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낙태죄 단죄 이전에 여성 현실 고려해야”
(시사매거진242호=신혜영 기자)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한 첫 번째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당시 재판관 8명 중 합헌 4명, 위헌 4명으로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해 낙태죄는 합헌으로 결정 됐다. 그로부터 6년 후인 지난 5월 24일 오후 2시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예상했던 대로 여성 자기결정권과 태아 생명권을 놓고 격론이 펼쳐졌다. 청구인 측은 헌법이 보호하는 여성의 권리를 강조했고, 법무부 측은 태아 생명권을 논하며 합헌이란 의견을 고수했다. 여성의 권리 보장과 타의 생명권 박탈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낙태’. 이번 공개변론으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옛 선조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한살로 쳤다. 이것은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온 10달, 정확히는 약38주를 ‘사람’으로 간주한 나이 계산법이다. 그렇다면 태아는 어떠한 존재일까. 흔히 이야기하는 ‘핏덩이’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뱃속의 아기는 핏덩이가 아니라 어머니 몸을 비러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낙태죄, 합헌 위헌 놓고 팽배한 대립
이번 공개변론의 핵심 쟁점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모자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 이내인 사람에게만 허용된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은 각각 부녀의 낙태죄, 의사 등의 낙태 및 부동의 낙태죄를 규정함으로써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낙태시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낙태를 도운 의사, 한의사 등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의존적 존재인 태아를 생명권 주체로 인정할 수 없기에 사람의 생명권과 달리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임부 자신의 결정권과 건강권 등이 더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규정이 임신중단 결정에 미치지 못해 연간 약 17만 건의 임신중절수술이 행해지는 걸로 추정되고, 검찰도 10건 이하로 기소한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대상 조항은 태아생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고 선언으로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태아도 생명체로 보호 받아야 한다”며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태아 생명권에 아무런 보호조치가 없어져 또 다른 위헌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구체적인 성장정도는 개별적으로 다를 수 없다”며 “생명의 특징인 연속성을 고려하면 어느 한 시점을 택해서 보호법익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잉 제한하지 않는다”고 합헌 의견을 냈다.
지난 2012년 8월 당시 헌재는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번 공개변론을 통해 상반된 양측 주장을 들은 뒤 위헌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낙태죄 폐지 의견서 제출
곳곳에서 여성의 선택적 임신 중절 요구 집회 열려
여성가족부는 공개변론을 앞둔 5월 23일 “여성의 기본권중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부처가 사실상 낙태죄 폐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가부는 의견서에서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은 기본권으로서 보장돼야 한다.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이 규정하는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이러한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며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한 수단인지, 법익의 균형을 넘어 여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낙태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생명윤리를 위해 낙태를 형사처벌하고 있어 형법의 과잉도덕화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형법에 낙태에 대해 예외 사유를 두지 않는 전면적 금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태죄를 놓고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여성 모임 비웨이브(BWAVE)는 5월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서 가진 암신 중단 합법화 촉구 12차 시위를 통해 “여성에게 자신의 신체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고서 낳으라고 국가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와 더불어 생부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법률, 임신중단을 위한 비교적 안전한 경구 복용약인 ‘미프진’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교수 모임’의 대학교수 96명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사건의 공개변론을 앞두고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낙태가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낙태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며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미명아래 산모를 낙태로 내모는 낙태죄 폐지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반 논란에 가려진 무서운 진실
낙태는 아이를 임신한 여성뿐만 아니라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어미의 뱃속에서 강제 사살되어야 하는 아이에게도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여성의 자궁 안에서 자라는 태아가 자연스럽게 출산되기를 기다리는 일반 출산과는 달리 낙태는 인공적으로 유산시키는 인공 임신중절에 속한다. 낙태 시술시 주로 소파수술과 흡입법을 사용한다. 먼저 주로 임신 16주 이전에 많이 사용되는 소파수술의 경우 질을 통한 유산법으로 벌어진 자궁경부 사이로 끝이 둥근 갈고리 모양의 큐렛을 삽입해 태아를 긁어내는 시술법이다. 소파수술은 마취사고 및 출혈의 위험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흡입법은 자궁경부를 확장시킨 후 진공청소기와 같은 튜브모양의 기다란 관을 넣어 아이의 신체와 태반을 빨아들인다. 방법들이 어찌나 끔찍하고 무서운지 시술을 담당하는 의사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때론 이런 경우의 수도 발생한다. 낙태 수술 후 태아가 자궁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불완전유산이 발생하는 것. 이럴 땐 통증과 출혈이 동반되어 서둘러 재수술을 해야 한다.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한다면 여성의 생식기관을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난치성 출혈과 골반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강제로 자궁경부를 열면 손상이 되기 때문에 정작 임신을 원할 경우 자연 유산 가능성이 타 임산부들의 비해 커질 수 있다. 자궁 내부의 유착으로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소파수술 당시 자궁내막이 기계에 의해 긁히기 쉬운데, 이때 난 상처가 아물면서 자궁 내 조직이 유착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산모는 생리의 양이 급속이 줄어들고 생리통도 심해진다. 심할 경우 수술시 과다출혈로 식물인간 또는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밖에도 자궁천공, 출혈, 경부열상, 감염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정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주로 신체적 고통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낙태는 정신적으로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낙태후증후군이 산모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 여성은 자신이 아이를 지웠다는 죄책감에 기분 컨트롤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또 다시 임신을 할까 두려워 의식적으로 성관계를 기피하여 원활한 남녀관계를 이어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태아는 유일하고 독특한 별개의 인간
1940년대만 해도 태아의 상태를 의학적으로 규명하는 태생학 또는 발생학, 태아학(Fatology)이 없었다. 그래서 ‘태아는 인간인가’하는 문제는 개인신앙이나 감각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발전은 (특히 1970년대 이후) 과학적으로도 태아가 유일하고 독특한 별개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난자의 만남으로 46개의 인간염색체를 가진 뚜렷한 인간으로서의 수정아는 인간의 모든 형질을 갖추고 있다. 이 수정아는 수정된 지 5~10일 후 나팔관을 타고 자궁으로 내려가 착상하며, 모체로부터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을 뿐이지 그의 성장이나 세포의 재생산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수정아는 모체의 자궁과 연결시키는 태반의 시초를 자기 세포로부터 발생시키고, 착상 후 3일 내에 모체에 호르몬을 보내 ‘내가 당신과 연결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어 월경을 중지시킨다. 18일이 되면 어머니와는 다른 혈액형(또는 같은 혈액형)의 피를 심장이 뿜어내 피를 순환시킨다.
6주가 되면 고통도 느끼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8주가 되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신체구조가 형성되고 뚜렷한 지문도 발견되며, 외부의 자극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도 한다. 11주에서 12주가 되면 태아 특유의 호흡을 시작하며, 11주에는 삼키기도 하고 손톱도 생긴다. 12주가 되면 모든 기관이 육안으로 볼 수 있게 존재하고 정상작동을 한다. 이와 같이 어머니가 자신을 자궁 밖으로 내보낼 때까지 크기만을 키워갈 뿐이다. 14주가 되면 청각을 사용하여 듣기 시작, 듣는다는 것은 곧 기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성장의 리듬을 타고 모든 인간은 22세까지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태아의 성장과정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낙태수술은 8주에서 12주 사이에 가장 많이 시술되고 있다.

낙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리나라 여성 10명중 8명 낙태죄 폐지 찬성
왜 그럴까. 여성들이 태아는 생명이라고 인식하면서도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혼 2년차인 신 모씨. 그녀는 지금도 눈만 감으면 끔찍했던 낙태 수술 당시의 일이 생생히 떠오른다. 실직상태였던 남편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남편이 회사에서 해고 조취를 받고 수업이 전혀 없는 상태였어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만큼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덜컥 애부터 생기니 행복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죠. 당장 먹을 끼니도 없는데, 우리 좋다고 무턱대고 아이를 출산하면 향후 그 아이의 행복은 누가 책임지겠어요. 하다못해 분유 값도 없는데….”
결국 그녀는 임신 2개월째 되던 날 아이를 낙태했다.
“아이 아빠는 저와 아이를 피해 도망갔어요. 그런데도 제가 이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하는 게 맞는 건가요. 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어요. 낙태를 공개적으로 금지시키다니 결국 음지에서 낙태하라는 것 밖에 안 되는 소리잖아요.”
막 20살이 된 여성의 목소리다.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이성친구와의 하룻밤 실수는 임신으로 이어졌고 앞날이 걱정이라는 이 여성은 임산부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낙태 수술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여성 10명중 8명꼴로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만 16~44세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현행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성은 77.3%에 이르러 반대 22.7%를 크게 웃돌았다.
조사 응답자중 21.0%는 실제 임신중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6.0%는 낙태죄가 ‘안전하게 임신중단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는데 제약이 되었다’, 38.2%는 ‘임신중단 관련 전문상담기관을 찾는데 제약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중 임신 경험자는 52.5%(1,054명)로, 이들 중 임신중단 고려·시도·경험자는 56.3%, 임신중단 경험자만 보면 41.9%를 차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근거할 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함께, 유산 유도약에 대한 합법화 추진 및 안전한 복용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의 경우엔 미국이나 스웨덴, 호주 등 OECD 회원국 가운데 80%인 29개국이 임산부의 결정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낙태죄를 놓고 ‘생명 중시’냐 ‘여성의 권리 보장’이냐며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들은 대부분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적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 필요
그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수정의 순간부터 인간생명에 대해 지고의 존경심을 유지 할 것이며, 어떤 위협 아래서도 인간성 법칙에 위배되게 나의 의학지식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의대 졸업식에서 더 이상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지 않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한 태아학의 결론을 알면서도 그대로 실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로얄 칼리지(Royal College) 산부인과 의사들의 경우 92%가 낙태를 반대하고 4%가 찬성했다. 프랑스의 경우 1973년 6월 미국을 흉내 내어 (1973년 1월 23일 낙태 자유화) 낙태자유법이 상정되었을 때, 의사들의 동의서명이 필요해서 서명 의뢰한 결과 5만 명의 의사 중 1만 7천 명이 반대 서명했고, 찬성 서명한 의사는 300명에 불과했다. 독일 의학협회의 경우는 소속 의사의 98%가 낙태를 반대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낙태가 어떠한 것인가를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았고 또 그것이 어떤 문제(안락사)로까지 확산되는 줄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낙태를 반대한다.”
흔히 낙태라고 부르는 ‘인공임신중절’은 잉태된 태아를 자연분만시기에 앞서서 모체로부터 인위적으로 분리시킴으로서 생명을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 인공유산 수술은 위험하고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했기에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를 법으로 금지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의학이 발달되고 사회적으로 인구 폭발에 대한 억제요구, 또 개인의 편리나 유익 혹은 사회적 이유 때문에 낙태를 손쉽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 낙태를 고려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무조건 낙태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성폭행 임신, 미혼모, 산모건강 위험의 경우 이에 따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는 확률은 적고 24시간 내에 조치를 취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다. 미혼모에 대해서는 먼저 예방적인 차원에서 성에 대한 바른 실제적인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흔히들 낙태는 여성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낙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여성이 낙태하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사회와 남성위주문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낙태법 개정, 미혼모 보호, 입양, 바른 성교육 등에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어느 한 쪽이 맞다고 판정 짓기 어렵다. 여성의 건강기본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 이 두 가지 논리는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낙태를 했던 한 여성의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성들의 낙태를 비판하기에 앞서 과연 사회적 제도는 잘 정비되어 있는지 먼저 묻고 싶네요. 여성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나쁘다, 잘못됐다 비판하면 여성들은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요.”
비록 의견은 다를지언정, 오랫동안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낙태 문제가 공론화된 것에 대해 근본을 두고 생명존중의 기본적 가치와 여성과 태아가 행복을 나란히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