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미국에 전격 고위급 회담을 재개한 가운데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북미 회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16일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조(북)·미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방위 대변인은 이어 “군사적 긴장 완화·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가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위 대변인은 회담을 제의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면서 비핵화가 ‘김정일의 유훈’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김정일의 유훈이라고 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위 대변인은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북한)의 비핵화는 남조선(한국)을 포함한 조선반도(한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회담 제의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북한이 도발과 대화를 반복한 과거 전력에 근거해 이번 회담 제의에 회의적이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7일 평양발 기사를 통해 “북한이 무조건적으로 핵을 폐기를 들고 나오면서 미국에 대등한 조치를 요구한 건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화 가능성은 시사하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언제나 대화를 원해왔고 실제 북한과의 통신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전제한 뒤 “미국은 북한과 신뢰할 만한 대화를 원한다. 하지만 북미 대화는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 북한이 국제사회에 지켜야 할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헤이든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말 보다는 행동에 근거해 북한을 평가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의무를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협상에 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 역시 16일 CBS 방송에 출연해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맥도너 실장은 “북한과의 대화는 핵무기 확산 금지나 기타 품목의 밀수출 행위 등 북한이 국제사회에 이행해야 할 약속에 기반을 둬야만 한다”면서 “미국 정부는 달콤한 수사가 아닌 행위로 북한을 평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가 한-미-중 삼각 공조체제를 교란시키기 위한 술책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야욕 견제를 위해 중국의 도움을 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이번 대화제의가 한미 양국과 중국 사이에 틈을 벌리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고 전문가들의 언급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