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잡아라” 불황 없는 키즈 콘텐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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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을 잡아라” 불황 없는 키즈 콘텐츠 열풍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7.11.03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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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포털사이트 등 키즈 콘텐츠 확보로 열띤 경쟁

키즈산업 규모 40조 원, 매년 20% 이상 성장

(시사매거진 235호_신혜영 기자) ‘키즈산업엔 불황이 없다’는 말이 역시 빈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국내 키즈산업 규모는 약 40조 원으로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높은 성장을 하고 있는 키즈산업은 불황 속에서도 부모의 지갑을 아낌없이 열게 만드는 유망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보니 제조사, 서비스 및 콘텐츠 기업 등 가리지 않고 저마다 키즈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선 유아 동영상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이동통신사, 케이블사업자까지 너도나도 키즈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일부 키즈 채널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동영상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면서 유해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질적으로 단속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출처_뉴시스)

다섯 살 여자아이를 키우는 회사원 신 모(39)씨의 집. 어린이집을 다녀온 딸아이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TV리모컨으로 유아용 유튜브 영상을 켜는 일이다. 신 씨는 “방송에서 새로운 장남감이 나올 때마다 사달라는 아이 때문에 난감하다. 매번 사줄 수도 없어 되도록 새로운 장난감이 나오지 않는 영상을 틀어주며 유인하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네 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36) 씨네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키즈 영상에서 나오는 장난감만 보면 사달라고 조른다. 김 씨는 “아이스크림가게 놀이가 있는데 캐릭터가 다르다며 또 사달라고 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같은 종류의 장난감인데 아이들 눈에는 캐릭터가 다르니 갖고 싶어 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그렇다고 매번 사줄 수도 없어 그럴 때마다 설득하느라 진땀을 뺀다”고 말한다.
유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상황이다. 최근 들어 유아를 타깃으로 한 미디어 시장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유튜브에서는 매일 다양한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는 매일 전세계에서 100만여 건의 키즈 콘텐츠가 새롭게 등록되고 있다.
 

키즈 콘텐츠 개발 경쟁 후끈

키즈산업 중에서도 최근 가장 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분이 바로 키즈 콘텐츠(유아 동영상)다. 현재 키즈 전문 콘텐츠 업체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제공되는 유아 동영상의 파급 효과는 온라인에서 캐릭터 상품화, 키즈카페 오픈 등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맞는 산업으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35개국에서 운영되는 유튜브의 어린이 서비스인 ‘유튜브 키즈’는 현재 글로벌 사용자가 매주 11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인 CJ E&M의 ‘다이아TV’는 자사 파트너 채널의 최근 4년간 누적 조회 수 253억 회를 장르별로 분석한 결과 키즈 분야의 비중이 34.5%에 달해 게임(26.1%)을 앞질렀다.
과거 키즈 콘텐츠는 TV유치원이나 뽀뽀뽀, 유아용 애니메이션 등 지상파TV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했었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키즈 콘텐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15~20분 정도의 프로가 편성되었지만 요즘은 3~5분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유아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유튜브에서 제공되는 유아 동영상들은 장난감사용법, 직업 체험, 다양한 실험놀이 등을 비록 시간은 짧지만 아이들이 보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해 선보인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캐리TV가 제작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다. 유튜브 내에선 이미 유아들에게 ‘캐통령’이라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진행자인 캐리와 엘리, 케빈이 나와 아이들에게 장난감 놀이, 게임, 역할극 등을 선보이고 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외에도 ‘캐리앤북스’, ‘캐리앤플레이’, ‘엘리가 간다’ 등을 통해 영어, 미술, 스포츠 등 놀이학습 프로그램을 매월 80여 편씩 새롭게 선보인다.
아빠와 인형 파랑이 그리고 6살 난 크리에이터 라임이가 진행하는 ‘라임튜브’도 구독자 45만 명을 가지고 있는 인기 있는 채널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도 키즈 콘텐츠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1999년 6월부터 어린이 포털 서비스 ‘쥬니버(주니어 네이버)’를 운영, 최근 출시 18주년을 맞아 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n보이스’와 대화형 엔진 ‘네이버 아이(i)’인 음성안내·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유아 콘텐츠 전문 자회사 블루핀을 통해 ‘카카오키즈’ 앱을 오픈했다.
키즈 콘텐츠 열풍은 인터넷TV(IPTV)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IPTV 유아서비스 플랫폼 ‘U+tv 아이들나라’에서 ‘유튜브 키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U+tv 아이들나라에서는 영재 부모, 육아 전문가, 아동 심리 전문가 등이 추천하는 인기 캐릭터 콘텐츠나 유튜브 채널을 리모컨으로 한 번에 쉽게 접속해 시청할 수 있다.
KT는 올레 tv에서 IPTV 서비스 최초로 ‘캐리TV’를 처음 출시했다. KT는 앞서 ‘올레tv’를 통해 ‘하이퍼 가상현실(VR) 서비스’과 어린이 콘텐츠를 결합한 ‘TV쏙’ 서비스를 선보였다.
KT에 따르면 지난 8월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이용률에서 키즈·애니메이션 콘텐츠(41%)가 TV 다시보기(3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SK브로드밴드가 46%, LG유플러스가 45%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네이버는 1999년 6월부터 어린이 포털 서비스 ‘쥬니버(주니어 네이버)’를 운영, 최근 출시 18주년을 맞아 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n보이스’와 대화형 엔진 ‘네이버 아이(i)’인 음성안내·검색 기능을 제공한다.(출처_주니어 네이버 화면 캡쳐)

보기용 콘텐츠에서 교육+놀이 콘텐츠 개발 활발

최근 단순히 보기만 하는 콘텐츠에서 교육과 놀이가 접목된 교육용 콘텐츠들이 나오면서 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부모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좀 더 유익하고 교육적인 내용이 있으면 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러한 부모들이 수요를 적극 반영해 최근 콘텐츠 기업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교육용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KT가 올 5월에 선보인 ‘TV쏙’은 TV 속 캐릭터와 혼합 된 배변, 양치, 율동 등 체험형 학습 콘텐츠다. TV쏙은 어린이가 IPTV와 스마트폰을 매개로 보다 현실감 넘치는 가상현실을 제공하는 쌍방향(interactive) 놀이학습 서비스로 아이가 TV 화면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KT는 영유아들이 좋아하는 아이코닉스(뽀로로 제작사), 스마트스터디(핑크퐁) 등 국내외 영·유아 콘텐츠 사업자들과 손잡고 TV쏙용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U+tv 아이들나라’는 영어학습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 외에도 추천 도서를 성우 등이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TV’, 부모와 자녀가 영상통화를 하고 캐릭터와 교감하는 ‘전화놀이’, 미취학 아동의 시청 습관을 감안한 ‘시청 관리’ 등이 담겼다.
쥬니버는 동요, 동화, 뽀로로놀이교실, 유아세상, 도전퀴즈왕, 스케치북 등 누리과정에 적합한 다양한 학습 놀이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캐리TV의 유아동 영어 동영상 콘텐츠 ‘캐리 놀이영어’는 어린이가 동영상 시청을 통해 영어 단어와 표현을 반복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제작됐다.
카카오가 오픈은 ‘카카오키즈’ 앱은 핑크퐁, 콩순이, 폴리 등 인기 애니메이션과 창의학습 등 다양한 교육, 놀이 콘텐츠를 제공한다.
유튜브 키즈는 콘텐츠를 프로그램, 음악, 학습, 탐색의 4가지 카테고리로 구성해 아동·유아가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현재 키즈 전문 콘텐츠 업체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제공되는 유아 동영상의 파급 효과는 온라인에서 캐릭터 상품화, 키즈카페 오픈 등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맞는 산업으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_유튜브 키즈 화면 캡쳐)

상업성에 치중해 유해적인 영상 올려
인터넷이나 앱, 규제 가이드라인 없어 사각지대

온라인 키즈 콘텐츠 산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에서 1인 방송으로 유아 동영상을 선보이고 있는 채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상업성과 유해성이다. 키즈 콘텐츠는 TV 방송 콘텐츠와 달리 일반인도 누구나 쉽게 영상을 올릴 수 있어 상업성·유해성면에서 논란이 일어날 위험성이 TV보다 훨씬 크다. 심의를 거치는 TV 어린이 프로그램과 달리 인터넷과 앱으로 유통되는 키즈 콘텐츠들은 별다른 규제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때문에 구독자수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는 이 같은 플랫폼에서는 단순히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유아들이 시청하기에 다소 부적절한 동영상을 올리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인터넷 키즈 예능’에서는 재미있는 표정을 만든다며 아이들이 서로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씌우다 목이 졸릴 뻔한 장면이 연출됐다. 또 아이가 카트에 앉아서 빵과 우유병을 바닥에 집어 던진다거나, 아이가 혼자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귀신의 탈을 쓰고 아이를 놀래 키는 장면, 또 도둑이 든 상황을 연출해 아이에게 겁을 줘 아이를 울리는 등의 아이들이 시청했을 때 부적절한 영상들이 버젓이 등록되어 재생되고 있다. 일부 채널 운영자들은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이처럼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시선 끌기용으로 단순히 흥미와 재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영상들도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를 사후 단속할 방법도 딱히 없는 실정이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장은 “어린아이들에게 비윤리적 교육을 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 출연하는 아동과 영상 보는 또래 아이들에게 주는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키즈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매체환경 변화에 맞춰 키즈 콘텐츠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AIST의 정재민 교수(언론학)는 “다양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인터넷의 특성상 TV처럼 모든 내용을 심의해 유해 사례를 사전 근절하자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속 인력 부족도 문제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인터넷 콘텐츠를 감시하고는 있지만 워낙 많은 음란 콘텐츠 등의 단속으로 어린이 콘텐츠까지 단속할 여력이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사용자 신고를 통해 자정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키즈는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에서 아이의 보호자가 해로운 콘텐츠를 차단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화여대 엄정애 교수(유아교육학)는 “모든 문제 동영상을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책 선정’ 캠페인처럼 모범 사례를 부각하고 반대로 꼭 퇴출해야 할 콘텐츠를 꼽아주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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