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속셈이 드러난 독도 전쟁 2라운드
영토분쟁, 국내선거용 등 검은 속셈 본격화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독도 주변 해역 탐사계획을 중지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아베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측이 무슨 조치를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베 장관의 발언은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 정부의 속셈을 노골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정부의 독도주변 탐사계획은 문부과학성이 내년도 고교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라고 지시한데 이은 것이다.
일본 시마네(島根)현은 작년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일련의 조치는 단계적으로 근거를 축적해 영토주장의 수위를 높이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독도 인근 해역에서 수로 측량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독도 주변 해저에 대한 우리말식 지명 등록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월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는 울릉도 및 독도 주변 바다 밑 지명을 '울릉분지'로 국제공인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산하 해양지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울릉도와 독도 남측에서 강원도 앞바다에 이르는 수심 1000∼1200m의 해저분지를 울릉분지로 명명키로 심의·의결하고, 지난해 12월7일 새로 이름붙인 다른 해면 및 해저지명 39곳과 함께 관보에 고시했다. 이 지역은 북위 36도52분∼37도22분, 동경 130도∼130도54분 사이 해저로 우리 경제적 배타수역(EEZ)내에 포함돼 있다고 해양조사원은 밝혔다.
문제는 일본이 울릉분지 지역을 1978년 '쓰시마(對馬) 분지'로 등록해 사용해 오고 있다는 것.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가 해저에 관심을 갖기 훨씬 이전부터 동해의 해저 지형에 일본 이름을 붙여 국제기구에 등록해 왔다”며 “한국이 최근 한국지명 등록을 검토하면서 이에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6월21∼23일 독일에서 해저 지명 등록을 결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해저지명소위원회가 해저 지명을 심의 결정하면 IHO에서 발간하는 세계해저지형도에 표기돼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우리 정부가 해저지명소위원회에서 ‘울릉분지’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방안을 추진할 경우 지명표기를 둘러싼 한일간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해양부 관계자는 "일본이 독도 주변 지역에 대한 수로 측량을 고집하는데는 한일간 EEZ경계와 독도 영유권문제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의도외에 해저지명 분쟁에도 사전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겹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한국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수로측량 시도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해양과학조사법뿐만 아니라 ‘독도 위기관리 매뉴얼’을 참고해 별도의 ‘EEZ 매뉴얼’도 마련해 단계별로 대응키로 했다.
독도 매뉴얼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가 지난해 완성한 272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중 하나다. 세부내용은 대외비이지만 일본 우익 단체가 독도 상륙을 시도하거나 독도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는 경우 해경의 경비정을 동원해 막아내는 등 단계적 대응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본 정부의 선박이나 항공기가 영해, 영공을 침범해 독도에 접근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도 있다. 그러나 군사적 대응책은 제외돼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경우 국방부가 별도의 작전을 벌이게 되므로 전쟁 상황을 가정한 대책은 NSC 매뉴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도 매뉴얼에는 특히 이번처럼 일본 탐사선이 수로 측량을 명분으로 우리의 EEZ를 침범하는 경우도 미처 예상하지 못해 대응방안이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독도 매뉴얼을 참고하되 이번 사태에 대한 ‘EEZ 매뉴얼’을 만들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日 보수파, 자민총재 선거 결집용
일본이 우리 정부의 격한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동해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수로측정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은 공식적으론 한국 정부가 6월21일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서 독도 인근 해저지명을 한국 명칭으로 변경하려는데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야치 쇼타로 차관은 4월17일 “일본은 과거 30년간 EEZ 주장이 중첩되는 수역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는데 한국은 최근 4년간 일본측 항의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해저지명소위에서 한국명칭을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엄연히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우리가 해저에 관심을 갖기도 전인 1978년부터 동해 해저지형, 심지어 우리 EEZ내의 해저지형에까지 일본명칭을 붙여 국제기구에 등록해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울릉도와 독도 남측에서 강원도 앞바다에 이르는 수심 1,000~2,000㎙의 울릉분지. 일본은 일방적으로 이를 ‘쓰시마(對馬)분지’로 IHO에 등록했다. 때문에 정부는 이에 맞서 지난해 11월 이 지역을 울릉분지로 명명하고 이 밖의 동해 일대 17곳의 해저 산과 분지에 한국 이름을 붙여 공포했다.
그러나 일본이 단순히 우리의 해저지형 명칭 등록문제로 인해 이번 사태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리가 독도 인근 해역에서 4차례 해저지형을 탐사한 것은 96년부터 2000년인데다, 이 해역은 명백히 우리 EEZ내로 일본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수로측정 계획은 훨씬 복잡한 정략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보수파가 최악의 상황인 한일관계를 감안, 9월 자민당 신임총재 선거를 위한 세력 결집을 목적으로 독도문제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이 제시한 수로측정 해역에 비록 독도가 제외돼 있지만, 양국간 갈등이 첨예화할 경우 독도는 자연스럽게 논쟁의 중심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는 지적이다.
일본 영토분쟁 일으키는 이유
동북아시아가 영토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일본의 계산된 전략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일본이 한국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각을 세우자, 한국민은 제2의 한반도 침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어떤 식으로든 독도를 지역분쟁화해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만들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냉정한 대처를 요구하면서 맞대응을 자제하는 형국이다.
동중국해에서 맞부닥친 일본과 중국의 격돌은 예측불허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이 러시아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북방영토(쿠릴열도)도 러시아가 아직 국력을 회복하지 못해 내연 상태지만, 언제든 동북아 최대 분쟁을 촉발할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토분쟁의 불씨는 동중국해 해저에 산재한 거대 가스전을 서로 차지하려는 중일 간의 격돌이다.
중국은 동중국해 해상의 선박 출입을 지난 3월 전격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가스전 확장 사업을 이유로 핑후(平湖) 가스전과 춘샤오(春曉) 가스전 부근 수역에 대해 이 조치를 취했다. 중국으로선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설정한 자국 경계선 안쪽이지만, 일본 역시 자국의 EEZ라고 주장하는 수역이 포함돼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선박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자, 일본 정부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즉각 되받아쳤다. 우익 강경파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가스전 확장 공사를 이유로 일본 EEZ의 선박 출입을 금지한 조치는 일본의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고 유엔 해양법 조약의 관련 규정에도 반한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려 전달 수준을 넘어 주권을 침해했다고 따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냉정히 대처 하겠다”며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해사국이 18일 착오였다며 사과했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중국은 현재 해역에 초계함과 잠수함을 출동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즉각 해상보안청 기동함정을 해역에 파견하는 등 맞대응에 들어갈 태세다. 중국의 이런 전격 조치는 독도 문제 제기에 이어 예상되는 일본의 선제 조치를 무력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과 일본의 국내 정치 역학구조 상 영유권 분쟁을 지속적으로 야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일본과 중국으로선 서로 물러서기 곤란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거대 일본경제를 움직이는 국가기관들이 몰려 있는 도쿄시내 가스미가세키역 중심부에는 “북방영토를 찾는 그날까지”라는 문구가 적힌 철제 간판이 세워져 있다. 총리 직할부처인 내각부 명의로 된 이 문구는 매일 맞딱드리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물론, 일본국민의 가슴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 영토분쟁을 제기하면서 국민의 감정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인상이다.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시아가 분쟁 중인 북방영토를 차지하려는 일본의 의도는 간단치 않다. 일본의 동향을 주시해온 한국 대사관의 한 고위인사는 “일본 우파들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통해 센카쿠열도와 북방영토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경제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산하기 시작한 일본은 자신감을 세계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국민 결집에 이용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집권 자민당과 민주당의 젊은 보수파 의원들은 센카쿠열도와 한국의 독도, 북방영토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나라의 영토를 지키는 의원연맹’을 꾸려 센카쿠열도 등에 시찰단을 파견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의 영토 욕심은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독도 영유권 주장도 일본 우파와 이들의 주장을 거스를 능력이 없는 정부가 합작으로 기획해 저지르는 국가 차원의 거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과거 일제 침략에 대해 명확히 사과하지 않은 채 얼버무리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일본 집권자들은 태평양전쟁의 전범을 단죄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을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 태평양전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집권자가 정치적으로 몰릴 때 언제든 국민을 결집시키고 지지율를 끌어올리는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차분한 분위기
독도문제로 국내가 발칵 뒤집힌 반면 일본은 담담한 분위기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일본의 독도 부근 수로 탐사에 대해 “국제 분쟁지역화 의도”라고 비판하고 “단호 대처”할 것을 요구하고, 외교통상부도 독도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게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힌 바 있다. 한국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경 대처’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독도 영유권과 관계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재판에 가지 않는 게 최선중의 최선”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춘호 재판관은 4월 18일 오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에서 감정이 격화돼 나포가 실행되거나 나포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그런 과정에서 어느 쪽이든 인명살상이 발생하면 문제가 달라 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법적 문제로서 힘든 사태가 나오게 마련"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박 재판관은 “독도문제가 나올 때마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어왔다”며 “이는 담을 넘어오는 도적을 쫓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문단속을 잘못 했다고 하는 격으로,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독도 수로 탐사계획을 발표해 한국을 자극한 일본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일간 배타적 경제수역 논란에 대한 기사보다, 중국과 동중국해 가스전을 놓고 벌이는 분쟁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독도 수로 탐사 발표로 한국을 자극한 일본 언론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아사히신문은 아베 관방장관이 4월17일 기자회견에서 “서로 냉정하게 생각하고 국제법에 근거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국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고 군함을 동원한 탐사선 나포 주장까지 한국에서는 나오고 있으나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현상에서영토분쟁의 인상을 줄 수 있는 과격행위에는 신중론쪽이 높다는 한국쪽 견해도 전달했다.
아사히신문은 문제가 된 독도 부근 수로 탐사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하겠다”는 외무성의 야치 사무차관의 말을 통해 조사를 예정대로 실시될 것을 전망했다. 이 신문은 또 한일간에는 이들 해역에서 과학적 조사의 경우 중-일처럼 사전 통보 제도가 없다며 한-일 간에도 사전 통보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야치 차관의 발언을 보도했다.
영토분쟁, 국내선거용 등 검은 속셈 본격화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독도 주변 해역 탐사계획을 중지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아베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측이 무슨 조치를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베 장관의 발언은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 정부의 속셈을 노골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정부의 독도주변 탐사계획은 문부과학성이 내년도 고교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라고 지시한데 이은 것이다.
일본 시마네(島根)현은 작년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를 제정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일련의 조치는 단계적으로 근거를 축적해 영토주장의 수위를 높이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독도 인근 해역에서 수로 측량을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독도 주변 해저에 대한 우리말식 지명 등록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4월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는 울릉도 및 독도 주변 바다 밑 지명을 '울릉분지'로 국제공인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산하 해양지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울릉도와 독도 남측에서 강원도 앞바다에 이르는 수심 1000∼1200m의 해저분지를 울릉분지로 명명키로 심의·의결하고, 지난해 12월7일 새로 이름붙인 다른 해면 및 해저지명 39곳과 함께 관보에 고시했다. 이 지역은 북위 36도52분∼37도22분, 동경 130도∼130도54분 사이 해저로 우리 경제적 배타수역(EEZ)내에 포함돼 있다고 해양조사원은 밝혔다.
문제는 일본이 울릉분지 지역을 1978년 '쓰시마(對馬) 분지'로 등록해 사용해 오고 있다는 것.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가 해저에 관심을 갖기 훨씬 이전부터 동해의 해저 지형에 일본 이름을 붙여 국제기구에 등록해 왔다”며 “한국이 최근 한국지명 등록을 검토하면서 이에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6월21∼23일 독일에서 해저 지명 등록을 결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해저지명소위원회가 해저 지명을 심의 결정하면 IHO에서 발간하는 세계해저지형도에 표기돼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우리 정부가 해저지명소위원회에서 ‘울릉분지’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방안을 추진할 경우 지명표기를 둘러싼 한일간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해양부 관계자는 "일본이 독도 주변 지역에 대한 수로 측량을 고집하는데는 한일간 EEZ경계와 독도 영유권문제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의도외에 해저지명 분쟁에도 사전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겹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한국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수로측량 시도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해양과학조사법뿐만 아니라 ‘독도 위기관리 매뉴얼’을 참고해 별도의 ‘EEZ 매뉴얼’도 마련해 단계별로 대응키로 했다.
독도 매뉴얼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가 지난해 완성한 272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중 하나다. 세부내용은 대외비이지만 일본 우익 단체가 독도 상륙을 시도하거나 독도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는 경우 해경의 경비정을 동원해 막아내는 등 단계적 대응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본 정부의 선박이나 항공기가 영해, 영공을 침범해 독도에 접근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도 있다. 그러나 군사적 대응책은 제외돼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경우 국방부가 별도의 작전을 벌이게 되므로 전쟁 상황을 가정한 대책은 NSC 매뉴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도 매뉴얼에는 특히 이번처럼 일본 탐사선이 수로 측량을 명분으로 우리의 EEZ를 침범하는 경우도 미처 예상하지 못해 대응방안이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독도 매뉴얼을 참고하되 이번 사태에 대한 ‘EEZ 매뉴얼’을 만들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日 보수파, 자민총재 선거 결집용
일본이 우리 정부의 격한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동해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수로측정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은 공식적으론 한국 정부가 6월21일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서 독도 인근 해저지명을 한국 명칭으로 변경하려는데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야치 쇼타로 차관은 4월17일 “일본은 과거 30년간 EEZ 주장이 중첩되는 수역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는데 한국은 최근 4년간 일본측 항의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해저지명소위에서 한국명칭을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엄연히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우리가 해저에 관심을 갖기도 전인 1978년부터 동해 해저지형, 심지어 우리 EEZ내의 해저지형에까지 일본명칭을 붙여 국제기구에 등록해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울릉도와 독도 남측에서 강원도 앞바다에 이르는 수심 1,000~2,000㎙의 울릉분지. 일본은 일방적으로 이를 ‘쓰시마(對馬)분지’로 IHO에 등록했다. 때문에 정부는 이에 맞서 지난해 11월 이 지역을 울릉분지로 명명하고 이 밖의 동해 일대 17곳의 해저 산과 분지에 한국 이름을 붙여 공포했다.
그러나 일본이 단순히 우리의 해저지형 명칭 등록문제로 인해 이번 사태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리가 독도 인근 해역에서 4차례 해저지형을 탐사한 것은 96년부터 2000년인데다, 이 해역은 명백히 우리 EEZ내로 일본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수로측정 계획은 훨씬 복잡한 정략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 보수파가 최악의 상황인 한일관계를 감안, 9월 자민당 신임총재 선거를 위한 세력 결집을 목적으로 독도문제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이 제시한 수로측정 해역에 비록 독도가 제외돼 있지만, 양국간 갈등이 첨예화할 경우 독도는 자연스럽게 논쟁의 중심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는 지적이다.
일본 영토분쟁 일으키는 이유
동북아시아가 영토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일본의 계산된 전략에 의해 촉발된 것이다. 일본이 한국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각을 세우자, 한국민은 제2의 한반도 침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어떤 식으로든 독도를 지역분쟁화해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만들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냉정한 대처를 요구하면서 맞대응을 자제하는 형국이다.
동중국해에서 맞부닥친 일본과 중국의 격돌은 예측불허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이 러시아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북방영토(쿠릴열도)도 러시아가 아직 국력을 회복하지 못해 내연 상태지만, 언제든 동북아 최대 분쟁을 촉발할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토분쟁의 불씨는 동중국해 해저에 산재한 거대 가스전을 서로 차지하려는 중일 간의 격돌이다.
중국은 동중국해 해상의 선박 출입을 지난 3월 전격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가스전 확장 사업을 이유로 핑후(平湖) 가스전과 춘샤오(春曉) 가스전 부근 수역에 대해 이 조치를 취했다. 중국으로선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설정한 자국 경계선 안쪽이지만, 일본 역시 자국의 EEZ라고 주장하는 수역이 포함돼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선박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자, 일본 정부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즉각 되받아쳤다. 우익 강경파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가스전 확장 공사를 이유로 일본 EEZ의 선박 출입을 금지한 조치는 일본의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고 유엔 해양법 조약의 관련 규정에도 반한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려 전달 수준을 넘어 주권을 침해했다고 따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냉정히 대처 하겠다”며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해사국이 18일 착오였다며 사과했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중국은 현재 해역에 초계함과 잠수함을 출동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즉각 해상보안청 기동함정을 해역에 파견하는 등 맞대응에 들어갈 태세다. 중국의 이런 전격 조치는 독도 문제 제기에 이어 예상되는 일본의 선제 조치를 무력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제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과 일본의 국내 정치 역학구조 상 영유권 분쟁을 지속적으로 야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일본과 중국으로선 서로 물러서기 곤란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거대 일본경제를 움직이는 국가기관들이 몰려 있는 도쿄시내 가스미가세키역 중심부에는 “북방영토를 찾는 그날까지”라는 문구가 적힌 철제 간판이 세워져 있다. 총리 직할부처인 내각부 명의로 된 이 문구는 매일 맞딱드리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물론, 일본국민의 가슴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 영토분쟁을 제기하면서 국민의 감정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인상이다.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시아가 분쟁 중인 북방영토를 차지하려는 일본의 의도는 간단치 않다. 일본의 동향을 주시해온 한국 대사관의 한 고위인사는 “일본 우파들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통해 센카쿠열도와 북방영토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경제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산하기 시작한 일본은 자신감을 세계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국민 결집에 이용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집권 자민당과 민주당의 젊은 보수파 의원들은 센카쿠열도와 한국의 독도, 북방영토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나라의 영토를 지키는 의원연맹’을 꾸려 센카쿠열도 등에 시찰단을 파견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의 영토 욕심은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독도 영유권 주장도 일본 우파와 이들의 주장을 거스를 능력이 없는 정부가 합작으로 기획해 저지르는 국가 차원의 거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과거 일제 침략에 대해 명확히 사과하지 않은 채 얼버무리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일본 집권자들은 태평양전쟁의 전범을 단죄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을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 태평양전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집권자가 정치적으로 몰릴 때 언제든 국민을 결집시키고 지지율를 끌어올리는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차분한 분위기
독도문제로 국내가 발칵 뒤집힌 반면 일본은 담담한 분위기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일본의 독도 부근 수로 탐사에 대해 “국제 분쟁지역화 의도”라고 비판하고 “단호 대처”할 것을 요구하고, 외교통상부도 독도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게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힌 바 있다. 한국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경 대처’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독도 영유권과 관계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재판에 가지 않는 게 최선중의 최선”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춘호 재판관은 4월 18일 오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에서 감정이 격화돼 나포가 실행되거나 나포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그런 과정에서 어느 쪽이든 인명살상이 발생하면 문제가 달라 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법적 문제로서 힘든 사태가 나오게 마련"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박 재판관은 “독도문제가 나올 때마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어왔다”며 “이는 담을 넘어오는 도적을 쫓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문단속을 잘못 했다고 하는 격으로,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독도 수로 탐사계획을 발표해 한국을 자극한 일본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일간 배타적 경제수역 논란에 대한 기사보다, 중국과 동중국해 가스전을 놓고 벌이는 분쟁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독도 수로 탐사 발표로 한국을 자극한 일본 언론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아사히신문은 아베 관방장관이 4월17일 기자회견에서 “서로 냉정하게 생각하고 국제법에 근거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국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고 군함을 동원한 탐사선 나포 주장까지 한국에서는 나오고 있으나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현상에서영토분쟁의 인상을 줄 수 있는 과격행위에는 신중론쪽이 높다는 한국쪽 견해도 전달했다.
아사히신문은 문제가 된 독도 부근 수로 탐사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하겠다”는 외무성의 야치 사무차관의 말을 통해 조사를 예정대로 실시될 것을 전망했다. 이 신문은 또 한일간에는 이들 해역에서 과학적 조사의 경우 중-일처럼 사전 통보 제도가 없다며 한-일 간에도 사전 통보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야치 차관의 발언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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