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30~35% 가량 난방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한국 전통의 온돌(구들장)에 착안해 개발된 신개념 난방제품이다.
난방방식은 크게 바닥(온돌)난방과 공기(대류)난방 방식으로 나뉜다. 공기난방은 직접 실내에 열을 공급하는 방식을 말하며 주로 서구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실내 공기 온도를 신속하게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실내공기가 산소를 소모해 공기를 오염시키는데다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바닥으로 내려오는 성질로 인해 사람이 생활하는 바닥은 차고 상층부는 뜨겁게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반면 바닥난방 방식은 전통적인 온돌의 원리를 사용해 난방하는 방식이다. 온돌난방은 추운 계절에 부족한 열에너지를 적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일반적으로 수면 시 사람의 체온은 평균 2도 가량 낮아진다고 한다. 이때 온돌은 체온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해서 배꼽 위로는 차고 배꼽 아래로는 따듯해야 건강하다고 보았다. 즉, 위는 차고 아래는 따듯해야 몸 안의 열이 잘 순환한다는 말이다. 온돌난방 방식은 발이 닿는 방바닥은 따듯하게 하지만 그 열기가 머리 쪽까지 올라가지 않기에 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온돌은 또 습할 때는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할 때엔 수분을 방출해 습도를 조절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서구 각국은 온돌난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명기 (주)온수텍 대표는 온돌난방이 한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서구식 공기난방과 달리 온돌 난방은 실내 공기의 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온돌 바닥을 통해 지속적으로 열에너지를 공급해 줍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은 발은 따듯하게 해주는 동시에 머리를 맑고 시원하게 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줍니다. 그래서 공기난방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온돌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우리나라는 온돌문화의 종주국입니다. 따라서 온돌난방은 새로운 한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전기보일러 개발에 성공해
이 업체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바로 난방 전용 전기보일러다. 이 제품은 각고의 연구개발 노력 끝에 얻은 값진 결과물이었다.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기존의 보일러 시스템은 쓰지 않는 방의 동파방지를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주)온수텍은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품 개발에 착수해 물과 부동액을 섞어 사용하는 전기보일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곧 결함이 발견됐다. 소형 전기보일러는 일반 보일러에 비해 열량이 작아 순환모터의 가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2~3배가 더 소요됐다. 이런 탓에 베어링 마모에 따른 순환모터의 수명 단축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주)온수텍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중에서 베어링 없이도 회전이 가능한 순환모터를 개발했다.
이 순환모터는 효율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도 용이했다. 또 방향성이 없어 전기보일러에 2개의 순환모터 장작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주)온수텍은 국내 최초로 2개의 순환모터를 장착한 전기보일러를 출시할 수 있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문제가 불거졌다. 이따금씩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특히 정전 후 복구가 잘 안 돼 A/S 의뢰가 잦았다.
조 대표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심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자금력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해결방법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정재륜 유한대학 교수가 개발팀에 합류했다. 정 교수는 모터와 구동회로의 문제점 보완에 열과 성을 다했다. 정 교수의 노력에 힘입어 모터와 구동회로 양쪽에서 모두 기동에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이 회사 연구진들은 이론 및 설계 절차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주)온수텍의 기술력 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조 대표의 말이다.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순환모터의 기동특성을 개선해 모터의 성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순환모터용 구동회로 설계기술을 획득해 특허출원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가정용 온수 보일러의 핵심 부품인 순환펌프용 구동 모터와 드라이브 설계 등에 핵심기술을 확보했음을 의미하는 일이지요. 기존엔 순환펌프용 구동 모터와 드라이버 모듈을 전량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저희의 기술력은 12%의 수입대체 효과와 10% 수출증대 효과를 거두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야말로 쾌거였습니다.”
조 대표는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신뢰를 쌓는데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신뢰는 기업 존립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객들이 (주)온수텍의 기술력을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 자신이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직접 제조에서 시공까지 함께했습니다. 말 그대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죠. 지금 저희 회사 제품은 국내최고의 에너지 효율성과 편의성을 자랑한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전 기업경영에선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업무계약 시 선불 결제를 원칙으로 했고 이는 업무효율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영철학은 고객들이 먼저 알아주더군요. 고객들은 저희 회사의 기술력을 입소문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저희 회사는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앞으로의 시장전망이 밝다고 자신한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택수요가 매년 43~47만 가구에 이르며 1인 가구도 매년 12%씩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짐으로 인해 친환경 고효율 순환펌프를 채택한 보일러의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또 국내 노후 보일러의 교체에 따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런 흐름에 편승해 혁신을 기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보일러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연구개발이 선행돼야 하겠지요. 이를 통해 업계에 혁신을 몰고 오려고 합니다. 또 현재 중국 등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 제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향후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하려고 합니다. 해외시장을 겨냥해 이동식 황토방을 구상 중입니다. 환경에 우리 고유의 온돌을 접목한 ‘온수난방 전문기업’으로 업계를 주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