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호르헤 셈프룬 선집 1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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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호르헤 셈프룬 선집 1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7.12.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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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위대한 증인이자 기억의 투사 셈프룬의 빛나는 청춘기 자전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한 이방인 소년의 눈에 비친 1930년대 후반 파리 풍경과 세기의 인물들과 문학작품

책에는 몇몇 중요한 시대 정황과 생제르맹데프레의 되마고 카페, 몽파르나스의 셀렉트 카페 등 당시 파리의 지식인들이 드나들던 명소들을 비롯해, 역사적인 인물들이 슬쩍슬쩍 그의 주변배경으로 스케치된다. 내전이 끝나고 사반세기가 지나 고향 마드리드 카페에서 만난 신랄한 입담으로 작가를 씁쓸한 우수에 젖게 하는 헤밍웨이, 아버지가 가담해 있던 『에스프리』 철학잡지 동인들, 생미셸 대로에서 신문 가판대 근처를 지나다 소개받은 사회학자 레몽 아롱, 망명해온 스페인 정치가나 지식인들 근처에 살던 한나 아렌트와 68혁명 학생 주동자 다니엘 콘벤디트의 부모이자 제4인터내셔널에서 활동하던 콘벤디트 가족, 카페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주위의 이목을 끌던 발터 벤야민, 1936년 8월 ‘소련의 스파이’로 몰려 체포당해 죽기 전에 셈프룬의 집에서 자신이 최근에 쓴 희극을 읽던 가르시아 로르카, 학교 기숙사 사감이자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던 투샤르 집에서 만난 루마니아에서 막 건너온 재담꾼 에밀 시오랑, 같은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죽어간 사회학자 모리스 알박스 등.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 중 하나는,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살게 한 데 일조한 금쪽같은 작가들의 목록이다. 보들레르, 랭보, 앙드레 지드, 앙드레 말로, 루이 기유, 레비나스 등 이들 말고도 덜 알려지긴 했으나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인 파울 루트비히 란츠베르크, 아르망 J, 에두아르오귀스트, 변증법과 관련해 작가에게 예리한 질의문답을 해온 헌책방 주인, 지하철 안에서 만나 자신에게 잊지 못할 욕망의 이미지로 화한 한 여인 등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그 시대 자기 곁에 있었던 한 인간을 기억의 등불로, 시대의 나침반으로 삼는 셈프룬. 그는 20세기의 리얼리스트 화가이자 휴머니스트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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