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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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8.01.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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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의 모티브가 된 실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가네코 후미코(1903~1926), 그녀는 우리에게 그리 낯익은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박열〉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 한가운데로 들어왔고, 제국주의 일본에 맞서 박열과 함께 조선 독립운동을 한 아나키스트로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조선을 사랑한 아나키스트’, ‘아나키스트 박열의 연인’ 등의 수식어가 붙지만 이런 수식어만으로는 그녀의 삶과 신념을 설명할 수 없다.

이 책은 천황 암살을 시도한 혐의로 박열과 함께 구속된 가네코 후미코가 이치가야 형무소에서 쓴 옥중 수기로, 1931년 사후 5년 되던 해에 출간되었다. 가난과 학대 속에서 보낸 혹독한 어린 시절과 박열을 만나기까지 치열하게 살아내야 했던 삶의 궤적을 담고 있으며, 무엇이 그녀를 아나키스트로 이끌었고 23살의 나이에 옥중에서 죽어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가네코 후미코는 자신의 전 생애를 풀어놓은 이 옥중 수기를 이런 글과 함께 넘겼다고 한다.

“나 자신의 거짓 없는 삶의 고백이며, 어떤 면에서는 내 삶의 폭로이자 말살이다. 저주받은 내 삶 최후의 기록이고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는 걸작이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나의 유일한 선물로서 이것을 드린다.”

그녀의 말처럼 이 옥중 수기는 거짓 없는 삶의 최후의 기록이자 고백이며, 유일한 선물이다. 그리고 억압과 고난의 연속이었던 삶에 굴복하지 않고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에 정면으로 맞선 여성 혁명가의 저항이자 투쟁이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조선에서의 7년이 널 이렇게 만들었구나.”

“그래서 깨어 있는 거다.”

영화 〈박열〉에 나오는 대사처럼 조선에서 보낸 7년은 이후 가네코 후미코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옥중 수기에도 조선에서 보낸 7년의 생활이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양녀인 줄 알고 간 조선의 고모 집에서 친할머니와 고모의 온갖 구박과 학대를 받으며 서러운 시절을 보냈고, 혹독한 삶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10대 시절을 보낸 조선에서 핍박받는 조선인들을 보며 자신과 동일시했고,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은 훗날 사회의 모순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품는 계기가 되었다.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인 사회 제도에 짓눌리며 고통받던 그녀의 삶은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도 참혹했다. 하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 도쿄로 가서 공부를 시작했고 신문팔이, 식모살이, 식당 종업원 등을 하면서 힘들게 생활했다. 그러던 중 일본인과 조선인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들을 만나 사상적 기틀을 형성하게 되고, 고통받는 자신의 삶은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에서 시작된 거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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