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서 적절한 마케팅 전략으로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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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위기에서 적절한 마케팅 전략으로 기사회생
  • 김현기 실장
  • 승인 2013.06.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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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경쟁력과 판로개척 전략, 남다른 노하우가 일군 성공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교육열만큼 아이들이 사용하는 책상과 걸상에 기울이는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요사이 아이들은 학교는 물론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열악한 교육설비는 학업분위기는 물론 아이들의 건강마저 위협할 수 있다. 한국교구사(www.hkkg.co.kr/main.html / 장정윤 대표)는 이 같은 실정을 정확히 파악해 최종 소비자인 아이들에게 꼭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한국교구사는 부산·경남권에 유일한 학원책걸상 제조업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산·경남권에 비슷한 업체가 다수였으나 경영난으로 인해 차례로 도산하고 한국교구사만 남았다. 1995년 유아책상, 사물함, 독서실용 책상 제조업체로 출범한 한국교구사도 2010년 부도 위기를 맞았다. 창업주는 공장을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창업주의 동생이자 장 대표의 남편인 이은태 당시 공장장은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교구사를 이끌어온 창업주의 노고와 회사에 대한 애정을 알기에 이렇게 공장을 정리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장 대표 부부는 2010년 9월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장 대표는 막상 회사를 인수했지만 할 일이 없었다. 공장이란 환경은 낯설기만 했다. 더구나 당장 매출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도산은 불가피했다. 무엇보다 신규매출을 위한 판로개척이 시급했다. 매출을 끌어올릴 묘안을 짜내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던 중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인터넷이었다. 

“2010년 9월 공장에 처음 출근했습니다. 늘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제게 공장 환경은 생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또 매출이 없다보니 하루가 너무 지루했습니다. 매출이 없으니 빚은 늘어만 갔고, 그래서 공장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차 컴퓨터, 특히 인터넷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다

20~30대 젊은이들에게 인터넷 검색은 일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40대로 접어든 장 대표에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러자 오기가 발동했다. ‘맨땅에 헤딩한다’는 식의 오기로 인터넷 검색에 매달렸다. 그는 검색에 매달리며 우리나라 교구시장 현황과 문제점,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쇼핑몰이 매출판로 개척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공장을 인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인터넷 전문 디자인업체에 의뢰해 쇼핑몰 제작을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디자인이 기존 인터넷 쇼핑몰과 차별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 대표는 자신이 나서기로 결심했다. 

“인터넷 쇼핑몰 제작업체가 가져온 결과물은 너무 틀에 박혀 보였어요.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그 어떤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모르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제가 직접 쇼핑몰을 디자인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먼저 인터넷 쇼핑몰의 구성과 패턴을 파악하는 한편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내가 소비자라면 어떤 곳에서 쇼핑할까?’하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대표의 전략은 적중했다. 쇼핑몰을 개설하자 소비자들의 문의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한국교구사 제품을 구매해 사용한 소비자들이 후기를 통해 높은 만족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으로 호평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의 구매행렬이 이어졌다. 몇몇 소비자들은 직접 공장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특히 인터넷은 판매망을 전국으로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기존엔 대리점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다보니 시장은 부산·경남권에 국한됐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은 도·소매를 막론하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부산·경남에만 한정됐던 판매망이 전국으로 확장됐다. 


경쟁력의 원천은 우수한 제품 

한국교구사의 제품 경쟁력은 장 대표의 마케팅 전략에 날개를 달아줬다. 현재 한국 교구시장은 값싼 중국산이 점령한 상태다. 교구 수요가 많은 학교나 학원에서는 예산상의 이유로 중국산 제품을 선호한다. 한국교구사가 경영난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도 값싼 중국산 제품의 범람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은 내구성이 약한 약점이 있었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걸상은 여러 명의 아이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약하면 사용연한이 짧아진다. 

중국산 제품에 비해 한국교구사의 제품은 확실히 경쟁력이 우위에 있었다. 자체공장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하기 때문에 내구성이나 기능면에서 중국산 보다 뛰어난데다 판매, 설치, A/S 등 생산에서 납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장 대표는 한국교구사 제품의 비교우위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학원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장 대표의 노하우는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소비자들은 중국산이 저렴해서 구입했는데 파손이 심하다고 하더군요. 전 15년 동안 학원을 직접 운영해봤기에 그래서 교구 구입시, 그리고 실제 교구 사용시의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교구를 구매하는 사람은 학원 운영자이지만 사용자는 교사와 학생입니다. 학원 운영자 입장을 우선시해 저가 제품을 생산·판매하면 당장 수요창출과 공장 운영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최종 소비자이자 교구 사용자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외면 받는다면 장기적인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장 대표 부부가 회사를 인수한지 4년 만에 한국교구사는 활력을 되찾았다. 교구 시장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인식한 다음 적절한 판로개척 전략을 세운데 힘입은 결과였다. 교구의 최종 소비자인 학생들의 필요를 잘 인식한 것도 성공요인이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남편과 제가 공장을 인수한지 4년이 지난 지금, 아직 성공이라 말하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운영이 힘들어 문을 닫으려는 공장을 겁 없이 인수해서 이제 조금 제자리를 찾았을 뿐이지요. 하지만 남편과 저는 4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장 대표의 포부는 소박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기능성과 실용성이 보다 뛰어난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하는 것이다. 때론 자신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디자인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한다. 그래서 장 대표는 인근에 위치한 대학교나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학수고대한다. 

현재 한국교구사의 주력 시장은 사교육 시장이다. 장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구부문 진출을 모색 중이다. 조달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장대표는 한국교구사 같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제도적 차원의 배려가 있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장 대표는 끝으로 “교구를 준비하려는 사람들 누구나 한국교구사에 문의만 하면 교구구매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 해 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해 평생 교육의 동반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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