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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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는 지방선거
  • 글/이종철 기자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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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최대이슈로 떠오르는 서울시장 향방
강금실·오세훈 격돌, 오풍 우세속 강풍 숨고르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오세훈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 경선 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오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지난 4월 9일 전후의 여론조사에서 박빙세였던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는 시간을 거치며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양상이다. 오 전 의원은 지난 4월 15일 메트릭스의 여론조사에서 13.3%포인트(46.6% 대 33.3%)의 차이로 강 전 장관을 크게 앞질렀고, 4월 16일 갤럽 조사에선 7.2%포인트(46.5% 대 39.3%) 우세했다.



‘오풍’ 강세 현상의 원인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먼저, 상대적으로 높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꼽는다. 오 전 의원이 출마선언과 함께 강 전 장관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각되자,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들이 오 전 의원 쪽으로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은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오 전 의원은 인물 경쟁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37%, 한나라당 소속 후보의 효과가 63%인 반면, 강 전 장관은 인물 경쟁력이 65%, 열린우리당 후보 효과가 35%로 각각 나타난다”고 밝혔다. 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경선흥행 효과’도 오 전 의원의 주목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 전 장관이 거의 후보로 굳어진 열린우리당 경선에는 여론의 관심이 떨어진 반면, 한나라당은 오 전 의원과 맹형규 전 의원, 홍준표 의원의 3파전이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오 전 후보가 맹 전 의원과 홍 의원 등 선발주자에 의해 견제받는 모양새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심리도 오 전 의원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전 의원보다 조금 일찍 출마를 선언한 강 전 장관이 아직도 정책구상 등 기본 메시지를 제대로 내놓지 못해 기대감이 떨어진 반면, 오 전 의원은 출마선언 이후 겨우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더 ‘신선감’이 유지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사정이 겹쳐 한나라당의 공천비리도 오 전 의원의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강 전 장관은 이제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데 해답을 못 내놓고 있는 탓에 정체 내지는 하락 조짐을 보이는 것”이라며 “공천비리 문제도, 오 전 의원은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 제정을 주도하는 등 ‘클린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득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론전문가들 사이에는 아직 오 전 의원의 독주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 두 후보 모두 ‘이미지’에 의해 쌓인 지지도라는 측면이 커,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초기 이미지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후보들이 메시지를 내놓은 뒤 그것이 여론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안정적 추이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풍 숨죽인 이유는…
우리당 내부에서는 강 전 장관의 지지율 하락이 후보 개인의 지지율뿐 아니라 최근의 우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시각과도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다. 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17일 “여론조사 분석 결과 전통적 여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호남 출신 유권자와 강북·강서권 지역에서 예상한 만큼 지지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6일 폴앤폴·내일신문 조사에서 강 전 장관은 노원구 광진구 동대문구 등 동북부 지역에서만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전 장관의 경우 ‘왜 하필 서울시장에 강금실이어야 하느냐’는 기본적 자질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기관 TNS 이상일 사회조사부장은 “강 전 장관은 아직 왜 시장이 돼야 하는지, 다른 후보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한 상태”라며 “이 때문에 호감도 위주의 대결 구도가 장기화되면서 오 전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이기도 한 젊은층과 화이트칼라층의 모호한 태도도 강 전 장관 지지율이 정체되는 이유로 꼽힌다. 우리당이 당초 이 두 계층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오면 승리를 자신할 수 있다고 밝혀왔지만 실제로는 두 계층에서 부동층이 많고, 뚜렷하게 강 전 장관을 지지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15일 메트릭스·경향신문 조사에서 강 전 장관(42.1%)은 화이트칼라층에서 오 전 의원(43.8%)에게 오히려 뒤졌고, 젊은층을 대변하는 30대층에서는 43.1% 대 41.9%로 예상만큼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당은 여야 후보가 확정된 뒤 양당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판세가 변화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당 이광재 전략기획위원장은 “역대 선거에서 양당 구도시 정당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며 “그럴 경우 후보자 개인의 자질이 부각되고,경력이나 리더십 측면에서 앞선 강 전 장관이 표심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금실 캠프 ‘신선·화려한 인맥’ 무기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의 인적 네트워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라는 빅게임에 나서면서 우리당의 지원을 마다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데다 재야 인프라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거듭하는 것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실제 강 전 장관측은 선거 캠프를 비정치적인 이른바 '강금실 사람들'을 주축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당의 지원은 필요한 부분에 최소화하고 역대 선거와는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강금실 캠프에는 우리당에서 김영춘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오영식 의원이 대변인으로 지원나와 있다. 김 의원은 2ㆍ18 전당대회 과정서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을 눈치보지 않고 비판해 개성과 참신성이 돋보였는데 서울 지역구 출신 우리당 의원들 가운데 '강금실 이미지'에 가장 매치가 잘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은 우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서울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치른 경험이 능력과 조건에서 서울시장 선대본부장으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재선의 오영식 의원은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로 활동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아 대변인에 임명됐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캠프의 기획담당은 당 기획위원장 출신인 민병두 의원이, 홍보담당은 당 대변인, 당 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선대본부장이나 대변인은 당내 인사와 당 바깥의 인사가 공동으로 맡게 될 예정"이라면서 "조직과 홍보 업무는 주로 당 인사에게 맡돼 정책 파트는 외부 인사들과 공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 전 장관 캠프의 정책파트는 법조, 문화, 시민사회계 등 외부인사들이 중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의 중견 변호사들과 소장 변호사들 가운데 일부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강 전 장관과 두터운 친분관계가 있는 조광희 변호사가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고 강 전 장관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지평의 이병래 변호사가 정책보좌관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그외 민변 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김형태ㆍ차병직ㆍ이석태ㆍ조용환ㆍ백승헌 등도 어떤 형태로든 강 전 장관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 역시 강 전 장관에 대해 호의적인데 특히 박원순 변호사가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이사장 김창국 변호사)'가 주목된다. 이 단체는 지자체 정책컨설팅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강 전 장관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연구기획위원인 조희연ㆍ차명제 교수(이상 성공회대), 오수용 변호사, 비상임연구위원인 김수기 현실문화연구 대표, 김한준 도시연대 이사,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등 200여명에 이르는 인재풀 중 강 전 장관에 우호적인 인사들은 정책적 조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강 전 장관의 문화계 인맥도 광범위하다. 강 전 장관은 인간문화재 김수악 씨로부터 '살풀이춤'을 사사했고, 손경순ㆍ이명경 씨에게 승무를 배웠을 정도로 전통예술에 조예가 깊다. 97년엔 검찰이 음란물로 기소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씨의 변론을 맡으면서 유명해졌는데 이후 문학인들과도 교류의 폭을 넓혔다. 소설가 황석영, 시인 황지우 등도 강 전 장관과 가깝다. 지은희 덕성여대총장(전 여성부 장관)은 강 전 장관과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다.



열린우리당 “오세훈은 쉬운 상대”
"'강금실 효과'가 '오세훈 효과'를 불러냈다"는 데에는 정치권에 이견이 없다. 그럼 강금실 전 장관은 자신의 '천적'을 불러낸 셈이 되나?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분명히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 오 전 의원은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을 앞서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해석은 정반대다. 우리당 기획위원장인 이광재 의원은 "오세훈 의원이 나오면 쉬워진다"고 말했다. 일부 여론분석 전문가들도 결론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거세게 불고 있는 '오세훈 바람' 속에 그 함정을 지적하는 논리들도 하나 둘씩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이광재 위원장은 "오세훈보다 맹형규, 홍준표가 더 버겁다"며 "특히 홍준표 의원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한나라당 후보군의 경쟁력 순위와 역행한다.
이 위원장이 오세훈 전 의원을 '손쉬운 상대'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인물가치 면에서 강 전 장관이 오 전 의원보다 2.5배 앞서나간다"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해 5~6월 집중적으로 조사를 해 본 결과 강 전 장관과 오 전 의원은 서울시를 이끌어 나갈만한 리더십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며 "강 전 장관이 리더십이나 경륜 면에서 압도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정당가치, 즉 정당의 지지율 차이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역대 어떤 선거를 보더라도 정당지지율 격차는 5% 내로 좁혀진다. 따라서 인물가치가 높은 사람이 승산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선거는 본질적으로 인물의 내면적 가치와 본질적 가치의 승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한 "열두 명 짜리 '지성(오세훈 전 의원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을 이끈 사람과 10년 간 판사를 하고 법무부장관을 한 사람이 같을 수 있느냐"고 '내공' 차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유는 투표율이다. 이 위원장은 "투표율이 53.1%를 넘으면 우리가 이긴다"며 "오세훈의 등장, 열린우리당의 아름다운 경선은 젊은층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위원장은 "투표율은 시대정신을 가진 후보가 등장할 때, 인간적 휴먼 스토리가 강하면 강할수록 높아진다"며 "남의 당이라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지만 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선거(판세)가 (강 전 장관에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오세훈 바람'은 조만간 진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위원장의 결론이다. 그는 "(강금실에 대한) 한나라당의 위기의식은 오세훈이라는 신상품을 만들어내 약간의 쏠림이 있었지만, 지난 번 〈MBC 100분토론〉에서 알 수 있듯이 조정국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 토론에서 오 전 의원이 맹형규 홍준표 후보의 집요한 공격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허점을 노출했다는 일각의 평가를 상기시킨 대목. 강금실 캠프 대변인인 오영식 의원도 "지금 추세대로 가지는 않는다. 오세훈 전 의원도 조정국면을 맞는 계기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위원장의 이런 분석은 여론조사 수치 이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깔린 것인지, '오세훈 효과'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전략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도 '오세훈 함정론'을 지적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치컨설팅 회사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이 위원장의 분석은 서울시장 선거를 '인물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고 지적하면서도 "오세훈 전 의원이 나서게 되면 인물구도로 갈 수밖에 없어 나름대로 타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정당구도로 가면 거의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인물구도로 바꾸어야 승부를 걸어 볼 만한 공간이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오 전 의원의 이미지는 거의 백지 상태라 10년 동안 저격수 노릇을 했던 홍준표 의원과는 달리 김치 국물 한 방울에도 흔들릴 수 있다"면서 "악재가 등장했을 때 충격은 강 전 장관보다 오 전 의원이 치명적으로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대중들이 강 전 장관을 판단하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자유롭게 살아 왔을 것 같은 느낌인 반면, 오 전 의원은 '정수기 광고' 등으로 깔끔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형성된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을 깨는 무엇인가가 나오면 대단히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선 오세훈-강금실 간에 인물 대결 구도가 확정될 경우,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대규모 인신공격이 난무할 가능성을 예상한 것일 수도 있다.
박 대표는 한편 "만약 강 전 장관의 거품이 걷혀 오세훈 후보뿐만 아니라 홍준표 맹형규 후보가 나서도 이긴다는 판단이 서면 대번에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정은 내부의 파워게임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여론조사에 근거한 섣부른 '오세훈 대세론' 전망에도 제동을 걸었다.
박 대표는 다만 "오세훈 의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강금실-오세훈' 대결에서 '강금실 필승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는 정당 지지율을 뛰어넘기 힘들다고 보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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