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총 집필기간 12여 년간 혼신의 힘을 기울여
한국문학에 길이 남을 역사소설의 새 역사를 쓴 장편소설 『금강』
- 기묘사화(1915년) 등 끊임없이 이어진 당쟁과 사화(士禍), 이몽학의 난(1596년 선조29)을 모티브로 16C초~16C말 임진왜란까지 절망의 시대를 극복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네 여인(연향, 미금, 부용, 수련)의 운명적이고 파란만장한 이야기!
- 벽초 홍명희 『임꺽정』, 박경리의 『토지』를 잇는 한국적 정한과 철저한 역사의식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역사소설의 백미!
- 가벼운 도시적 감수성, 사소설적 문학의식이 유행해 온 2000년대 이후, 본격순수문학이 고갈된 한국문단을 단번에 해갈시킨 폭우 같은 웅장한 스케일의 본격 역사소설!
- 2000년대 이래로 한국문단을 지배한 문장론적 근거도 없고 뿌리도 없이 부랑하는 가벼운 문학문장들 속에서 깊고 넓은 학식과 탁월한 문학적 감성과 상상력이 빼어나게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날카롭게 지성적이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찰지면서도 웅숭깊은 문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독창적이고도 웅혼한 문장의 깊고 큰 소설!
장편소설 『금강』만이 지닌 주요 특성
1) 문학적 상상력으로 탄생한 조선의 비밀결사체 ‘동계(同契)’
대동계(大同契)로 우리 역사 속에 실재했던 공동체적 자치조직은 이 소설에서 ‘동계’라는 이름으로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더욱 구체화된 형태로 형상화되었다. 동계는 충암 김정의 뜻을 받들어 신분이나 사농공상의 차별 없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결사체이다. 이들은 충암의 여민동락과 월인천강의 가르침을 좇으며 임진왜란 시기에 의군으로 참여하여 왜군들과 맞서 싸우고 백성들에게 쌀과 곡식을 나눠주는 등 민본사상을 실천하는 무리로 등장한다. 나아가 잘못된 세상을 개혁하고자 봉기를 일으킨다. 이는 1596년(선조29) 임진왜란 중에 충청도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민중들의 봉기사건인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전쟁과 흉년 속에 가중된 부역과 조세부담으로 고통 받던 민중들이 궐기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설『금강』은 장대하고도 유장한 서사로 묘사하고 있다.
2) 조선 상단을 이끄는 대행수이자 강인한 현실적 리더로서의 여성인물
연향, 미금, 부용 그리고 수련. 이들 네 여성은 동계의 경제적 기반인 상단을 운영하면서 대국과의 무역을 성사시키는 등 규모를 확장해간다. 동시에 소리채 운영으로 사대부들의 밀담 장소를 제공해 정보원으로서 역할 뿐 아니라 대담한 책략가의 모습을 보인다. 또한 조선시대 여성의 자기희생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관념적인 이상을 표방하는 사대부의 모습과 대비되는 강인한 현실주의적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3) 추리소설적 기법으로 읽는 재미를 더한 걸작!
1527년(중종22) 쥐를 잡아 동궁을 저주한 ‘작서의 변’으로 역사 속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이 소설에서는 2부 미금 편에서 정치적 음모 사건으로 긴박감 있고 스릴감 있게 전개된다.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찾기 위한 공신들의 책략과 암투가 추리적 기법으로 전개되어 서스펜스적 재미를 더하고 있다.
4) 혼(魂)의 ‘소리’로 구현된 소설 『금강』의 주제의식
소설 『금강』에서 ‘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주제의식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소리채 아현각과 한산의 한정 그리고 전주의 취선당에서 울려 나오는 온갖 시가들의 음송 소리・악장 소리・타령 소리, 연향이 배우던 제주잠녀들의 소리, 임진왜란 때 왜장 우치무라 앞에서 부르던 은우의「부벽루」노랫소리, 우치무라의 어머니 아사조오가 부르던 고운 노랫소리, 가여운 소리꾼 채선이 죽음을 앞두고 감옥에서 부르던 이승에서의 마지막 소리가 그것이다.
또한 소설 곳곳에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서울말과 충청도, 전라도, 함경도, 평안도 각 지방 사투리들이 풍성하게 ‘소리 남’으로써 작가 특유의 소리꾼적 언어감각으로 소설 『금강』만의 특별한 주제의식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문학사상 임진왜란을 가장 심도 있게 그린 역사소설 『금강』
『금강』은 조선 전체의 조정의 당쟁과 사화로 얼룩진 역사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조선의 사회구조 속에서의 사대부와 백성들의 구체적인 노동과 생활상, 그리고 ‘충암 동계’라고 하는 대동사회를 향하여 결의(結義)를 맺은 결사체를 통해 부정부패로 위란에 빠진 조선 사회를 구하고 바로 세우려 하는 역사적인 전망(비전)을 제시하는 가운데 임진왜란이 전면적이고도 심도 있고 정확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탁월하게 전개된다는 사실, 그 가운데에 이순신과 권율, 서산대사와 승병과 의군 등을 당시 조선 사회의 전체적 진실 속에서 구성원으로서 그려진다.
임진왜란을 당한 조선 사회의 구조적 상황과 그 진실된 내면 모습을 정확하게 그리고 있는 가운데 이순신 등 임진왜란의 영웅들을 조금도 미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삶이 지닌 진실성과 위대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금강』은 그 역사적 진실이나 깊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전망의 차원에서 기존 임진왜란을 다룬 역사소설과는 전혀 다른 높고 깊은 수준의 문학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