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차별이 만들어 낸 영원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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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차별이 만들어 낸 영원한 이방인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7.11.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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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약자, 열등한 집단이라는 고정관념 깨야

영화 속 묘사된 중국 동포 모습은 일부일 뿐…엄연히 사실과 달라

(시사매거진 235호_신혜영 기자) “여기(대림동) 조선족만 사는데 밤에 칼부림 많이 나요. 여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들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하면 밤에 다니지 마세요.” 지난 8월 상영한 ‘청년경찰’ 속 택시기사의 대사다. 최근 상영한 영화로 중국 동포들 반발이 거세다. ‘청년경찰’에 이어 ‘범죄도시’까지 잇따라 개봉한 영화 속에서 중국 동포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 파렴치한 사람들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두 영화의 배경이 중국인들의 밀집 거주지역인 가리봉동과 대림동이다. 중국 동포들의 상권이 밀집되어 있는 이 두 지역은 영화 상영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한국사회에서 편견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청년경찰’과 ‘범죄도시’ 속의 중국 동포, 가리봉동과 대림동의 이미지가 현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이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출처_뉴시스]

중국 동포는 모두 ‘범죄자?’…영화가 만들어 낸 편견일 뿐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범죄도시’가 극단적인 이면으로 관객들을 웃고 울리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재밌는 영화’로 중국 동포들에게는 ‘절망스런 영화’로 평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24일 기준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청불(청소년관관불가)영화 흥행 5위에 올랐다.
‘범죄도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동포들이 살고 있는 밀집지역인 가리봉동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 2004년과 2007년 서울 가리봉동에서 일어난 ‘왕건이파’와 ‘흑사파’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사행성 불법 오락실 바다이야기의 운영권을 두고 중국 동포 조직폭력배들끼리 세력 다툼을 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중국 동포들은 영화를 단순한 오락으로 넘기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 조선족 조폭들은 경찰에게도 칼을 휘두르는 흉악범들로 등장하며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리봉동에 거주 중인 한 중국 동포는 “영화에는 과장된 부분들이 많다”며 “영화를 본 한국인들이 칼 맞을까 봐 무서워 이 동네는 못 오겠다고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영화 한 편이 가져다주는 중국 동포들에 대한 편견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문제는 일부의 문제가 중국 동포 모두는 그렇다는 식의 편견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범죄도시’뿐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영화에서 중국 동포들이 범죄자로 등장했다. 앞서 2010년 12월 개봉했던 김윤석, 하정우 주연의 영화 ‘황해’에서는 중국 동포들이 돈을 위해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폭력적 존재로 산발한 머리에 짐승뼈다귀를 메고 다니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조선족 범죄자들의 집결지인 대림동으로 몰려든다.
특히 지난 8월에 개봉한 ‘청년경찰’ 속의 중국 동포 묘사는 극에 달했다. 이 영화가 상영되자 중국 동포들은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영화 중에서 ‘청년경찰’이 중국 동포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악의적인 혐오가 가장 심각하게 그려진 영화”라고 지적했다.
‘청년경찰’은 경찰대생 두 명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외출을 나왔다가 우연히 가출 소녀 납치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가 전혀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 두 경찰대생은 직접 수사에 나서 납치범들을 추적해 가기로 하는데 이들이 가는 곳이 바로 대림동이다.
이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중국 동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재한동포총연합회 등 국내 47개 재중 동포 단체와 대림동 주민들은 지난 9월 1일 ‘청년경찰’에서 재중 동포 범죄단이 대림동에 암약하며 납치, 폭력, 성범죄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표현된 데 반발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제작사에 상영 즉각 중단과 사과·피해 보상·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청년경찰은 중국 동포를 10대 여성 인신매매조직으로, 대림동을 경찰도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엄연히 사실과 다르다”면서 “특히 한국에 자리 잡은 중국 동포사회와 실제 있는 지역을 직접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2004년과 2007년 서울 가리봉동에서 일어난 ‘왕건이파’와 ‘흑사파’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사행성 불법 오락실 바다이야기의 운영권을 두고 중국 동포 조직폭력배들끼리 세력 다툼을 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다. [출처_영화 범죄도시]

가리봉동 범죄 발생률 지난해보다 17% 줄어
“위험한 동네 아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대림동과 가리봉동이 정말 무서운 동네일까. 대답은 ‘아니다.’ 가리봉동과 대림동은 영화에서 표현된 것처럼 무섭고 험악한 동네가 아니다. 생계를 위해 상권을 이루고 사람이 사는 여느 동네와 비슷하다.
실제 가리봉동의 범죄 발생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가량 줄었다. 전국 중국 동포 자율방범대가 있는 곳 중 가리봉동은 지난 8월 경찰청장에서 ‘2017년도 베스트 외국인 자율방범대’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위험한 동네가 아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외국인 폭력 범죄에 관한 연구’에서도 국적별 인구 10만 명당 폭력범죄 검거인원이 중국 동포는 505로 내국인 681보다 오히려 낮았다. 전체 외국인을 대상으로 계산한 지수는 357로 내국인의 55%에 불과했다.
서울시가 발간한 홍보자료 중우동포 타운 소개에 따르면 현재 중국 동포의 밀집지역인 가리봉동과 대림동은 중국 동포들이 유입해 들어오기 전부터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 동포들이 들어오면서 이들 지역의 경제는 사실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시 거주 외국인 주민 40만 8000명 가운데 중국 동포는 22만 2000명이며, 중국 동포 중 63%인 약 13만 9000명이 서울 서남권 5개 자치구에 밀집돼 있다. 이 중 지난 2016년 기준 서울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은 6560명을 넘어섰다. ‘한족’으로 불리는 중국인까지 포함하면 약 7400명에 이른다.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서울 영등포구에 등록된 조선족만 3만 2000여 명이고 절반가량이 대림동에 살고 있다.
가리봉동은 2000년대 초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값싼 주거지를 찾던 중국 동포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중국인들의 밀집 거주 지역이 형성됐다. ‘서울 속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대림동 일대는 중국 동포들의 ‘집성촌’ 같은 곳이다.
 

조선족 차별과 편견으로 한국사회에 적응 못해
자살이나 범죄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져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국내 거주 중국 동포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년 초 5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국내 체류 조선족은 80만 명가량으로 늘어났고,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년 뒤 10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렇게 늘어나고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 정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중국 동포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하다.
지난 2015년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30대 한국인 248명 중 59%에 해당하는 145명이 ‘조선족’이라는 단어에 대해 ‘경계해야 할 사람들(89명, 36%)’, ‘가난한 사람들(39명, 16%)’, ‘공중도덕이 부족한 사람들(17명, 7%)’ 등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응철 교수는 “사실 한국에 있는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 동포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4년의 유학생활은 한 A 씨가 느낀 한국은 편견과 차별이라는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는 직장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떨어졌으며 아르바이트 임금도 내국인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A씨는 “말이 통한다고 한국에 융화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며 “한국정부조차 다문화 가정을 장려한다지만 조선족 출신은 예외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중국 동포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기도 하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한국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져 범죄를 저지르거나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7년 전 귀화한 중국 동포 A씨. 생활고에 시달린 데다 의지할 만한 가족과 친구도 없던 그는 자살을 결심했다. A씨가 향한 곳은 서울 양화대교로 A씨는 택시 안에서 ‘죽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중국 동포 김모 씨는 영등포구 한 공원에서 이모 씨가 여성 A씨를 막 대한다고 느끼자 “중국 동포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라”며 시비를 걸었고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들고 있던 소주병이 깨졌고 이 술병으로 수차례 이 씨의 목을 찔려 살인미수로 구속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동포들이 음지로 숨어들거나 아예 삶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적 궁핍, 즉 먹고사는 문제를 꼽는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 동포들이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는 것이다. 취업이 제한된 곳에서 일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불법 취업으로 내몰리게 된다. 중국 동포 중 대부분은 국내에서 직업 선택의 폭이 넓은 재외동포비자(F-4)가 아닌 단순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방문취업비자(H-2)를 발급받고 있다. 국내 이공계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소지하거나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장 또는 국내 공인 국가기술자격증 등을 갖고 있어야만 F-4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에 온 이유는 ‘돈’ 때문이다. 중국에 있을 때보다 몇 배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녹록지 않다. 조선족들은 대부분 식당, 공사장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일하고 있다.
김 모(47)씨는 “한국에 와서 회사에서 일했는데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한국 사람보다 적었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 만기가 올해 6월이다. 자격증을 따야 한국에서 오래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다”며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는 학원에 다니다 보니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조선족이라고 다 못사는 건 아니다. 대림동 부동산 관계자는 “장사가 잘돼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조선족도 많다. 대림동 중앙시장 상권의 상당수가 조선족에게 넘어가는 등 큰돈을 번 조선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공동대책위 회의실에서 열린 ‘영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대림동 중국 동포-지역민 공동대책위원회 제2차 경과보고 및 기자회견’. 영화가 상영되자 중국 동포들은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영화 중에서 ‘청년경찰’이 중국 동포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악의적인 혐오가 가장 심각하게 그려진 영화”라고 지적했다. (출처_뉴시스)

후진국은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
고정관념이 만들어 낸 편견 깨야

한국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조선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문화 출신 국회의원 1호이자 다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은 지난 2012년 국회의원 당선 후 혹독한 ‘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공격으로 마음고생을 치렀다.
당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이 의원 당선으로 ‘매매혼이 늘어날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는 등의 주장들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고 “왜 필리핀 여자를 국회의원 시키느냐”는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비난이 쇄도했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 A 씨. “처음엔 한국인 외모와 다르지 않아 주위에서 말을 걸어온다. 그러나 내 말투를 듣고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 ‘중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백인이나 서구 선진국 출신의 외국인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높은 반면 유독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의 사람들에게 대한 차별이 심하다. 이러한 이유엔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약자, 열등한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이 상당하다. 선진국은 부유하고 깨끗한 나라, 반면 후진국은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라는 고정관념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까지 적용되며 편견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후진국 사람들은 질 낮은 사람들, 선진국 사람들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란 인식의 벽에 가로 막혀 편견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포카혼타스’, ‘뮬란’, ‘모아나’ 등 인디언 여인과 중국 여인이 타이틀 롤이었던 이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의 무의식중에 있던 인종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 낸 결과다.
한국인은 “백인은 추앙하지만, 흑인은 깔본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 “인디언, 하와이안, 중국인, 인디안, 동남아인 등 같은 황인까지 얕본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한국인들의 인종차별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외국인 범죄, 범죄로만 보지 않아
모든 ‘외국인’이 문제라는 편견으로 확대

지난 2012년 4월 초 발생한 수원 살해사건. 범인이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으로 밝혀지면서 인터넷 공간에서는 중국인과 조선족, 급기야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동남아 등의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다. “질 낮은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의 추방을 기원한다”, “외국인들에게 관대한 대한민국 싫다”는 등 다수의 인종차별적 댓글이 달렸다. 이는 수원사건을 잔혹한 범죄의 문제로 바라보기 이전에 ‘외국인’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 A 씨는 “조선족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전체를 똑같은 범죄자로 바라보진 말아달라”며 “일부 조선족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전체를 매도해서 되겠냐”고 반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혐오스러운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중국 동포들을)범죄자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국 동포 대부분이 살기 위해 건너온 만큼 주민들과 유리돼 겉돌지 않고 동화될 수 있도록 큰 틀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국 동포들이)한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규직이나 충분한 수입이 보장되는 일자리, 가족들과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 출신 국회의원 1호이자 다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은 지난 2012년 국회의원 당선 후 혹독한 ‘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공격으로 마음고생을 치렀다. (출처_뉴시스)

국적은 한국, 그러나 한국인으로 인정 못 받아
다문화 가족과 소통하는 사회적 노력 필요

한국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주민 수가 늘면서 한국은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주민의 사회활동 참여는 더 이상 생소하거나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외국인과 이주민에 대한 시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많은 이주민들이 인종차별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조선족은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조선족들이 동포들로부터 중국인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단일민족의 성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외국에서 건너온 이들이 ‘편견’과 ‘차별’ 속에서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엄연한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다문화 가족이 언어 소통과 경제적 문제, 자녀양육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4%가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라는 데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혼 이민여성들의 35%가 사회적 차별 경험을 호소하는 등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 정도는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가 갖고 있는 ‘돈 벌로 온 외국인 노동자’처럼 인식된 불편한 시선은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정착한 그들에게는 여전히 무거운 짐이다.
올해 8월 기준 중국 동포를 포함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6만 명을 넘어섰다. 2007년 100만 명에서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국제결혼이 흔해졌고 다문화 가정도 생겨났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인구는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를 포함해 120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는 한국의 한 일부로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다.
“안녕하세요! ○○ 엄마에요. 제가 중국에서 와서 말이 좀 서툴러요.” 어린이집 앞,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기자에게 먼저 한 아이의 엄마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자의 아이에게 “안녕”하며 사탕을 건넸다. 그가 중국에서 왔다는 말을 안했다면 기자는 당연히 한국인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아~내 주변에도 조선족이 있었구나’하고 말이다.
기자가 만난 조선족 엄마는 무의식중에 조선족이란 편견을 갖고 있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최근 두 편의 영화로 중국 동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마치 사실처럼 그려진 영화로 인해 우리는 더 큰 편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번 주위를 돌아보라. 기자가 만난 한 아이의 엄마처럼 전혀 낯설지 않은 동네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문화 가족과 소통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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