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_신혜영 기자] “소비자들은 좁은 닭장 안에 갇힌 암탉보다 자연에서 자란 암탉이 낳은 달걀을 선호하게 될 것이고, 모든 달걀이 이런 방식으로 생산될 것이다. 전통적인 생산품인 달걀에 동물윤리와 시골의 건강하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덧입혀지면서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대해 몇 배의 값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달걀의 형태는 몇 만 년이 지나도 결코 바뀌지 않는다. 어느 농장에서 생산하든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축사는 스마트폰 원격 조정으로 관리되고, 사람이 아닌 로봇에 의해 달걀이 수거되며, 생산 기간은 단축되고, 생산량은 극대화되더라도 달걀의 가치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그보다 사람들은 청정한 자연에서 좋은 것을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건강한 달걀을 2배 더 비싼 값에 사들인다. 달걀이 가진 이야기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음으로써 달걀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제 자동화 기계를 이용해 달걀을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는 데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달걀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롤프 옌센이 예측한 드림 소사이어티의 핵심이다.
1990년대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먼 미래에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달걀부터, 은행, 여가 활동, 기업의 조직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썼다. 그로부터 20년 후 우리는 그가 쓴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가 예측한 드림 소사이어티가 본격화되었다.
“기계가 우리를 감동시킬 것이다. 자동화와 감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가 창조될 것이다. 컴퓨터가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다면, 컴퓨터가 로이드 웨버의 음악보다 인기 있는 음악을 작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벌이는 그랑프리 경주가 펼쳐지고, 소설, 작곡, 영화감독, 기업 전략과 비전 설계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온 지력을 컴퓨터가 대신할 것이다. 인간이 기계에게 물리적인 힘을 빌렸다면, 이제는 인간이 기계에게 지력을 빌릴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에서 AI가 완승을 거두면서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의 충격에 사로잡혔던 것이 불과 1년 전의 일이며, 이것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 99%를 감당하는 사회, 바둑을 두고 음악을 작곡하고 소설을 쓰는 AI, 인간이 기계에게 지능을 빌리는 시대, 정보화와 자동화 이후의 시대, 우리는 무엇에 열광할 것인가!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생활까지 모든 것을 제어하는 시대, 그렇다면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인간의 꿈과 감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미래는 확실성이 아닌 꿈이었다.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는 꿈(스마트폰), 새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꿈(비행기), 달나라를 여행하는 꿈(달 착륙), 획기적인 기술 뒤에는 항상 꿈이 있었다. 꿈이 현실을 창조하고, 꿈이라는 재료로 미래가 만들어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롤프 옌센은 정보화 사회가 끝나고 새롭게 도래할 사회를 드림 소사이어티라고 정의했다.
롤프 옌센은 수치와 데이터의 흐름이나 AI가 발전해 나가는 방향으로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철저히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화가 극에 달했을 때 사람들의 감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통해 기업, 시장, 사람들의 일상생활, 여가 등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드림 소사이어티로 들어가고 있을 때 홀로 정보사회에 남아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업과 시장을 이해하는 지침서로서 반드시 ‘미래 경영의 지배자들’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