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획일성보다는 개성을, 양적인 만족보다는 생활의 질을 추구한다”는 김혜정 명지대 건축학 교수의 말처럼 21세기는 건축의 선호 양식을 바꿔놓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개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양질을 추구하는 현대 건축의 흐름은 여성 건축가들의 섬세함과 감각을 필요로 하면서 많은 여성 건축사들을 탄생시켰다. 제주시 오라 1동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 시현 김세지 대표는 여성적 감각을 살린 건축설계의 선두로 활약하고 있다.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
김 대표는 제주도가 배출한 초대 여성 건축사이기도 하다. 탐라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제주대 건축공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에 몸담은 김 대표는 “건축은 의식주 중 하나이며 인간의 역사와 문명에서 유리될 수 없는 종합학문이다. 건축사는 건물의 기획부터 건축설계에 책임을 지고 시공부터 완공까지 감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건물의 상태, 용도, 역사에 따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건축은 간단하게 보면 건물을 짓는 일이지만 여기에 공학, 예술, 인문학, 사회학 등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건물의 양식과 지어지는 목적은 곧 시대를 반영하며, 책임이 따르는 분야이기도 하다. 건축의 결과물인 건물은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현재는 철거된 조선 총독부 건물은 식민지 시절 한국인 탄압의 상징이자 국민 모두에게 이를 상기시키는 치욕적 역사의 산 증거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만든 건물의 용도와 역사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건축은 예전부터 남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직접 몸을 쓰는 분야라 체력이 좋은 남자가 여자보다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건축은 여자들의 장점인 감성적이고 섬세한 부분이 요구되는 추세다. 건물 공간은 남녀가 똑같이 이용하는 곳인데 여성이 열기 힘든 무거운 문이냐?”고 말하며, 이런 면을 보완하는 데 여성 건축사들의 장점이 발휘되어 최근 건축학과는 여학생이 절반이고 건축설계 분야에서 여성 건축사의 비율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시현 김 대표는 공동주택, 개인주택, 사회복지 시설이나 관공서 등 성별과 세대에 따라 배려가 필요한 설계등을 하고 있으며, 한라생태 숲 내의 유전자보조원, 노루 생태 관찰원, 양지공원내 납골당, 하모리· 화순리공중화장실, 미혼모시설 등 작품을 진행했으며 여성 건축사들의 모임인 대한여성건축사회 회원,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사는 의사, 변호사와 같이 국가에서 인정한 면허를 가진 전문직에 속한다. 건축사 시험 자격자는 건축 관력 대학과 일정 기간 실무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건축 활동과 결과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능력과 열정에 좌우된다. 김세지 대표는 여성들의 건축사 진출이 늘고 있는 현재 교단에서 학생들을 지도 육성하고 있다.
여성 건축사가 드물었던 시절 초대 여성 건축사 중 한 사람으로서 김 대표는 건축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의뢰받은 업무를 추진하고 완결시킬 때가 제일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건축사로서의 길을 좌우하는 것은 자부심과 그에 걸맞은 성실성이다. 설계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건축 의뢰는 자신의 재산과 입지가 달린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건축사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클라이언트는 건축사의 작품에 나름대로의 평가를 하기 때문에 그것이 곧 건축사 본인의 평판이 된다”
남편과 1남 2녀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김 대표는 건축 설계와 가정일 어느 쪽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방향으로 향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단에서 우수한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과 기회가 오면 공모전에 참여하여 좋은 작품을 설계하고자 한다.
기억에 남는 여성 건축사로 남고 싶다는 김 대표는 “21세기는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건축사의 표현 욕구가 맞물려 만들어지는 건축은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목적과 실용성, 상징을 개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안정성이 느껴지도록 설계자의 경험과 개념, 개성도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전한다.
건축사사무소 시현은 사람이 안주할 수 있는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살린 건축, 인간과 자연이 친화적인 이상적 도시, 삭막한 환경을 치유하고 인간의 일상을 위한 배려가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여성 건축가로서 인간과 삶, 자연이 어우러진 따스함을 품은 환경적 건축의 선구자로 활약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