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236호 = 주성진 기자) 여야, 이진성 청문회서 공방 대신 정책·현안 질의 ‘집중’
11월 22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와 청문위원 또는 여야 간 공방 없이 정책 질의 위주로 진행됐다. 이 후보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으로 임명돼 헌법재판관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재산과 병역 등 개인 신상은 물론 이념적 편향성 문제도 제기된 바 없어 무난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된 바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인준 비협조가 점쳐졌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연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야는 인사청문회에서 헌재소장 임기와 추천 방식, 주적관, 국가보안법 폐지, 낙태죄 폐지 등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장 추천인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해 행정부(대통령)·입법부(국회)·사법부(대법원장)의 ‘3·3·3’ 추천 원칙이 무너졌다고 입장을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헌법에 보면 대통령이 소장을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뿐 아니라 국회, 대법원에서 지명한 재판관을 포함한다”며 “대통령이 누구라도 지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헌재소장 임기 논란에 대해서는 국회의 법 개정을 요청했다.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이 후보자는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헌재소장 임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최고의 헌법 해석기관인 헌재소장 임기가 해석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저를 마지막으로 임기가 논란이 되는 헌재소장 후보자가 없기를 입법기관인 여러분께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은 주적이냐”며 ‘단답형 답변’을 요구하자 “그렇게 질문한다면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폐지보다는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느냐, 강화해야 되느냐”는 송 의원의 질문에 “그 안에 독소조항도 있고 오·남용된 적이 많다”면서도 “이적물 소지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폐지하기보다는 잘못됐다고 보여지는 조항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적절하게 운용하고 남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건 개정하는게 타당하지 폐지까지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군 정치 관여에 대해서는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군 정치 관여 행위는 관련 법과 헌법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군인이 현직으로서 정치에 관여하면 그것은 당연히 헌법 위반이다”고 동의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는 “낙태죄를 형법에서 삭제할 경우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느냐”는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낙태죄는 기본적으로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충돌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치의 충돌로만 볼게 아니라 조화롭게 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 (미국 연방법원처럼) 일정기간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더 이상 말하는 건 평의 중이라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헌재소장 임기 후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자는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안할 것이냐’는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학에서 그보다 좋은 일이 (없더라)”고 강조했다.

“통합 찬성 9명뿐” vs “분위기 왜곡 말라”…국민의당 끝장토론 ‘뒤끝’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5시간 이상 ‘끝장토론’을 진행한 국민의당에서 토론 다음날인 11월 22일에도 찬반 양측의 ‘뒤끝 발언’이 이어졌다.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나란히 라디오에 출연해 통합 반대가 다수였다는 주장을 편 반면, 최고위에서는 통합 찬성파의 반박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어제 사실상 안철수 대표도 (포함해) 30명의 의원이 발언을 했는데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은 아홉 분”이라며 “그 분위기 알지 않겠나”라고 했다. 통합 반대론이 대세였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30명이 발언을 해서 20명은 ‘통합 논의를 여기서 중단하자’(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을 통해 제2당으로 등극한다는 안 대표 구상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구상유취(口尙乳臭·말이나 행동이 유치함)”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의원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어제 민망한 장면이 많았다. 당대표가 맨 앞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불과 2~3m 앞인데 그 앞에서 우리 초재선 의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안 대표의 소통 능력, 그 다음에 신뢰의 문제, 거짓말을 한다는 것, 그러니까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오늘 한 말과 어제 한 말이 다르면 어떤 말을 믿어야 하는가 그런 것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연이어 출연해 “결국 어제 집중 성토를 받은 리더십의 문제, 진실성에 관한 문제 이것이 결국 국민의당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했다.
반면 대표적 통합 찬성파인 최명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실제 논의의 방향과는 다르게 일제히 오늘 아침에 (라디오) 인터뷰들을 하시면서 논의의 방향을 언론에 잘못 전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고 박 전 대표와 정 의원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최 최고위원은 “(반대파는) 3분의 2가 ‘통합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사실 반대”라며 “연대, 통합에 찬성하신 분이 26분이라고 저는 이해한다. 도저히 어떤 쪽인지를 알 수 없는 3분을 ‘반대’로 포함해도 그 부분(반대)은 14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의원총회 내용을 20페이지가 넘게 빼곡하게 메모했기 때문에 90% 이상 복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다른 말씀들을 밖에서 계속 하시면 모든 메모한 걸 갖고 ‘진실은 뭐다. 누구는 뭐라고 말했고 누구는 뭐라고 말했다’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쯤 하시고, 정말 전반적인 분위기를 왜곡하는 그런 공개적인 말씀은 서로들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박주원 최고위원은 “어제 대체적으로 선거연대와 정책연대에 대해서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지 않았나. 제가 보기에 연대에는 공감하나 통합에는 반분됐다”며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연통’에 대한 찬반 전 당원투표 플러스 국민여론조사를 제안한다”고 했다.
다만 끝장토론을 진행한 김동철 원내대표는 “(토론 결과) 우리 내부의 뜻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확인시켰다.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제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 훼손할 수 없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고 한국정치를 주도하는 정당으로 더욱 자신 있고 당당하게 나아가자는 데 뜻을 함께 했다”고 재차 봉합을 시도했다.

재개된 朴 재판, 연내 선고 물 건너가…재판부 바뀌나
박근혜(65) 전 대통령 재판 기일이 다시 잡히면서 선고 시점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안에는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법원 정기인사 전에는 선고가 가능할지 시선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 19일 이후 ‘휴업’ 상태이던 박 전 대통령 공판을 11월 27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27일에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손경식 CJ 회장, 28일에는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과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법원이 이처럼 기일을 연이틀 잡은 것은 재판의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진행한다고 해도 한 달이 넘게 밀려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한때 가능성이 제기됐던 올해 안 선고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은커녕 국선변호인단 접견에 응할지도 불확실하다는 점 역시 재판 지연 예상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론의 전체적 방향이 같은 변호인도 피고인과 직접 소통이 안 되면 세부적인 부분은 다를 수가 있다”며 “이런 것들을 일일이 맞춰가면서 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선고가 불가능하다면 내년 2월 법원 정기인사 전 선고가 내려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세윤 부장판사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 담당 재판부(형사합의22부)는 3명 모두 2016년 정기인사 때 현재 자리에 발령을 받았다. 따라서 통상적으로는 다가오는 인사 때 재판부가 바뀌어야 한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내년 2월 법원 정기인사 때 현재 재판부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형사 사건에서 인사 관계로 재판부가 바뀌는 건 특이한 장면이 아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재판은 그 특수성 상 새로운 재판부에 넘기는 게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여러 뒷말이나 잡음, 논란 등도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2월 전까지는 선고를 내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재판이 어쩔 수 없이 장기화로 치달을 경우 현 재판부는 정기인사 때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입장에서도 아무리 정기인사지만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인 재판부를 바꾸는 건 부담이 크다”며 “박 전 대통령 재판을 2월이 돼도 끝낼 수 없다면 현 재판부는 그대로 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배당을 할 때 이미 정기인사와 상관없이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으로 내부 합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며 “중앙지법이기 때문에 1~2년 더 있는 것이 현 재판부에게 인사상 불이익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