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조기 발견 위한 실효성 방안 마련 시급

(시사매거진238호=신헤영 기자) 지난해 “내 딸을 찾아 달라”며 실종신고가 접수 됐다. 실종 신고 접수를 받은 경찰은 수천 명의 경찰 인력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던 아이는 수색작업 22일 만에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리고 경찰은 주검으로 발견된 준희 양의 아버지와 내연녀를 아동 폭행과 학대로 검찰에 송치했다. 요즘 끊이지 않고 아동학대 소식이 들려온다. 작든 크든 아동학대 사건은 국민들로 하여금 울분을 토하게 한다. 사랑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비참하게 학대받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는 지금, 이제 아동학대는 비단 가족 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준희 양 사건 경찰수사가 일단락 됐다. 전북 군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준희(당시 5세)양은 아버지와 내연녀의 폭행과 학대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준희 양은 지난해 4월 25일 아버지 고모(37·구속) 씨와 고 씨의 내연녀 이모(36·구속) 씨에게 폭행당해 다음 날인 26일 끝내 숨졌다. 전주덕진경찰서는 고 씨와 이 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고준희 양 사건처럼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학대 관련 뉴스는 그동안 끊임없이 들려왔다. 지난 2016년 3월 계모에게 학대 받다 숨진 ‘원영이 사건’, 앞서 2015년 12월 친부로부터 수년간 학대 받던 11세 소녀의 맨발 탈출 사건 등 쉼 없이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6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2,105건이었던 게 2016년 1만8,700건으로 9배나 늘었다. 2015년에 비해 59.6%나 늘어난 수치다. 전국 59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의심사례 총 2만9,674건 중 건당 약 2.1회의 현장조사를 통해 72.3%인 1만8,700건이 아동학대 판정을 받았다.

때리는 것만이 아동학대가 아니다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찬 집에서 10살짜리 아들에게 분유만 먹여 결국 영양결핍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부부가 징역형을 받았다. 사실혼 관계인 권 씨와 홍 씨는 지난 2007년 출산한 아들에게 분유만 먹이고 예방접종 등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게 해 결국 지난 7월 권 군이 영양결핍과 탈수 등으로 숨졌다.
지난 2014년 3월 울산에서는 계모 박 씨가 8살 의붓딸을 1시간가량 무자비하게 폭행해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폐를 찔러 사망하게 했다. 박 씨는 의붓딸의 실질적인 보호 의무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부터 무려 4년 동안 지속적으로 폭행했다.
2014년 5월 A씨는 사실혼관계에 있던 B씨의 10살 난 자녀에게 숙제나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리, 팔, 허벅지 등을 회초리로 수십 회 때려 멍이 들게 하는 등 신체에 손상을 줬다.
2012년 3월 울산 울주군의 한 마트 앞에서 70대의 B씨는 9살, 11살의 C양과 D양에게 접근해 양팔로 피해자를 껴안고 ‘사랑합니다’라고 하며 볼에 입을 맞추는 등 아동을 강제로 추행했다. B씨는 “손녀들에게 하는 것처럼 단순히 귀엽고 예쁘다는 표현이라 추행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 C양과 D양이 “볼에 입을 맞출 때 기분이 나쁘고 무섭고 당황했다”는 피해 아동 진술에 따라 강제추행이 인정됐다.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던 고준희 양은 지난해 4월 초 고 씨가 준희 양의 발목을 밟아 같은 달 20일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는데도 불구하고 병원 진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 발달 장애와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던 다섯 살배기 여자 아이에게 준 것은 ‘돌봄’이 아닌 ‘학대’였다.
인천 계양구의 한 종합병원 직장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 등은 지난해 12월 1∼2살 원생 3명에게 밥을 억지로 입에 넣고 뱉지 못하게 하고 입을 막고 폭행하는 등 학대했다.
‘2016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아동학대사례 유형별로는 중복학대가 8,980건으로 48.0%로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가 3,588건(19.2%), 방임 2,924건(15.6%), 신체학대 2,715건(14.5%), 성학대 493건(2.6%)의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을 가해야만 아동학대가 아니다. 위 사례처럼 영양결핍으로 사망하거나 준희 양처럼 병원진료가 필요함에도 방치해 두는 것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아동복지법 제 3조 제 7호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적극적인 가해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의미의 방임행위까지 아동학대의 정의에 명확히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서 학대 행위란 아동에게 가해진 행위로 인하여 (우연한 것은 제외) 아동의 건강 혹은 복지를 해치거나 혹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신체적‧정신적 상해, 성적 행위 및 방임을 포함한다.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나 방임,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나 환경, 더 나아가 아동의 권리보호에 이르는 매우 포괄적인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동복지법에 따라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조치 등을 제공하지 않아도 이는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도 넘친 훈육, 결국 아동학대로까지 이어져
아동학대는 통념과 달리 친부모가족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12월 22일 춘천지방법원 형사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매개·성희롱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지적장애 3급인 자신의 아내와 9살 아들에게 서로 성관계를 하도록 강요하고 음란 행위를 시키고 폭행까지 저질렀다.
지난해 12월 5일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2011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B(45)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피해아동은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면서 계부의 아이를 임신한 뒤 친모의 강요로 중국까지 따라가 임신중절 수술까지 받았다.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1만8,700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절반이 넘는 9,931건이 친부모가족 안에서 생겨났다. 2001년 전체 피해아동의 25.5%였던 친부모 가족의 아동학대는 2016년 53.1%가지 급증했다. 그 다음으로는 친부모가족 외 형태가 7,681건(41.1%)이 차지했다.
그렇다면 왜 친부모가족에게서 아동학대가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동학대를 가한 부모들 대부분은 ‘훈육’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훈육은 체벌강도와 지속성으로 아동학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훈육을 한 부모들은 대부분 이것이 아동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일하고 무지한 생각, 그리고 부모교육의 부재에서 이런 그릇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7세였던 원영이 역시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모로부터 훈육이란 명분아래 학대를 받았다.
아동학대 예방 전문가는 “아동학대는 ‘준비되지 않는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친부모가족에 의한 학대가 가장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발생 장소 역시 가정 내에서의 아동학대가 가장 많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82.2%(15,371건)에 해당했다. 그 외에 학교 609건(3.3%), 어린이집 601건(3.2%), 유치원 247건(1.3%)에 달했다.
아동학대가 가정에서 발생되다보니 대부분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7살 미만이어서 적발되기가 어렵다. 지난 2016년 아동학대로 7살 미만 아동이 280명이나 숨졌다.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례가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보호감독아래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속한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모든 피해아동들이 전문적인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방지 대책…실효성은 ‘글쎄’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2016년 미취학아동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아동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이틀 이상 결석할 경우 교직원이 가정을 방문하도록 했다. 아이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방문해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권장하는 대응 매뉴얼도 마련했다. 그러나 강제력이 전혀 없다. 이번 준희 양 사건 역시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 준희 양은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집을 가지 않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영이 사망 사건 이후 아동 학대를 전담하는 경찰이 생기긴 했지만 단속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마포경찰서 학대전담경찰관 이성규 씨는 “‘우리 가정에 간섭하지 말라, 큰 사건도 많은데 거기 신경 안 쓰고 왜 우리집에 와서 작은 일에 신경 쓰냐’고 한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현행 아동학대 특례법은 학대 가해자가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명문화했지만, 거부시 강제할 조항은 없다. 단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후 법원으로부터 교육 수강명령을 받거나, 아동학대 사건이 가정법원에 아동보호사건으로 넘겨질 경우에만 부모교육이 강제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경미화 홍보협력팀장은 “현행 법률은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상담과 교육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불이행시 어떻게 하겠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사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사를 강제화한 것처럼 상담 및 교육 이수도 강제화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핀란드나 미국의 경우 정부 소속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등이 직접 아이 집을 방문해 학대 여부를 확인하고 부모에게 보육 교육을 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은 “학대부모의 부모교육은 매우 시급한 문제”라며 “아동학대 적발 후 부모교육에 응하지 않는 가정은 양육수당이나 아동수당 등 국가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근래 아동학대 신고 건수와 학대판단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도 아동학대 발견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하면 까마득히 낮은 실정”이라며 “영유아 등의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학대가 장기간 지속되고 또 사망 등 중대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아동학대 조기 발견을 위한 실효성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을 시행하고 있고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범부처아동학대대책추진협의회를 가동하고 있고 또 관계부처 합동 아동학대방지대책도 수립해서 시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영유아 등의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학대가 장기간 지속되고 또 사망 등 중대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아동학대 대책을 점검하고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적극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