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과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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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과 인류의 미래
  • 편집국
  • 승인 2018.06.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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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구성 70%는 물, 생존의 본능

[시사매거진 242호=최명진 교육연구위원] 인간의 생존한계를 나타내는 용어에 ‘3-3-3 법칙’이란 것이 있다. 즉, 공기가 없으면 사람은 3분을 버티기 어렵고, 물은 3일, 그리고 음식은 3주간 섭취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물은 공기 다음으로 인간에게 소중한 자원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것은 거의 매년 반복되기는 하지만 식수가 없어 사람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적이 없는 만큼, 물부족에서 자유롭지는 않더라도 아직까지는 생존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물 부족이 인류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역시 그러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물 부족의 심각성

전문가들이 추정키로는, 지구에는 약 15억 ㎦의 엄청난 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바닷물을 포함한 염수 (소금물)이며 그 양은 전체 물의 97.5%에 달한다. 그리고 나머지 2.5%의 담수 중에도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만년설이나 빙하, 지하수 등을 제외하면 모든 생물들 (인간은 물론 동물, 식물이 모두 포함한)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전체 물중에서 불과 0.39% 정도에 불과한 6백만 ㎦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하수나 호수 등에 존재하는 모든 담수를 다 합쳐도 그 양은 전체 물의 1%가 되지 않는다.

즉, 75억 명의 사람은 물론 수많은 동물들과 식물 등, 모든 생물이 겨우 1천만 ㎦ 남짓 정도 밖에 안 되는 물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바닷물은 태양열에 의해 증발한 후 비가 되어 식물을 자라게 하고 강물은 다시 바다로 흘러가는 등, 계속하여 순환하므로 정해진 수치로 딱 잘라 구분할 수는 없지만 생물이 사용하는 담수가 생각보다 풍부하고 무한한 자원이 아님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 부족 문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료 출처; 유엔환경계획 보고서)

2009년 기준으로, 전세계 75억 명의 전체 인류 중 식수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은 무려 11억명에 달한다. 그리고 약 8억 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식수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서 지금도 약 20초마다 한명씩 장티푸스나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만일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25년에는 물부족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25억 명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6억 명이 충분한 하수시설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 부족으로 인하여 3천종 이상의 담수종 물고기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물 부족으로 인한 국가 간의 갈등과 해결노력

물 부족은 식량부족과는 다르게 수입을 통해 해결하거나 대체제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쉽사리 국가 간의 분쟁이나 갈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전 세계 강 중에 2개 이상의 국가에 걸쳐 흐르는 강은 3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 300여 개 강 유역에 살고 있는 사람은 거의 30억 명에 달하고 있으므로 만일 유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 결국 지구촌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인 시한폭탄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물로 인한 갈등이 여러 번 발생하였는데 다행히 아주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지는 않았고, 국제적인 중재 노력으로 인하여 원만히 해결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언제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로 인해 벌어졌던 대표적인 국가 간의 갈등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메콩강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인도차이나 반도까지 흐르는, 세계에서 12번째로 길고 10번째로 유량이 풍부한 강이다. 메콩강은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의 5개국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으며 강 유역 면적이 80만 ㎢에 달하므로 메콩강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 말에 중국이 수자원 확보를 위하여 메콩강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여 국가 간의 갈등이 고조되었고 이해당사국간에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다행이 프로젝트 사업의 주체인 유엔개발계획 (UNPD -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과 세계은행이 중재하여 1995년 4월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상호협약’을 체결하여 분쟁이 해결될 수 있었다.

파라나강  파라나강의 브라질과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거쳐 흐르며 남아메리카에서는 아마존 강 다음으로 긴 강이다.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전력난 해소를 위해 건설한 이타이푸 수력발전소때문에 양국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였으나 다행히 1979년 10월에 이타이푸-코르푸스 협정을 체결하는데 성공하였다.

갠지스강 갠지스강은 인도, 네팔, 중국, 방글라데시를 거쳐 흐르는 강이다. 인도는 캘커타지역의 홍수 방지를 위하여 대규모 파라카댐을 건설하기로 하였고 두 나라는 파라카댐의 유량관리를 위하여 1972년에 하천협력위원회(JRC-Joint River Commission) 를 설립, 파라카댐 저수량의 80% 이상을 하류로 흘러 보내도록 유량을 관리하기로 하였으나 잘 지켜지지 않았고 수십 번에 걸친 협의를 거치고도 아직까지도 분쟁의 완전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972년 스웨덴에서 개최된 UN 인간환경회의 및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UN 마르텔플라타 물 회의 이래 1992년 리우환경개발회의, 2002년의 남아공화국에서 개최된 지구정상회의 및 2006년의 멕시코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물포럼 각료회의에 이르기까지 물과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와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물 문제는 국제적인 규범 마련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 없이, 한 국가만의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물 부족의 원인

물 부족의 원인은 원인 제공 주체에 따라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나눌수 있고,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사막화 현상이 자연적인 원인이라면 물 소비의 증가와 인구의 도시밀집현상은 인위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적인 원인으로 분류가 되는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현상 중 상당 부분은 인간으로 인하여 일어나고 있다고 의심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로지 인간들의 노력만으로도 물 부족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득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위생과 청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이에 따라 사람들 간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증가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육류소비증가로 인한 물 소비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예를 들자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은 1만 5천 리터에 달하며, 햄버거 1개의 재료를 생산하는 데에는 2400리터의 물이 소비되고 있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식생활 변화로 인한 물 소비증가추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치즈, 우유와 같은 유제품 생산에도 채식의 경우보다 많은 물이 소비되고 있다.

또한 급속한 도시화 현상 역시 물 소비를 부추김과 동시에 지하수 사용을 늘려 지하수 고갈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와 물 부족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연 평균 1247ml로서, 세계 평균 강수량에 비해서는 약 300㎖ 정도가 많은 수준이다. 따라서 얼핏 보면 물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은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자원 상황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악지형이다. 따라서 비가 내리면 대부분의 물은 지하로 스며들 겨를도 없이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또한 연간 강수량 중 3분의 2가 여름에 집중되는 것도 물 부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빗물 사용률은 2011년 기준으로 27%에 머무르고 있다.

인구밀도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서 1인당 활용 가능한 물의 양을 감안하면 강수량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뭄과 같은 비상시를 대비하여 댐을 건설하여 물을 보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양강댐을 비롯하여 많은 댐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물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호주, 미국, 브라질 같은 경우에는 국민 1인당 저수량이 약 3,00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의 1인당 저수량은 불과 300㎥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스리랑카,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의 순수 물 수입국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여기서 물 수입이라는 용어는 생수와 같이 물 형태로 수입되는 것뿐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에 포함된 물까지를 포함한 개념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만일 충분한 토지가 제공되어 국내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식량을 생산한다면 약 225억㎥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물 자급율은 56.8%로 떨어지게 된다. (2009년 기준)

1인당 물 공급량이 연간 1,000톤~2,000톤 인 경우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에 해당된다.

대안과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물 부족은 국가 간의 분쟁을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십억명의 생존과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양과 질 모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물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과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은 생명과 같이 순환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협력해야 할 과제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거론되고 있다.

물을 적게 쓰는 경작방법 개발; 식물을 재배할 때 가급적 물을 덜 소비하는 경작방법을 사용하거나, 가뭄에 강한 작물을 개발하는 것은 인구증가나 삶의 질 향상에 따른 식량소비 증가추세를 감안 할 때 인류 전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비를 저장하는 관계수로 구축; 우리나라는 비가 오면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있고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하천에 의존하고 있는데 빗물을 저장하는 방법을 확보하여 하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물 요금 차등제 도입; 물은 공짜나 다름없는 무한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없지 않은데, 물 요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특히 작은 노력으로 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분야부터 물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수도 활용  우리나라의 경우 음용수와 화장실 등에서 사용하는 생활용수로 같은 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번 사용한 허드렛물을 재활용함으로써 물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해수의 담수화  강수량이 적거나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 사람들을 위해서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기술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담수화 기술과 더불어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기술도 더욱 발전하여야 한다.

물 문제는 아마도 지금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는 성인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 후손들로 관심을 확대한다면 기후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임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 사업이나 정책을 고민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인데, 물 문제야 말로 지속가능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후손들은 적어도 우리가 마시고 사용하는 수준과 양의 물을 영원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과 협력이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글_시사매거진 최명진 교육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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