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복대(오!스토메이트) 개발한 한국의 나이팅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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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루복대(오!스토메이트) 개발한 한국의 나이팅게일
  • 정유경 기자
  • 승인 2013.06.0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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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품도 트렌드에 맞게 나이스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서양문화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옴에 따라 최근 장루(인공항문)보유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장루보유자들은 질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수치심을 느끼며 드러내길 꺼려한다. 그러다보니 장루 분야의 제품은 품질 개선이 더딘데다 이로 인한 고통은 오로지 장루보유자와 그 가족만이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 주소희 간호사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두발 벗고 나서 우리 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그녀만의 독자적인 간호방법을 구축

장루란 수술을 통해 장의 일부분을 복벽에 고정시켜 대변을 내보내기 위한 우회로를 형성한 것으로 위치에 따라 소장(회장루), 대장(결장루), 요루 등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장루가 가진 형태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관리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주소희 참신한메디케어 대표는 상처, 장루, 실금 전문간호사(WOCN : Wound, Ostomy, Continence Nurse)다. 주야를 불문하고 환자들을 돌보느라 힘에 부칠 법도 한데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환자를 캐어하는 일이 즐겁다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제가 수행하는 간호는 정형화 되어 있지 않아요. 항상 환자에게 적합한 게 무엇일까 환자분과 같이 의논해서 만들어가는 그런 간호과정을 만들어가죠. 철저한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온갖 상상력을 더해 플러스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환자에게 맞는 적합한 캐어 솔루션을 제공해 드리죠.”

남을 돕고 싶어 간호사가 됐다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환자를 돕는 것만으로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회사소속 상처, 장루 간호사로 재직하면서 그들의 불편함에 대해 수차례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회사에선 받아들이질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 해도 팔리는 데 굳이 왜 하냐며 돈을 투자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굴할 그녀가 아니었다.

“저는 의료인이라 환자가 우선이었고 회사는 이윤추구가 우선이었어요. 간호사는 저 혼자뿐이고 영업사원들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터라 추구하는 바가 달랐습니다. 회사에서 제게 했던 말이 열정을 버리라고 했어요. 하지만 장루보유자의 곁에서 환자를 돌보며 함께 고통을 경험했기에 개선책이 있다면 시정해서 분명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주 대표는 외롭고 힘든 여정을 각오하고 개인 사비를 털어가며 제품개발에 매진했다. 그녀는 “장루보유자들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장루보유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1년 동안 밤낮으로 연구하게 됐다”고 장루복대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돈 한 푼 없이 살았던 적이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올인한 그녀. 그런 피나는 노력 끝에 완성한 장루복대는 장루보유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을 수여하는 영예를 안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그녀의 열정에 찬사를 보내자 그녀는 “자기 가족이 그런 고통 속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라며 “제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옷만 유행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의료제품도 나이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 대표. 그녀는 “의료기술은 발전하고 변화하는데 의료제품이 예전에 머물러 있으니 자꾸만 문제가 생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피부질환 및 합병증 유발 가능성 대폭 줄여

과거에는 대부분 결장루의 형태로 장루를 영구적으로 보유했기에 관리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최근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검강검진을 통한 암의 조기발견 횟수가 증가하면서 국소적 절제술을 통해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게 됐다. 따라서 장루조성술에 있어서도 과거와 달리 일시적인 장루(회장루)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장과 달리 소장은 소화 효소가 많아 피부에 매우 자극적이고 관리가 힘들어 회장루의 시술을 받은 경우 다양한 피부 문제 및 합병증(탈장, 판이 새거나 분리, 함몰 등)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장루 보유자와 가족들은 갑작스런 배변습관에 혼란스러워하며 질병 자체의 고통보다 상처로부터 나오는 분비물로 불편함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된 제품이 참신한메디케어의 장루복대인 ‘오!스토메이트(Oh!STOMATE)’이다.

오!스토메이트는 복대의 중앙 홀을 주위를 둘러 형상기억소재의 모노심지(낚시줄)를 이중구조로 압착해 복부를 압박, 지지하도록 구성하고 내부의 위생과 환자의 특성을 모두 고안해 섬세하게 제작했다. 또 홀 양측에 분비물 주머니와 연결고리가 장착돼 주머니의 무게로 인한 판의 분리를 예방하고 위생적 관리가 가능하게 고안됐을 뿐 아니라 양측으로 구성된 벨크로 탄성밴드고리를 당겨 분비물 주머니에 걸 수 있도록 해 주머니의 무게로 인한 판의 분리를 예방했다. 게다가 탈부착가능한 주머니에 한 번 더 분비물주머니를 넣어 안전하게 고정해 무게를 지지하고 위생적인 관리가 가능하며 보조부로 구성된 탈부착이 가능한 주머니와 덮개는 주머니의 무게를 지지함으로써 탈장, 함몰 등의 합병증을 예방케 한다.

주 대표는 “장루보유자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제가 개발한 장루복대가 많은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편리함을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Creative Wound N Ostomy Care Idea Group”

참신한메디케어는 주 대표 외 정수정 간호사, 국립의료원의 WOCN 안대일 간호사, 삼성서울병원의 장현정 간호사, 박소라 간호사 등으로 구성돼 상처사례를 스터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알 수 있도록 독창적인 간호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참신한메디케어는 전 과정이 모두 창의적으로 만들어져요. 제작은 한국산업생산연구소에서 연개해준 유명 기업이랑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뭉클한 진심이 전해지는 그녀는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며 “불편한 장애를 가진 이를 차별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최근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발조차 되지 않는 소아용 장루백, 복대, 샤워캡, 일회용장루백 등 여러 가지 제품을 발명, 특허명세서 작성 중에 있다. 그녀는 “앞으로도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강한 도전의지와 열정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웃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겠습니다”라며 “또한 의료트렌드의 흐름을 주도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지향하며 고객의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는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되겠습니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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