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나무 꽃의 달콤한 향미 담긴 우리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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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나무 꽃의 달콤한 향미 담긴 우리 차
  • 정유경 기자
  • 승인 2013.06.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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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향미와 기능성 갖춘 花茶로 차 산업의 부흥 기대

우리 선조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차를 애용해 왔다. 그 맥을 근근이 이어오다 몇 해 전부터 불어온 웰빙 바람과 더불어 차의 소비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으나 2007년을 정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커피가 끊임없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변화하면서 굳건하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차의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녹차가 주류를 이루는 ‘녹차문화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1인당 녹차 소비량은 세계 최 하위권에 지나지 않고 국제 시장의 녹차소비량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의 녹차 산업은 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 사랑한다’는 석보영 대표는 국내 차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제공하는 사무공간의 입주업체로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1인 창조기업을 열게 됐다. 

“가끔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전 역시 차가 좋아요. 녹차도 전통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찾는 고객이 없다면 제품은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를 직접 만들어 소비하는 자가소비의 모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차의 잠재적 소비시장 클 것이라 기대 

현재 차의 소비규모가 작다는 것은 잠재적 소비시장이 크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며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석 대표는 녹차에 대한 몇 가지 편견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몇 해 전 녹차 소비가 위축되면서 녹차 생산이 어려워지자 망연자실해 하던 농민들이 자살한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느껴, 녹차 산업을 진작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는 그녀는 “국내 녹차 시장은 새로운 소비패턴 발굴을 통해 소비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허브차가 다양한 향미와 기능성으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것처럼 국내 녹차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새로운 소비패턴을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석 대표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화차(花茶)’다. 사실 우리나라 차계(茶界)는 매우 보수적인 편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분위기에 석 대표가 화차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화차를 연구주제로 삼았을 때 대부분의 지인들이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며 만류했을 정도다. ‘연구주제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 ‘화차를 어디 차라고 말할 수 있나’ 등 주변의 염려가 컸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 꽃에 대해 연구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꽃들을 차로 만들었고 수차례의 시도 끝에 2010년 제주에서 기대해 볼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성과를 통해 특허를 출원했고 마침내 2012년 등록 결정을 받았다. 어렵게 지켜온 신념이 그제 서야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석 대표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수여받았을 때도 감개무량했지만 최종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을 땐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안도의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제주 감귤과 녹차가 만나 달콤한 향미 만들어 내다 

석 대표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제주 천연 감귤 꽃을 머금은 차’는 일반적인 녹차나 홍차와는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면 화차(花茶) 또는 향차(香茶)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 음식점에서 흔히 마시는 자스민차가 바로 화차의 한 종류이다. 녹차와 자스민 꽃을 혼합해 차엽에 자스민 꽃 향이 베어들도록 한 것으로 일반 녹차에 비해 향이 좋고 마시기에 한결 부드럽기 때문에 중국인들 대다수가 자스민차를 즐긴다.  

‘제주 천연 감귤 꽃을 머금은 차’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녹차와 홍차에 감귤 꽃을 혼합해서 만들었다. 녹차의 쓰고 떫은맛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달콤한 향미를 느낄 수 있고 차와 감귤의 기능성 성분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함은 물론 향미까지 업그레이드됐다. 석 대표는 “녹차를 싫어하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차를 음미할 수 있고 삼각티백에 담아 내 불편함 없이 손쉽게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2008년 차(茶)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차를 혼합하는 블렌딩에 관심을 갖게 된 석 대표는 중국의 화차를 접하면서 자연스레 국내 자생 꽃을 이용한 화차를 연구주제로 삼게 됐다. 그렇게 개발을 시작하게 된 제주 천연 감귤 꽃을 머금은 차는 1차 가공차인 녹차와 홍차에 핀 꽃의 70~80%를 솎아 내는 유기농 감귤나무 꽃을 혼합해 차에 감귤 꽃 향이 자연스럽게 베어들도록 가공한다. 석 대표의 다음 목표는 차를 통해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것이다. 

“커피에 공정무역커피를 통한 윤리적 소비가 있다면 녹차에는 다농과 과수 농가를 모두 웃게 하는 ‘제주 천연 감귤 꽃을 머금은 차’가 있습니다. 유럽 등지에 수출해 국산차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국내 녹차산업의 중흥을 위해서는 예로부터 이어져 오는 녹차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함과 더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석 대표는 일익을 담당해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차를 선보이고자 한다. 

“동양에 호감을 가진 유럽인들에게 한국의 차를 맛보게 하고 집집마다 제가 만든 차를 하나씩 두고 마실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열정과 아이디어, 많지 않은 지식들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제 희망이자 꿈입니다.”

 

끝없는 갈망과 겸손의 자세가 창조의 바탕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석 대표는 자신이 사용했던 애플사의 매킨토시 컴퓨터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좋아한다. 그녀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즐겁게 했던 스티브 잡스가 남긴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갈망하며, 모자람을 깨닫는 겸손함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창조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감을 따기 위해 나무에 오르는 열정으로 차 개발에 몰두하는 그녀의 내일이 기대되는 바이다. 

“‘사랑’이 제 모든 활동의 원동력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차와 디자인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열정은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열정에 신념을 더해 제 꿈을 하나씩 이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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