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쟁력에 있어 기업 이미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인 것이 아트 즉, 문화다. 이에 최근 기업들이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 문화 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로 예술을 마케팅에 접목시킨 ‘문화마케팅’이 최근 기업가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문화마케팅은 예술 인프라를 이용해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여 나가는 고도의 감성 마케팅 전략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교양을 갖추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소비 풍토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지난 6월7일 CJ제일제당은 캔햄 브랜드 ‘스팸’을 통해 오는 9월1일까지 뮤지컬 ‘스팸어랏’의 메인 협찬사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공연장 입구에는 스팸 캔 800개가량으로 만든 ‘스팸 캐슬’을 설치해 포토존을 구성했으며 공연 중에도 배우들이 직접 대형 스팸 제작물을 들고 나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공연 자체는 스팸 제품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재미를 불어 넣는 요소로 작용해 스팸 제품 이미지 제고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22일부터 24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UHD TV로 프리미엄 문화마케팅을 전개했다. 최고급 85형 UHD(Ultra High Definition) TV와 75인치 LED TV 등 주요 프리미엄 제품군을 이용해 경매에 나온 세기의 예술품들을 소개했다.
최근 CJ나 삼성전자처럼 대중문화와 접목해 불황 돌파구를 찾는 마케팅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객들의 문화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마케팅’을 강화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제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광고와 홍보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이미지 구축
사실 문화마케팅은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 등에서 몇 년 전부터 적극 펼치고 있는 마케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G전자는 지난 2004년부터 ‘휘센 주부 합창제’를 진행하고 있다. 5,0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아마추어 합창제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이 외에도 지난 1991년부터 ‘청소년 음악회’, 1996년부터 ‘휘센과 함께하는 장애인을 위한 무료 연극 공연’ 등 지역과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전략으로 문화마케팅 차원의 예술 협력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르노삼성자동차도 2004년부터 국립극장과 공동으로 ‘한국가요제’와 정월 대보름맞이 소망 기원행사를 2004년부터 서울 인사동과 부산에서 매년 주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문화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고객의 수준 높은 문화 욕구에 맞추어 문화공간과 다양한 컨텐츠를 구축해 문화예술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감성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문화나누미들은 1년의 임기 동안 백화점에서 진행되는 각종 문화행사에 진행 보조 활동을 하며 관객 안내 및 질서유지, 행사 모니터링, 프로그램 기획자문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또 2005년부터는 ‘한 가정 한 작품 걸기’ 캠페인으로 가나아트센터와 협력관계를 맺고 가나에서 추천한 이대원의 ‘농원’(판화),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판화), 김창열의 ‘무제’(유채) 등과 같은 미술작품을 구매하여 고객에게 선물했다.
이처럼 기존 기업과 문화의 만남은 기업 메세나로서 문화자선의 다소 소극적인 문화마케팅의 개념이었다. 메세나란 기업들의 조건 없는 문화지원활동을 통해 문화·예술의 발전을 도모해 ‘삶의 질’을 한층 높이는 것으로 이는 산업화를 겪으면서 문화후원의 개념으로 변화됐고 현대의 기업 메세나는 문화투자 관점을 바탕으로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문화마케팅 개념까지 발전했다. 오늘날 기업들은 활발한 메세나 활동을 기업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요한 마케팅 활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AT&T나 필립 모리스, IBM 등 경우 국제시장을 기반으로 예술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고양하고 잠재적 고객을 개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대표적인 문화마케팅 사례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유럽 주요도시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신제품 런칭행사를 벌이는 명소를 활용한 아트마케팅을 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992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볼쇼이극장에 10만 달러를 협찬하면서 시작된 ‘명소마케팅’은 대영박물관과 로댕박물관, 루브르박물관에서 ‘글로벌 로드 쇼’를 벌이며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톨스토이 문학상 시상식 등을 푸쉬킨박물관에서 개최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켰다.
기업, 고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보여 지면서 자동차, 화장품, 건설, 패션 등 국내 산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특히 문화와 접목한 기업 마케팅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차(茶)브랜드 오설록은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고객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티토크(TEA TALK)’행사를 열었다. 첫 번째 명사로 배우 유아인이, 두 번째로 영화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이 초대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티토크는 문화계 인사를 초대해 함께 개개인의 삶, 그리고 티(tea)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맛과 멋이 있는 블렌딩티를 경험하는 색다른 문화 행사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브랜드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중 한방화장품 브랜드인 ‘후(后)’를 통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자체 브랜드 아파트인 ‘꿈에그린’ 입주민 그리고 계약고객들과 함께하는 차별화된 문화마케팅을 전개했다. 강원도 춘천 제이드가든 수목원에서 꿈에그린 입주민, 계약고객 50여 명을 초청해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수목원 관람, 폴라로이드 포토이벤트, 나만의 화분 만들기, 단체사진 촬영, 기념품 전달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화건설은 연말까지 꿈에그린 고객 영화관람 이벤트와 더불어 뮤지컬 데이트 등 l다양한 문화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지난 2007년부터 꿈에그린 고객을 대상으로 뮤지컬, 연극, 영화 관람과 콘서트, 전시회 관람 이벤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고객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LG패션의 캐주얼 브랜드 ‘일 꼬르소(IL-CORSO)’의 ‘토크 콘서트’도 호평을 받고 있다. ‘남자의 행복’을 주제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의 토크와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연주하는 음악, 그리고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전하는 스타일링클래스가 어우러진 색다른 무대로 참여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월부터 한 달 넘게 다양한 순수 예술 분야의 작품을 선보이는 ‘더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 드림 소사이어티展 (The Brilliant Art Project: Dream Society)’을 실시했다. 이는 현대차의 문화 마케팅 프로젝트로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그랜저’와 ‘현대차 브랜드’를 활용한 국내 대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드림 소사이어티 展’을 개최했다.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도 문화마케팅 주력
최근 은행과 카드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콘텐츠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료콘서트와 예능프로그램 협찬, 영화 부가판권 투자 등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오는 8월17일과 18일 세계적인 밴드 메탈리카 ‘뮤즈’를 초청해 슈퍼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지속적인 문화마케팅을 벌여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7년부터 비욘세, 휘트니 휴스턴, 에미넘 등 해외 인기 가수들을 초청해 슈퍼콘서트를 개최해 왔다.
신한카드는 기존 고객이 아닌 잠재고객을 겨냥한 ‘무료 콘서트’를 선보였다. 지난 5월25일부터 26일 양일간 남산 N서울타워 광장 앞에서 ‘신한카드 인디 페스티발’을 개최했다. 이 외에도 신한카드는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전국투어 러브콘서트, 야구·축구 러브데이 등도 ‘오픈 컨셉’으로 운영하고 있다.
은행 가운데서는 하나은행이 기업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 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문화를 통한 마케팅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은행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2004년부터 하나은행 연수원 내 야외공연장에서 음악회를 비롯한 10개 이상의 문화행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달력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고객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달력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평창동에 신진작가들을 위한 무료 갤러리 ‘하나사랑’을 운영하며 신진작가 초대전 및 이를 위한 홍보물 제작을 지원하고, 1993년부터 ‘하나 자연사랑 어린이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매년 개최함으로써 문화은행으로서의 이미지 부각에 힘쓰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3연 연속 Mnet ‘슈퍼스타 K’의 메인스폰서로 나서기로 했다. 지난 2년간 오디션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200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3년 연속 슈퍼스타K의 메인스폰서로 활동하면서 프로그램과 연계한 스페셜 에디션 상품을 출시하고 직간접적인 브랜드 노출 등으로 인지도를 많이 끌어올렸다.
은행의 경우 문화를 접목한 금융상품 출시로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2010년 7월 선보인 ‘KB 영화사랑적금’은 모든 연령대가 즐기는 문화콘텐츠인 ‘영화’를 테마로 다양한 우대이율을 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불법적인 영화 다운로드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 0.2%(영화사랑다짐우대이율), KB국민카드로 3회 이상 영화 예매 시 0.3%(영화사랑실천 우대이율)을, 개봉 한국영화 관객이 300만·500만·1,000만 명 돌파할 경우 0.1%, 0.3%, 0.5%(한국영화 응원 우대 이율)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MBC 드라마 ‘마의’에 이어 ‘구가의 서’ 시청률에 따라 차등금리(15% 미만 2.80%, 15% 이상 2.85%)를 주는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앞으로 하나은행은 고객의 호응에 발맞춰 앞으로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 연계형 금융상품을 추가로 개발해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100억 원 규모의 ‘IBK 콘텐츠펀드’를 조성해 최근 영화 부가판권에 1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영화제작과 배급을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이 영화 상영 이후 케이블TV와 IPTV, 인터넷 등 2차 유통 배급권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쪽이 활성화되면 브랜드 홍보 효과는 물론 수익이 발생할 경우 또 다시 투자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면서 “향후 부가판권 시장이 1조원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수익다변화를 위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문화마케팅
지역경제도 IMF환란 때보다 불황이 더 심해지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와 관광을 접목시킨 마케팅에 힘 쏟고 있다.
중기청 산하의 시장경영진흥원은 ‘상권활성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의 타이틀은 ‘문화관광형 시장사업’으로 ‘전통시장에 문화 혹은 관광을 접목시켜 침체된 시장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려 다양한 형태의 사업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이 사업은 해당 지역의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시장투어를 비롯해 문화이벤트 등을 통해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포시도 문화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지난 5월6일 ㈜케이티스(ktis)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교류를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업무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인사동의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인사누리’를 발족했다. 이는 인사동의 참모습을 되살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보고 느끼기 위한 ‘맞춤형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고미술과 현대미술, 패션, 공예, 디자인 등 인사동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문화해설가의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장기적인 목표와 기획력이 중요
국내에 체계적인 문화마케팅 기법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근 문화마케팅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각도의 시도를 통해 해외 기업들 못지않게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이유엔 기업의 사회공헌도 하고 기업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예술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5일근무제로 인한 여가시간 증대로 인해 고객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이러한 고객들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니 문화마케팅이 늘고 있다.
호주문화인문재단(AFCH)과 아더앤더슨 컨설팅이 발표한 ‘기업이 문화마케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이라는 인식 둘째, 시장 우위 확보로써 표적 시장 내 인지도 제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제품을 고품질로 인식하는 고객이 증대되어 가격프리미엄을 획득할 수 있다. 셋째, 내부고객의 사기, 자긍심, 창의적 사고의 증대와 같은 종업원 혜택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문화마케팅의 경우 단기간에 매출 증대효과를 불러오진 않는다. 효과적인 경영을 위한 전략이긴 하지만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환원이라는 측면에서도 문화마케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래를 위한 문화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메세나협회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제품 차별화를 위해 문화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필연적인 추세”라며 “다만 문화마케팅은 일반적인 광고나 스타마케팅과 달리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기업들의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마케팅 이벤트를 꾸준히 펼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관계자는 “세계 일류기업일수록 아트마케팅에 한 발 앞서가고 있다”며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 수준의 평준화로 독특한 문화마케팅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문화는 곧 기업의 이미지다.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문화를 제공하며 소통하는지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기업의 이미지는 크게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외 문화를 활용하며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기업은 문화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