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5호_신혜영 기자) 이맘때쯤이면 집집마다 매콤하고 풋풋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바야흐로 김장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배추가 예년보다 저렴해졌다고는 하나 고춧가루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렇다고 일 년 밥상을 든든하게 채워 줄 김장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11월부터는 본격 김장시즌이다. 매년 김장 재료값이 올라 조금은 부담스런 식량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온 식구가 함께 모여 김장을 담그며 즐거운 집안 축제로 즐겨보는 게 어떨까.

생김새도 다양, 맛도 다양, 종류도 다양
김치는 배추와 무 등을 굵은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과 젓갈을 넣어 버무려 저장한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이다. 예로부터 사시사철 즐겨 먹는 음식이었으며, 근래에 와서는 그 맛과 효능이 뛰어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대중음식으로 발돋움 했다.이러한 김치의 종류는 많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매운 김치의 경우, 대표적인 조미료는 고춧가루와 젓갈 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각 지방마다 특유의 재료와 요리법을 사용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보인다.
서울의 경우 오랜 기간 수도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주로 궁중에서 먹던 김치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전국의 농산물이 모여들어 김치 모양이 화려하고 배추김치, 보쌈김치, 숙깍두기, 장김치, 감동젓무김치, 나박김치, 오이김치, 석류김치, 섞박지, 고춧잎깍두기 등 종류도 많다.
경기도는 김치의 모양이 화려하고 재료가 풍성한 편이다. 서해안의 풍부한 해산물과 동쪽 산간 지방의 산채, 넓은 들과 밭에서 나는 곡식으로 김치의 맛과 종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다양하다. 개성보쌈김치, 씨도리김치, 뀡김치, 순무김치, 고구마줄기김치, 용인오이지, 백김치, 장김치, 총각김치, 미나리김치, 오이소박이, 오이물김치 등이 있다.
강원도는 환경과 기후에 따라 각각 특색 있는 김치를 담근다. 영동지방의 경우 말린 생태나 생오징어를 양념소로 사용하고 영서지방은 갓을 많이 넣는다. 종류로는 해물김치, 오징어김치, 콩나물김치, 산갓김치, 창란젓깍두기, 서거리김치, 해초김치, 더덕김치 등이 있다.
충청도 김치는 소박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젓갈보다 소금만을 사용해 맛이 담백하다. 나박김치, 호박김치, 가지김치, 열무물김치, 돌나물김치, 시금치김치, 호박김치, 굴깍두기, 공주깍두기 등이 있다.
경상도는 마늘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여 맵고 얼얼하며, 소금과 젓갈을 많이 넣어 간을 짜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엉김치, 부추김치, 고추김치, 가지김치, 고들빼기김치, 미나리김치, 무말랭이김치, 통대구소박이, 모젓깍두기, 박김치, 콩잎쌈김치, 더덕지, 방울김치, 콩잎김치, 곤지김치, 고구마줄기김치, 들깻잎김치 등이 있다.
전라도는 풍부한 해산물과 여러 가지 채소, 산나물이 생산되어 김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나주동치미,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깻잎김치, 어리김치, 가지김치, 파래김치, 콩나물김치, 우엉김치 등이 있다.
제주도는 되도록 양념을 적게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대표적으로 톳김치, 청각김치, 유채나물김치, 당근김치, 전복김치, 귤물김치, 꽃대김치, 갓물김치 등이 있다.
황해도는 김치에 특이한 향이 나는 향신채소를 넣는데, 배추김치에는 고수, 호박과 열무로 담그는 호박김치에는 분디를 넣는다. 동치미, 섞박지, 갓김치, 고수김치, 보쌈김치, 파김치, 풋김치, 호박지 등이 있다.
평안도는 다른 지방에 비해 싱거운 편으로 가지김치, 꿩김치, 백김치, 동치미, 무청김치 등이 있다.
함경도는 동해에 접해 있는 지역은 김치에 오징어, 생태 등의 해산물을 넣고 산이 많은 서쪽 지역은 곱게 다진 돼지고기와 천초, 분려 등의 향긋한 열매를 넣는다. 대표적으로 콩나물김치, 쑥갓김치, 무청김치, 함경도대구깍두기, 가자미식해, 산갓김치, 참나물김치, 무말랭이김치 등이 있다.
김치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유의 새콤한 맛과 여러 채소들이 가진 독특한 향미, 고추의 매운 맛 여러 가지 부재료가 채소재료들과 함께 자연적으로 발효되면서 날것으로 먹을 때보다 오히려 더욱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보관기간이나 온도 유지 실패로 김치가 물렁물렁해질 경우가 있다. 일 년의 밥상을 책임질 김치를 오랫동안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제일 맛있게 보관할 수 있는 온도는 0도씨로 알려져 있다.

3000년 전 ‘오이’ 절임이 김치의 시초
현대사회 들어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
김치가 언급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약 3,000년 전 중국 문헌 ‘시경(詩經)’으로, 이 문헌에 따르면 ‘오이를 깎아 저(菹)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채소절임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菹)’라는 글자로 보아 이는 곧 김치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조선 중종 때 ‘벽온방’에 “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저’를 우리말로 ‘딤채’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배추김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1900년대 전까지만 해도 김치의 주재료는 무였으며, 20세기에 들어 중국의 산동에서 배추가 수입된 후부터 배추김치가 널리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산동에 많은 김치 공장이 세워져 우리나라로 수출하고 있는데, 사실 배추의 원산지에서 제조되어 보급되는 셈이다.
무로 담근 김치, 즉, 무짠지는 김치와 달리 소금의 농도가 20%에 이른다. 육식을 주로 할 때에는 필수양의 소금과 무기질을 섭취하는 것에 문제가 없지만 채식을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소금의 섭취가 필요한데 한국인들은 무짠지를 통해 많은 소금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
고춧가루 사용은 17세기 이후부터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를 사용해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고추를 양념으로 쓰면 사용되는 소금의 양이 줄어든다. ‘임원십육지’에서 서유구는 고추를 김치에 많이 쓰면 무가 더욱 오랫동안 저장된다고 기술하였다. 고추는 부패를 더디게 하여 고추를 많이 넣으면 옅은 소금물에 절여도 김치 맛이 오래 간다. 또한 고추의 자극적인 맛은 소금만큼 식욕을 자극하고 탄수화물의 소화를 촉진시킨다.
김치에는 신종플루 예방 효과와 AI 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심장병 예방을 비롯한 항암 효과와 노화 억제, 소화 촉진과 면역성 강화, 항균기능, 돌연변이 예방, 변비 예방 및 체중조절 효과, 바이러스 감염억제 효과, 콜레스테롤 억제효과 등 수많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러한 사실이 세계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건강전문지 ‘Health’에서 김치를 요구르트, 낫또(일본 발효콩)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