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_신혜영 기자] 극심한 경쟁 스트레스, 여전한 성공 강박증, 그에 따른 불안감, 과로, 고독감…. 이것은 유난히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인 우리나라의 직장인들과 기업인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나타내주는 말이다.
2009년 금융위기를 지나며 경제는 장기적인 저속성장 상태에 빠졌고, 우리 사회의 경쟁은 더욱 심해진 듯하다. 그리고 더욱 치열해진 경쟁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 압박감을 느낀다.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기였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천하경영의 전략을 군주들에게 제시하는 제자백가(유가, 묵가, 도가, 법가 등)들이 등장한다. 난세를 돌파하는 전략으로 유가는 예(禮)와 악(樂)의 조화로 잘 통치되었던 주대(周代)의 문물제도를 부활시키려고 했으며, 법가는 부국강병과 왕권 강화를 위해 엄격한 법치를 주장했다. 이와 달리 노자와 장자를 중심인물로 하는 도가 사상에서는 세상 만물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에서 깨달은 지혜를 통해 무위(無爲)의 삶을 추구할 것을 설파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싸우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 말은 싸움을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싸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며 상생하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서양의 마케팅 철학은 싸워서 상대를 초토화시킨 다음 내가 모든 것을 빼앗는 승자독식의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노자의 가르침을 깨달은 저자는 조만간 ‘차별화’ 같은 전략은 틀림없이 낡은 개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열경쟁 시대에 그런 방식은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차별화를 넘어 ‘나다움’을 이룬 기업과 브랜드가 아니면 이제 살아남을 수 없다.
저자는 나답게 살면 될 일이지 남들과 경쟁하겠다고 차별화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노자의 가르침을 해석한다. ‘나다움의 전략’은 최고의 선(상선上善)인 물을 따라(약수若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 이유를 찾아서 그 존재 이유를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노자 마케팅」의 저자 이용찬은 노자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의 목표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모름지기 기업은 고객과 직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경영 전략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수립해야 한다. 그러면 돈을 번다”라고 노자의 말을 해석한다.
노자가 ‘도덕경’의 첫 장을 이름(名)으로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은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회사 이름이든 브랜드 이름이든 그저 뚝딱 만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름을 짓는 것 자체가 하나의 존재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잘 되는 회사, 잘나가는 브랜드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 이유가 있고, 그것을 담은 이름이 있다. 「노자 마케팅」을 보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의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우선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과열경쟁 시대를 살아남는 지혜로운 선택이 될 것이다.
저자 이용찬은 1983년부터 30년이 넘게 광고계에서 일하면서 《도덕경》에서 찾은 5가지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따라 ‘1시간 빠른 뉴스, SBS 8시 뉴스’ ‘발효과학, 딤채’ ‘튀기지 않은 감자칩, 예감’ 등 수많은 캠페인성 광고를 만들었다. ‘OK! SK’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초코파이, 정’ 등 손 대는 제품과 브랜드마다 존재감을 불어넣어 대한민국에 캠페인성 광고의 새 지평을 연 광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