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이게 다 푸틴 때문이다.” 서방의 관점에선 선거 조작에서부터 반체제 인사에 대한 탄압은 물론 탈레반 등 테러국에 대한 무기 지원과 주변국에 대한 군사 공격까지, 유럽과 중동에서의 모든 긴장 상황이 독재자 푸틴의 독선과 권력욕에서 나온 오만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푸틴을 세계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이며, 새로운 냉전의 서막을 열게 한 ‘악의 화신’으로 여긴다.
그리고 여기 푸틴에 대해 푸틴 자신만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서방의 기자가 있다. “푸틴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유일한 서구 언론인”으로 평가 받는 독일 기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후베르트는 푸틴과 5년을 함께하며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취재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푸틴에 관한 서방의 일반적인 시각을 부정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필요한 동서 간의 타협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두 문화에 대한 주권을 상호 인정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매번 기만당했고, 결정은 늘 우리의 등 뒤에서 내려졌다.
우리는 이 모든 사실에 기초해 행동할 뿐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이 책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인물과 그의 삶, 그리고 모든 갈등 상황에서 내린 그의 결정을 둘러싼 오랜 논란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푸틴과 여행길에 동반하거나 각종 크고 작은 행사를 함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독일의 시사지인 <데어 슈피겔>이 보도한 바와 같이 저자는 크렘린궁의 수장 푸틴에게 ‘전혀 속지 않고 그의 진짜 모습에 매우 근접’할 수 있었다. 동시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나 같은 푸틴 주변의 최고 권력자들과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등 최대의 정적을 포함한 신흥재벌들과도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기록을 토대로, 저자는 서구 여론 형성가들의 편협적인 논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가령,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푸틴이 러시아의 세력 확대를 원한다는 게 사실일까? 혹시 나토를 앞세운 미국과 유럽연합의 공격적인 확대 정책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것은 아닐까? 또 우크라이나 사태는 과연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일까? 만약 서구 국가들이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합의사항을 지켰더라면 그런 유혈사태는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발생했지만 흐지부지 얼버무린 채 넘겨지고 마는 정치적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기를 분석하고, 동서 간에 다시 빙하기가 찾아오게 된 것이 오직 푸틴 때문이라는 일방적이고 편협한 시각에 반기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