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_ 이성관 기자) 주요 야당 중 정의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을 예고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들의 자유한국당 행이 공공연한 사실로 밝혀진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이 양당에서 러브콜을 받는 형국이 된 것은 각 당의 절실한 사정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호남당’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왔는데 새정부 출범과 증거조작 사건 이후 호남에서의 지지율조차 10%대 아래로 추락했다. 또한 안철수 대표체제를 구축하면서 지지율 반등을 노린 것도 무위로 돌아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주요 5당 중 지지율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당이 선택한 것이 바로 바른정당과의 합당이다. 국민의당은 비밀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사를 통해 발표하면서 바른정당이 자당과 합쳤을 경우 가장 시너지효과가 생긴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고, 지역위원장을 일괄 사퇴하자는 제안을 하는 등 바른정당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과 원래 하나였음을 강조하면서 바른정당에게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줄곧 보내왔다. 특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 세력은 바른정당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렇게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이유는 지방선거에서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의석수 때문이라는 견해가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 의원이 전부 자유한국당으로 올 경우 120석을 넘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모든 법안과 예산심의 등에서 자유한국당의 동의 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최소 14의석만 더 영입된다면 120석에 도달하기 때문에 바른정당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통합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른정당이 선택은 자유한국당으로 향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돌아갈 명분이 없고, 명분 없이 돌아가면 선거에 따라 움직이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길도 없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으로 가는 것은 마이너스 효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자강파의 핵심인물로 여겨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계기로 신당 창당의 모습으로 가자는 의견을 내놓아 당내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한 모습이다.
하지만 3당의 이러한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먼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은 전제조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과 서청원, 최경환 등 골수 친박세력의 출당인데, 이것이 순탄치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미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사이의 대립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고, 정우택 의원 등 당내 중진의원들이 바른정당의원들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 당 통합은 사실상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바른정당이 이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유승민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의 자강파의 목소리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어 당 대 당 통합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이미 요원해진 모양새이다. 안철수 대표의 주도로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호남기반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에는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방침에 대한 반발이 거세 안 대표가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등 당내 거물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안대표를 비난하고 나서며, 오히려 국민의당이 와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의 남경필 지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유한국당 통합파가 11월 5일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전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이는 ‘통합’이나 ‘합당’의 어젠다에서 벗어나 ‘신당창당’의 어젠다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지방선거가 채 8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야3당의 이합지산이 여러 방향으로 구상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