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추구하는 살아있는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전 세계 산업시장에서 100년을 넘는 역사를 지닌 기업은 미국 152개, 영국 41개, 일본은 2만여 개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단 두 개뿐이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10년에 불과하고 성공한 기업의 평균수명이 30여 년인 우리나라에서 차별화와 혁신을 통해 100년 강소기업을 향해가는 호전실업(주)(이하 호전실업/박용철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1985년 문을 연 호전실업은 남다른 기술력을 통해 28년이라는 긴 역사를 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OEM 제조해 수출해 온 호전실업은 신뢰할 수 있는 품질로 굴지의 기업들과의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창립 당시 박용철 회장과 단 두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호전실업은 이제 국내를 넘어서 인도네시아에만 공장 5개를 가동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1990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시세를 확장하며 해외진출의 성공사례로서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는 호전실업. 국내 시장과 전혀 다른 여건 속에서 사업을 개척하는 일이 쉽지 않은 터라 박 회장은 1년의 고심 끝에 인도네시아 진출을 결정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인도네시아 합작회사를 설립해 여성정장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후 추가 공장을 설립해 캐주얼 의류를 생산하며 발전해왔다. 현지의 국내직원 수만 120명, 인도네시아 직원 수 62명을 비롯해 고용근로자 수만 1만 4,000여 명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다.
오직 한 길을 가는 장인정신으로 경영해 온 기업
호전실업은 인도네시아 진출 이전에 이미 일본과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었다. 박 회장이 일찍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과거 의류산업 시장에 존재한 ‘쿼터제’ 때문으로 호전실업이 문을 연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할당된 쿼터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따라가기에 역부족이었다. 박 회장은 쿼터제가 없는 일본 시장을 겨냥했고 뛰어난 품질로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일본과의 거래를 위해 대전에 공장과 물류센터를 세우고 사업에 박차를 가했으나 호전실업은 이내 위기에 봉착했고 박 회장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1988년경 일본이 우리에게 별다른 통보도 없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습니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쿼터가 없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할 수 도 없었죠. 그때 해외 진출을 마음먹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를 고민한 끝에 인도네시아로 결정했습니다.”
박 회장은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쿼터를 보유한 기업인 ‘까웰(Kawell)’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진출의 신호탄을 올렸다. 호전실업의 영업력과 생산력이 까웰의 쿼터를 통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나 2005년 WTO 규약에 의해 쿼터제도가 폐지됐다. 이후 박 회장은 까웰의 지분을 인수해 100% 지분을 보유했지만 또 다시 위기가 닥쳐왔다. 어려운 상황에 모두가 위축되는 그때 박 회장은 과감하게 은행차입을 대폭 늘려 생산기지를 추가로 세웠다. 당시 중국에 큰돈을 들여 사업을 시작한 이들이 본전도 건지지 못한 채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데 반해 호전실업은 자카르타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또한 성실한 인도네시아인들 덕분에 노동집약적 산업을 넘어서 기술 집약형 산업으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숱한 위기와 고난을 딛고 일어선 박 회장은 항상 자신에게 용기를 준 일본인 노모도 씨의 한 마디를 소개했다.
“제 첫 직장인 일본 기업 산토리에서 만난 노모도 씨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분야에 입문해 20년을 일하지 않고서는 명인이라 말할 수 없다.’ 그의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어려움을 견뎌냈기에 호전실업이 오늘날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장인정신이 곧 신뢰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호전실업은 지난해 3천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으며 올 해에도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의류산업이 경기에 민감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실적이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하는 의류의 대부분이 계절상품으로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차이가 커 기업에게 있어서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호전실업은 지난 2011년 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국내 시판을 시작했다. 설립 후 줄곧 OEM을 고집해온 호전실업이 호전리테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유통에 도전한 것이다. 이에 비수기에 한국에서 판매할 물량을 생산해 보관해 두었다가 성수기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김지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호전리테일은 호전실업의 자회사로서 호전실업의 탄탄한 기술력과 김 대표의 기획력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아웃도어 ‘페리노’와 바이시클웨어 ‘얼바인’을 론칭한 김 대표는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구매하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SPA(Speciality retailer Private label Apparel)가 의류산업의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두 브랜드의 전 제품은 호전실업의 5개 생산 공장에서 자체 제작되며 특히 143년 전통의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인 ‘페르노’는 국내 트렌드에 맞는 캐주얼 아웃트로(아웃도어+메트로)로 재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김 대표와 30여 명의 직원들이 기획, 생산, 유통, 마케팅, 물류 등 브랜드 사업의 전반을 책임지고 이끌어 온 결과로 페리노의 시티아웃도어는 지난해 홈쇼핑에서 2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페리노가 개발한 ATRAVENT는 이태리어의 합성어로 ‘공기 중의 물을 통과시킨다’는 의미를 가진 기능성 소재로서 올 6월 아웃도어 용품인 텐트, 침낭 등으로 제작돼 판매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ATRAVENT는 겉 원단과 protective liner 사이에 맴브레인을 샌드위칭시켜 만들어 방수, 방풍, 통기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멤브레인 코팅에 있는 무수히 많은 미세 구멍들은 매우 작아 물 입자들이 통과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수증기 입자는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으며 그에 반해 내부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착용 자가 극한의 가상 조건에서도 최적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한편 얼바인은 7월 자체 브랜드 론칭쇼를 진행할 계획으로 정식 론칭 전 매거진을 통해 공개된 제품들이 관련 업계 및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호전실업과 호전리테일은 SPA 브랜드에 도전함으로써 급변하는 의류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인정신과 신뢰로 이어온 28년의 전통과 기술력이 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