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또 씻고…죽음과도 같은 고통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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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또 씻고…죽음과도 같은 고통 ‘강박증’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3.07.3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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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정신병 아니다” 하지만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 받아야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배우 제시카 알바, 화가 뭉크, 음악가 모차르트 등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 모두 강박장애를 겪었단 사실이다. 강박장애는 하나의 불안장애로서 반복적이고 원하지 않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잦은 손 씻기, 숫자 세기, 확인하기, 청소하기 등과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강박적 사고를 막거나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정도가 극단적이면서 그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강박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35세의 김모 씨. 그의 주변 사물들은 늘 각을 잡고 줄지어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흐트러짐이 없다. 모든 제품의 라벨들이 정면을 바라보고 종류별로, 색깔별로 줄지어 있다. 그 중에서 하나라도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지 않으면 그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확인하고 돌아서기를 반복한다.

28세의 이모 씨. 그녀는 남들과 악수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 세균에 감염될까 두려워서다. 공공장소의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여는 것도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그녀에게 있어선 매우 곤혹스럽다. 그래서 손 씻기를 무한 반복한다. 씻고 또 씻고, 그래도 깨끗한 거 같지 않아 늘 불안하다.

강박장애란 김 씨나 이 씨처럼 불안증의 하나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떨쳐버리고 싶은데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강박증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불안장애다.

지난 7월4일 다이어트 강박증으로 우울증을 앓던 30대 여성이 투신해 숨졌다.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회사원으로 일한 김 씨는 인터넷을 통해 다이어트 요법을 접한 뒤 다이어트 강박증을 겪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7월1일에는 강박증이 있던 공익근무요원이 자신이 근무하던 시립도서관에서 어린 학생들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상에 지장이 있다면 강박장애
강박성 장애는 강박적 행동과 강박적 사고로 구분이 되는 데 강박적 사고가 불안이나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강박적 행동은 그것을 중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강박적 사고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사고, 충동, 심상이 일어나는데 장애가 경과하는 도중 어느 시점에서 침입적이고 부적절한 것으로 경험되며 현저한 불안이나 고통을 일으킨다. 사고, 충동, 심상은 실생활 문제를 단순히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려고 시도하며 다른 생각이나 행동에 의해 중화하려고 애쓴다. 강박적인 사고, 충동, 심상이 외부에서 강요된 것이 아니라 개인 자신의 정신적 산물임을 인정한다. 예를 들면 강박장애 환자가 침입자에 대한 강박적 사고가 있다면 침실에 들어가기 전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를 정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여러 번 확인한다. 흔한 강박적 사고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등의 지속적인 폭력적 사고, 반복적인 성행위 관련사고, 종교적 믿음에 반하는 사고 등이 있다. 가장 흔한 강박적 행동으로는 손 씻기, 반복적인 확인, 순서대로 특정한 부분을 만지기, 숫자 세기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개인의 강박적 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동반한다.

김 씨처럼 물건이 바로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 대칭에 대한 욕구로 인해 물건을 항상 반듯하게 두거나 대칭적으로 두는 행동으로 사물을 제대로 맞춰 놓아야 한다는 완벽 주의적 성향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이 제자리에 가 있어야 하고 대칭도 맞아야만 안심할 수 있는 경우다. 물건이 제대로 정렬되어 있지 않으면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갖게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씨처럼 오염에 대한 불안감 혹은 먼지나 세균에 대한 염려를 떨쳐버리기 위해서 과도하게 손을 씻거나 장시간의 샤워를 하는 행위는 죽음이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예방적 행위이기도 하지만 ‘이미 오염됐다’는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다.

강박적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은 고통을 예방하거나 감소하고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방지하거나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이 중화하거나 방지하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인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명백하게 지나친 것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종종 순서나 규칙성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물건이 제자리에 없어 불안하거나 줄을 맞추거나 색깔을 맞추고 각이 맞아야 안심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강박장애는 아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아주 깔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돈하지 않아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고 도리어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강박증인지 아니면 지극히 꼼꼼한 것인지 사실상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힘들다. 다만 이러한 행동을 통제할 수 없거나 명백히 불편감을 유발할 때,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볼 만하다. 또한 개인의 일상생활, 직업, 학업수행이나 사회적인 행위 및 사회적인 관계 등에도 상당한 지장을 일으킨다면 강박장애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에 따른 기준에 따르면 ▲강박적 사고나 강박적 행동이 존재해야 한다. ▲이 장애가 경과되는 도중 어느 시점에서 강박적 사고나 행동이 지나치거나 비 합리적임을 인식한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시간을 소모하는 강박적 사고나 행동은 심한 고통을 초래하거나 정상적인 일, 직업적(또는 학업적) 기능, 또는 사회적 활동이나 사회적 관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다른 축 1의 장애가 있다면 강박적 사고나 강박적 행동의 내용이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섭식장애가 있는 경우 음식에 대한 집착, 물질사용 장애가 있는 경우 물질에 대한 집착, 건강 염려증이 있는 경우 질병에 대한 심각한 집착, 변태성욕이 있는 경우 성적인 강한 충동이나 환상에 대한 집착, 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경우 죄책감의 반추 등이 그것이다. 이 장애는 남용 약물, 치료 약물과 같은 물질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강박장애 환자는 강박사고를 유발하는 환경을 피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기도 하고 스스로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국민 3~4%가 평생 1회 이상 걸려
과거에는 강박증을 매우 드문 질환으로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국내외 연구결과를 통해 전체 인구의 약 15%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3~4%가 평생 1회 이상 강박증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과 질환 중에서 공포증, 약물관련 질환, 우울증에 이어 네 번째로 흔한 질환이 바로 강박증이다. 대부분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흔하게 나타나며 남녀모두 10~19세 사이에 최고점을 이루며 다음으로 20~29세가 이어진다. 남성은 주로 청소년기 중반에 증상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여성의 경우 20대 후반 임신이나 출산이 발병 위험 요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남녀에서 모두 50대 이후의 발병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선 저장강박증이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되고 있다. 저장강박증이란 집안의 물건들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증상을 말하는데 미국인 20명 중 1명이 이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기능 과잉으로 활동하는 것이 원인
그렇다면 강박장애가 왜 생기는 것 일까? 과거 강박장애의 원인은 심리학적 요인에 근거해 설명하려는 노력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약물 연구 및 뇌 영상 연구의 결과들을 생물학적요인이 강박장애 발생과 연관성이 깊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박장애는 두뇌의 신경전달물질 중‘세로토닌’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서 발생하게 되기도 하고 뇌의 전두엽과 기저핵 부위를 잇는 신경망의 기능에 이상이 있어서 나타나게 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충동성, 공격성, 자살,  불안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신경전달물질이다. 강박장애 환자의 뇌 기능을 연구해 보면, 미상핵, 대상속,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활성화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전두엽-미상핵-대상속을 연결하는 회로가 과잉으로 활동하는 것이 강박적 증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니지만 강박장애를 유발시키는 요인은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강박증 환자들이 발병 전 1년에서 6개월 이내에 인생사를 더 많이 겪었음을 보고했다. 또한 강박증의 발병에 유전적 요소도 관계가 있다고 보고되어 지고 있다. 강박증 환자의 친척 중 10%가 강박증을 지니고 있다.아직은 강박 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강박증의 원인에 대한 이론은 몇 가지가 있지만 100% 정설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론은 아직 없다.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 강박장애의 효과적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이다. 강박장애의 약물치료는 많은 임상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이 되었다. 최근에는 뇌의 세로토닌을 조절하도록 개발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로 작용하는 약물로 치료를 하면 강박증이 호전된다. 이 약물은 항우울제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약물은 뇌에서 세로토닌의 기능을 정상화시킴으로써 강박 장애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4~6주에 효과가 나타나고 최대 8~16주에 나타난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차단제로 작용하는 약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서 약물의 선택과 용량이 조절되어야 하므로 전문가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적어도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많은 강박장애 환자가 치료에 저항을 보여 치료를 포기하거나 불충분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연구 결과를 보면 약물에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1/2~3/4정도가 된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행동요법 등의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가 효과적이기는 하나 약물복용을 중단할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발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과 행동을 훈련하는 인지치료기법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효과가 매우 지속적이라는 연구 결과와 다른 치료들에 비해 증상의 재발율이 낮다고 보고되면서 강박증의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행동요법은 자신의 생각이나 불안 등의 감정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단계로 구분해 시행된다. 먼저 자신의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을 잘 파악하고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강박사고로부터 유발되는 불편감을 가라앉히는 방법과 강박행동을 줄이는 방법을 배운다. 행동요법으로는 탈감작, 노출 및 반응 제어 등의 기법이 활용되는데 이들 중 가장 효과적이고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노출법과 반응방지법이다. 두려움의 대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노출법이고 강박행동을 참는 것이 반응방지법이다. 이러한 행동지원은 개인에 따라서 개별적인 계획을 세워서 해야 한다. 심한 강박 장애는 대상속의 신경 다발을 자르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한편, 인터넷을 통해 강박증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민섭·권준수 교수팀이 개설한‘인터넷 사이트(www.ocdcbt.com)’ 바로 그것이다.

 강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
많은 사람들이 강박증이‘정신병’이 아닌지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강박증의 경우 정신병은 아니다. 강박증을 지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점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특정한 강박행동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거나 동시에 이런 생각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그 행동을 강박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자주 하게 된다. 강박장애는 스스로 치료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강박 장애는 현재로서는 뇌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때문에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격려도 필요하다. 강박 장애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강박 장애를 가진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강박 장애를 가진 사람의 행동이 절대 고의적인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꾸지람을 하지 말아야 하며 강박 장애를 저항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격려해 주어야 한다.

또한 안심시키는 행동이나 말은 좋지 않다. 안심시키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염두에 둘 것은 강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강박 장애의 정확한 행동평가와 적절한 조기 중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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