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년간 지역에 관계없이 담석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주로 서양화 되어가는 생활습관을 비롯해 식습관 등이 낳는 문제로 고령화와 비만 인구의 증가 때문이다. 초음파검사 등 진단기술의 발전과도 관계가 있는 이 질병은 40세부터 나이에 비례해 증가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진다. 인류의 약 10%가 담석이나 이와 관련된 질환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듯이 췌장담도 질환은 현저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질환을 연구하고 다양한 사업활동을 하는 대한췌담도학회는 올해 첫 이사장을 내정했다. 이에 이사장으로 선출된 대구가톨릭학교대병원 김호각 교수를 만났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호각 교수는 지난 4월20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대한췌담도학회 2013 춘계학술대회에서 초대 이사장으로 내정됐다.
1995년 창립한 대한췌담도학회는 췌장 및 담도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질환에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수준 높은 연구중심으로 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췌담도학회는 지금까지 회장제로 운영돼 오던 시스템에서 학회 규모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2014년부터 이사장제가 도입돼 초대 이사장 내정을 공식 발표하게 됐다.
김호각 교수는 경북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의대 베스이스라엘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연수과정을 이수했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장, 대한췌담도학회 11대 학술이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대학 소화기 학회의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이에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학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이사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김 교수는 “학회의 발전과 유관기관과의 학술교류를 통해 더욱 향상된 의술로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 할 것”이라며 “특히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과 메디시티 대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어 그는 “학회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사장이 필요로 한 것”이라며 “이사장은 그 학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학술대회부터 실제 학회 운영하는 면에서 이사장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대한췌담도학회는 규모가 커지면서 분야가 다양하다보니 전문적으로 꾸려지고 있다. 따라서 김호각 교수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잘 살려 대한췌담도학회를 이끌 생각이라 말했다.

내시경 역행 췌담관 조영술로 불리는 ERCP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는 소화관 내시경 시술 중에 가장 까다롭고 협병증도 많은 어려운 시술로 알려져 있다. ERCP는 내시경과 방사선을 이용한 검사로,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하고 ‘십이지장 유두부’라고 하는 작은 구멍을 통하여 담관 (쓸개즙 즉 담즙이 내려오는 관) 및 췌관(췌장액이 내려오는 관으로 입구)에 조영제(X선 촬영 때에 음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를 주입시켜 담관 및 췌관의 병이 있는 부위를 관찰하는 진단 및 치료이다. 이는 내시경으로 십이지장을 통해 담관 및 췌관 구멍을 찾아내 그 곳으로 카테터(장기에 집어넣는 관모양의 기구)를 넣은 뒤 암 진단, 결석 제거, 협착부분(암이나 담석 때문에 막힌 부분)에 스텐트(막힌 관을 뚫어주는 일종의 금속 망)을 집어넣는 시술로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막힌 담관이나 췌관을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췌장은 자칫 잘못 건드리면 췌장염으로 진행하고, 두께가 2㎜ 정도에 불과한 십이지장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전문의 가운데 연간 150례 이상 시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김 교수는 ERCP를 연간 700례 이상 해낼 정도로 시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에 고난도 ERCP의 대가로 꼽히는 김호각 교수는 시술 성공률이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담석 또는 담관염 때문에 담즙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먼저 체했다고 생각하는데, 가벼운 소화불량이라며 1~3일가량 방치합니다. 그러다가 열이 나고 오한이 드는 몸살 증세가 나타나고 급기야 황달이 오는데, 소변이 붉게 나옵니다. 그땐 곧바로 병원으로 찾아와야 합니다.”
김 교수는 췌장암 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췌장암은 대부분 완치가 불가능하며, 진단 이후 예측 생존기간이 일 년도 채 안 되는 악성 종양이다. 수술이나 항암요법을 포함해도 5년 생존률은 5~10%에 불과하다. “대부분 췌장암 진단을 받고나면 지레 포기하거나 민간요법에 매달리는데 최근 나온 젬시타빈 같은 항암치료를 하면 통증이나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아지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환자가 평온하게 지낸다”며 별다른 부작용도 없기 때문에 그는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시술하는 ERCP 중 90% 이상은 결석제거 및 스텐트 삽입술 등 치료적 시술이다. 연간 1천례에 이르는 시술 건수는 서울지역 2,3개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이기에 의사 한 명당 시술로는 전국 최고로 꼽힌다.
김호각 교수는 환자 권익 보호를 위해 2007년 지역 최초로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연구윤리심사위원회(IRB) 개설을 위해 주도했고, 이후 세계적 기구들로부터 인증도 받았다. 췌장 및 담도 질환을 연구하는 청장년 그룹 의사들 중 한국, 일본, 중국 대표 의사 10여 명과 함께 ‘아시아내시경의사포럼’도 만들기도 하였으며, 국산 스텐트를 활용하는 임상시험도 주도했다. 내시경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를 비롯해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영문 교과서를 포함해 의학서적 5권 집필에도 참여한 김 교수는 연구가 끊이지 않는다. 이렇듯 활발한 연구에 노력한 보람을 얻듯이 대한췌담도학회에서 성과가 있길 바란다. 전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회가 지역에서 이사장이 선출된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앞으로도 췌담도 분야의 의학발전과 학회회원의 권익을 위해, 또한 연구중심의 학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