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하 회의록) 공개에 따른 정치권의 공방이 새누리당의 공작정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6일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영세 주중대사(前 새누리당 대선캠프 종합 상황실장)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새누리당이 회의록을 대선 전 미리 열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이 지난 해 12월14일 김무성 의원의 부산지역 유세 연설문을 공개하면서 공작정치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양상이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 의원은 부산 진구 서면거리에서 열린 합동유세 현장에서 김 의원은 이때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전 국민이 현재 최고의 관심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가서 굴욕적 발언에 대해서 제가 오늘 대한민국 대표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이후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에게 한 말이다”면서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다”, “NLL 문제는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남측에서는 이것을 영토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헌법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헌법 문제 절대로 아니다”, “나는 지난 5년 내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 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 무대에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다” 등의 발언을 공개했다.
그는 유세를 마치면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바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문재인이 노무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야 되겠는가”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친북좌파 세력이 이 나라의 정권을 잡는 것을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행사 등에서 NLL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이라면서 “이 문건을 갖고 부산유세 당시 연설에 활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유세장에서 공개한 故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지난 24일 공개한 회의록과 대부분 일치해 회의록을 사전 열람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종북좌파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김 의원의 발언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인식과도 상당부분 궤를 같이 한다. 검찰은 지난 14일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원 전 원장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에 대해 북한 및 종북세력의 국정 흔들기에 결과적으로 동조한다는 의미에서 모두 ‘종북좌파’에 포함되는 것으로 폭넓게 인식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사전 교감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새누리당이 국정원 비선 라인을 통해 국가기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전 입수했다며, 김 의원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북한은 2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명의의 긴급 성명을 통해 회의록 공개가 “우리의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 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정가의 논란이 날로 격화되는데다 북한마저 강경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이번 회의록 공개에 따른 파문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