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택시법 통과, 누적된 택시문제 근본적 해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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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택시법 통과, 누적된 택시문제 근본적 해결 되나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3.07.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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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업계부담금으로 감차 보상, 택시업계 ‘수용 불가’ 반발…실효성 논란도

내년부터 5년간 전국의 택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18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이하 택시발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택시발전법안은 택시 운전자와 업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택시의 근본적 문제점인 과잉공급 해소와 서비스 개선방안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간 누적된 택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놓고 업계에서는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부가 이번에 내놓은 택시발전법의 주요내용은 감차와 서비스질 개선이다. 택시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공급과잉에 있다고 보고 택시공급이 넘치는 지역에서는 신규 먼허를 금지하는 등 총량제를 대폭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서비스 개선방안을 포함하고 이어 그간 누적된 택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우선 정부는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서 복지기금 조성, 공영차고지 건설 지원, CNG 차량 개조 및 충전소 건설 지원, 조세감면의 근거 마련, 운송비용 운전자 전가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과잉공급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는 과잉공급 지역의 신규면허 발급을 금지하고, 5년 단위 시·도별 택시면허 총량계획에 대한 국토부 장관의 재산정 요청 권한을 부여했다. 안전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선 승차거부·카드결제 거부·불법 도급택시 운행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행위 예방을 위한 택시 운행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앞으로 국토부와 지자체는 택시 공급 감축을 위해 전국 단위의 총량 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감차계획을 수립한 후 사업구역별로 감차를 추진하게 된다. 다만 법인택시와 노조가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운송비용 전가 금지 규정은 택시 운전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유지키로 했다. 


정부 내년부터 감차재원을 통한 감차 추진

국토부가 이번에 내놓은 택시발전법의 핵심은 ‘감차’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택시 등록대수는 지난 2006년 24만 8,713대에서 올 3월 말 25만 5,048대로 늘었다. 반면 택시수요는 최근 10년 간 19% 줄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교통수단별 이용 비중을 말해주는 수송분담률이 택시는 9.4%로 한 자리수다. 

지하철, 버스가 발달하고 자가용이 급격히 보급되면서 1995년에서 2010년까지 15년간 택시의 연간 수송량은 23% 감소했으나 면허 대수는 오히려 24%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5년 간 전국의 택시 2만~5만 대를 줄이고 과잉공급 지역의 신규면허 발급을 금지키로 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감차 방안을 살펴보면 개인택시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업계의 자체 부담금과 정부·지장자치단체 예산으로 실거래가에 감차 보상을 하도록 했다. 또 과잉공급 지역에는 신규면허 발급을 금지하고 시·도별 5년 단위 택시면허 총량계획을 재산정하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국토부에 부여했다. 감차 총량계획 세부실행 방안으로 시·군 단위의 감차위원회 설립 지침을 마련하고 지자체에 5년 단위로 총량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유가보조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강경 대응도 내세웠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간 지급되는 유가보조금는 2011년 기준 4,553억 원으로 전국 택시 1대당 140만 원에 이른다. 

또한 개인택시 면허를 사고파는 것을 그대로 두고 실거래가 보상으로 방침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정부는 애초 개인택시 면허의 양도·양수와 상속을 금지하고 택시기사의 정년을 75세로 제한하며 대당 1,300만 원의 감차 보상금을 지급하려 했지만, 전국 평균 7,000만 원가량인 개인택시 프리미엄보다 턱없이 낮아 벽에 부딪혔다. 현재 정부는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 한 대당 최대 1,3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업계 자체부담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1,300만 원을 초과하는 부준을 업계 부담으로 넘긴데다 지역별로 택시가격이 현저하게 차이나 택시업계와 갈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1,300만 원까지 재정지원을 하고 나머지는 택시업계가 부담을 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서울의 경우 대당 7,000만 원에서 천안의 경우 1억 원을 넘어가는 실질적인 시세와 차이가 있어 업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계속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차재원 조성방법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확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당초 택시발전법안에서는 택시 공급 감축을 위해 개인택시 양도·양수 3회 제한과 70세 이상 고령자 운전 적성정밀검사를 규정하고 있었으나 협의과정에서 삭제됐다. 개인택시 업계가 재산권 침해와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 등을 이유로 강한 반대해서다. 대신 업계 자체 부담금과 정부와 지자체 감차예산을 공동재원으로 감차를 추진하자는 제안을 정부가 수용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를 검토한 결과 양도·양수 3회 제한 등에 비해 감차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는 등 좀 더 실효성이 있는 대안이라고 판단해 양도·양수 3회 제한 대신 감차재원을 통한 감차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처음 시도하는 과잉 공급 해소 방안인만큼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총량 조사를 통해 내년 하반기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한 다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자체별 감차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지원법이 마련된다고 택시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택시종합대책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감차 방안 완벽히 합의된 것은 없다”

택시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택시업계 4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다른 법률에 이미 규정돼 있는 조세 감면, 재정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이중으로 규정해 어떤 실익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택시발전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부에서 받던 유가보조금을 감차 보상금 재원으로 내놓으라고 하면 동의하지 않고 강하게 반발할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 공급과잉이라는 데는 택시업계와 정부 모두 이견이 없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김성한 사무처장은 “감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동의를 하고 있다. 다만 감차를 하는 방식과 제도에 대해서는 정부하고 이견을 갖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전국개인택시조합연합회의 이성운 기획실장은 “자율 감차 원칙에만 동의한 상태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면서 “현재 받는 유가보조금을 할애하기보다는 정부가 부가가치세 등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준다면 투입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경우 대부분 회사가 하루에 LPG 25ℓ를 지급하고 기사는 평균 15ℓ를 추가로 쓴다. 정부에서 받는 유가보조금을 제외하면 기사 개인이 내는 유류비는 1만 3,000원 정도다. 여기에 세차비 2,000원, 콜센터 이용료 2,5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조 등 택시노조는 “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시행할 여건이 현재로서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유류비, 세차비 등 각종 운송비용을 택시회사 부담으로 전환하더라도 사납금 인상 등으로 인해 실제 법인택시 기사들에게는 혜택이 전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차를 하는 것은 좋은 데 나머지 차의 프리미엄이 뛴다. 면허가 재산이 되는 것을 막을 근본적 장치가 없는 것이 아쉽다”면서 “일본은 개인택시 면허 파는 것을 막지는 않지만 면허 사는 자격을 매우 제한해 프리미엄이 낮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업계는 “원칙적으로 감차에 동참할 길을 열어뒀지만 완벽히 합의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택시업계, “대중교통으로 인정부터 해달라”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택시발전법안은 찬반 논란을 빚었던 택시대중교통법안의 대처법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택시업계는 ‘대중교통 인정’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여야는 지난해 택시의 대중교통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택시법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22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번 택시발전법안이 마련된 된 것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여전히 ‘대중교통 인정’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택시노조연맹의 임승운 정책본부장은 “궁극적으로 택시 문제를 개혁하려면 대중교통육성법에 택시를 포함시켜 진지하게 토의한다면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중교통법을 보면 ‘대중교통을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정기노선과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다. 이에 대해 국회는 ‘노선을 정하지 아니하고 일정한 사업구역안에서 여객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고 정의를 다시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는 현행법칙상 대중교통수단의 범주에 포함될 수가 없다. 

김성한 사무처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공공성을 인정하는 그 전제하에서 정부에서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감차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며 “정부는 손도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식으로 예산은 지금 배정하지 않고 지방정부에게 전가를 한다거나 또는 택시업계에 대부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감차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이건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T/F팀 구성해 ‘택시산업발전 종합대책안’ 마련

국토부는 이번 택시발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와 지자체, 택시업계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T/F팀을 구성해 업계의 건의사항을 포함한 ‘택시산업발전 종합대책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협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까지 구체적인 시행지침을 마련하고 2014년 4월까지 전국 시·도별 실태조사와 감차계획을 수립해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발전법안과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안이 마련되면 택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 택시업계와 함께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정부와 택시업계 사이에 쌓여왔던 갈등이 작년 말부터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이 되었으나,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택시발전법안이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슬기롭게 해소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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