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_ 이성관 기자)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EBS 국정감사에서 개그콘서트의 풍자 코미디에 대해 웃지 못할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개그콘서트’ 편향 논란을 제기하고 나선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이 “정치코미디 하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헌법정신을 침해하는 것이자 코미디”라고 꼬집었기 때문이다.
이날, 강효상·박대출·민경욱 등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그콘서트 코너 중 ‘퀴즈카페’의 예를 들어 풍자의 방향이 편향적임을 주장하였다.

강효상 의원은 PPT자료를 동원해 개그콘서트를 편향적인 풍자라고 규정했다. 문제가 된 건 ‘퀴즈카페’ 코너다. ‘퀴즈카페’에서는 일상적인 퀴즈를 풀다 돌연 정치적인 입장을 강요하는 문제가 나와 유민상씨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풍자 개그를 하고 있다.
특히 10월29일 방영된 ‘퀴즈카페’에서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인 다스베이터 사진에 대해 유민상씨는 “다스베이더”라고 답했고, 출제자 서태훈씨가 “그렇다면 다스는 누구의 것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또한, 10월7일 방영분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전두환 대통령 사진을 두고 가장 싫은 대통령을 고르게 했다. 유민상씨는 당황한 채 자신을 가리키며 “전...” “전...전...” “그게 아니라 전... 전... 전..”이라며 말을 더듬었다. 그럴 때마다 출제자는 “전두환 대통령?” “이전 대통령?” “전 전 대통령?”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강효상 의원은 고대영 KBS 사장에게 “이래 갖고 임기 채우면 뭐하나”라며 “정권 바뀌니까 눈치나 보고 방송 색깔 바꾸고 이중플레이 하시고, 이렇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은 김진홍 KBS 제작본부장을 일으켜 세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김 본부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대출 의원은 언성을 높이며 “공영방송은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코미디는 웃겨야 하는데 나는 화가 난다”, “휴일날 왜 시청자 짜증나게 만드나”,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게 나오는지 기다려 보겠다” 등의 말을 하며 압박했다.

이에 김진홍 본부장은 “‘봉숭아학당’에 문 대통령의 발음이 안 좋은 점을 풍자한 캐릭터가 있다”면서 “PD들의 제작자율권,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한국당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미디를 검열하자는 거냐. 문화예술을 검열하는 1980년대 엄혹한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인가”라며 “정치코미디 하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헌법정신을 침해하는 것이자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대출 의원은 “방송은 자체심의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정치편향적인 프로그램이 걸러졌는지 확인한 것이고, 지나치게 편향된 내용은 곤란하다는 의미”라며 편성개입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의원은 “풍자는 정치적 강자에게 해야 한다. 약자를 더 비꼬고 풍자한 게 온당치 않은 것”이라고 덧붙이며, 자유한국당이 여당에 비해 약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경욱 의원 역시 “힘있는 사람을 비판해야 풍자다. 소재개발에 힘 써 달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 시절에도 SNL이나 개그콘서트의 풍자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 새누리당 의원 강용석씨는 개그맨 최효종이 국회의원 전체를 조롱했다며 고소한 바 있다. 또한 박근혜정부에서는 SNL의 정치인 풍자코너가 폐지되었고,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 대통형 등의 내용을 문제 삼기도 했다.
당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코너들은 각 방송의 최고 인기 코너였으며, 정치인, 특히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문제가 되었다는 의혹이 있는 코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