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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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정의
  • 이은진 기자
  • 승인 2017.11.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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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_이은진 기자) 신간 소개

사랑이라는 모호한 단어에 숨어든 불의를 해부한다!

사랑과 정의는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 가장 흔히 쓰이는 수식어이지만, 기독교 전통은 둘이 서로 충돌하며 그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해해 왔다. 월터스토프는 기존 아가페주의를 구축한 키에르케고어·니그렌·니버의 한계를 지적하고, 독자적 대안을 제시한다. 정의로운 사랑이 가능함과 하나님의 사랑이 정의로움을 논증하는 학문적 성과를 거둘 뿐 아니라, 복음에 대한 이해를 혁신하고 정의와 사랑 모두를 포기하지 않는 온전한 삶의 지향을 보여 준다.

 

기존의 이해를 극복하고 사랑과 정의의 조화를 증명하는 신선하고도 치밀한 통찰

사랑에 집중하는 사람은 불의하다는 말을, 정의에 집중하는 사람은 무정하다는 비판을 듣는다. 두 가치가 갈등하는 듯한 사례들에 대해 키에르케고어와 니그렌은 정의 대신 사랑을 택하라 말했고, 니버는 종국에는 사랑이 더 중요하지만 삶에서는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터스토프는, 갈등으로 보이는 그 사례들은 기형적 사랑과 기형적 정의가 나타난 현장이며, 온전한 사랑과 온전한 정의는 서로 침해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자비-아가페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배려-아가페주의를 제안하며, 사랑은 정의를 구현하며 정의는 사랑의 실천 사례임을,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랑이 가능함을 논증한다.

 

이론과 실천, 이해와 적용을 아우르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논증

죄인에 대한 용서, 처벌의 경감은 과연 정의로운가? 포도원 일꾼의 비유와 같은 관대한 분배의 사례는 부당하지 않은가? 온정적 간섭주의로 드러나는 아가페 사랑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사랑과 정의의 이론뿐 아니라 그 적용에 대해서도 논쟁적 질문은 끊이지 않는다. 월터스토프는 고전적 견해와 성경의 비유와 일상적 사례를 두루 짚어 가며 아가페 사랑의 구체적 실천이 정의로울 수 있는지 엄밀하게 살핀다. 이론과 실천, 이해와 적용을 아우르는 정교한 논증을 통해, 불의가 가득한 오늘날의 삶에서도 우리가 정의롭게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칭의라는 정의로운 사랑을 받은 새로운 정체성에 합당한 정의로운 삶으로

바울은 로마서에서 하나님의 ‘차별 없는’ 관대함이 불의하다는 유대인들의 항의에 논박하고, 칭의가 ‘율법폐기주의’를 조장하고 정의의 실천을 약화시킨다는 문제 제기에 답했다. 로마서의 ‘디카이오수네’(dikaiosunē)를 중세 이후 학자들은 ‘의’로, N.T.라이트는 ‘언약적 신실성’으로 이해했지만, 월터스토프는 바울이 강조한 것이 하나님이 언약에 신실하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언약의 정의로움이라고 논증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을 근거로 죄의 기소를 기각해 ‘차별 없이’ 칭의를 베푸셨다. 월터스토프는, 그런 정의로운 사랑을 받은 우리가 새로운 정체성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삭막하고 불의한 시대를 위한 대중 교양 철학서

사랑과 정의의 이야기가 ‘낭만’과 ‘이상’의 영역으로 밀려난 삭막하고 불의한 시대에도, 정의를 향한 갈망은 ‘촛불정국’과 최근의 인문학 열풍에서도 드러나듯 뚜렷이 살아 있다. 그러나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는 한국 교회의 정치적 판단은 사회의 정의 기준과 어긋날 때가 많았다. 그렇기에, 월터스토프가 불의의 현장에서 점화된 문제의식과 개혁주의 전통의 탄탄한 기반으로 꾸준히 탐구해 온 정의론은 우리에게 절실하다. 정교하고 촘촘한 논증으로 거침없이 난제를 풀어 가면서도 가까운 일상의 사례를 평이한 문체로 엮어 낸 월터스토프의 『사랑과 정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교양 철학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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