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가요계 대표 두 아이콘의 만남!
3만5천 팬 환호…완벽했던 25주년
이제는 모두가 어엿한 중년,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1992년 그 때

[시사매거진=정용일 기자]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던 서태지가 지난 2015년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전국투어 이후 2년 만에 데뷔 25주년을 맞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공연을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서태지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걸맞게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약 3만 5천여 명의 관객과 함께 했다. 본 공연에 앞서 국카스텐과 어반자카파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된 이번 공연은 특히 서태지의 25년 음악사를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로써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서태지는 지난 1992년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지난 25년 간 총 9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사운드로 우리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또 그의 무대는 매번 음향과 조명, 연출에서 국내 공연 수준을 한 단계씩 끌어 올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가요계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태지가 가요계에 미친 영향력은 매우 컸다.

하지만 서태지의 가요계 데뷔는 정말이지 초라했다. 1992년 4월 신인 발굴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로선 매우 생소한 ‘랩(Rap)'을 선보였던 그는 춤과 의상마저 낯설어 보는 이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심사위원 점수 역시 출연자들 중 최하점인 10점 만점에 7.8점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대한민국 가요계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바로 그 서태지다. 혜성처럼 나타나 데뷔 4년 만인 1996년 1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패닉에 빠뜨렸던 서태지는 지금껏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방송이 아닌 음악과 공연을 통해 팬들과의 만남을 이어 오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공연 역시 서태지는 새로운 연출과 조명, 사운드로 관객들을 만났으며, 무대를 보다 생생하게 객석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형 중계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디자인돼 상영됐다. 또한 2015년 서태지가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사운드 시스템 ‘더블 시스템 라인 어레이’(Double system line array)도 2년 간 업그레이드 돼 이번 공연에 다시 세팅, 최고의 무대조명과 사운드를 통해 팬들을 사로잡았다.

서태지의 이번 25주년 공연은 지난 25년 간 선보의 그의 실험적인 음악과 완성도 높은 공연들을 집대성한 자리다. 특히 과거 앨범에 수록된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올드 팬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서태지는 당시 레코딩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약 세달 전부터 악기 및 음향장비를 공수해 사운드 메이킹을 진행했다. ‘하여가’의 태평소 소리부터 우리가 앨범을 통해 익숙하게 들었던 그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서태지는 이번 공연에서 그의 25년 공연의 에센스를 집대성 했다. 1993년 ‘마지막 축제’, 1995년 ‘다른 하늘이 열리고’ 등 당시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 무대들이 2017년 진일보한 연출기법으로 재탄생 했다. 쪼 2008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지휘자 톨가 카쉬프를 초청해 완성한 ‘서태지 심포니’ 무대도 이번 공연에서 다시 선보이기도 했다.
또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댄스 퍼포먼스를 이번 무대에서 완벽하게 재현했다. 이번 무대는 특별히 방탄소년단이 게스트로 올라 서태지와 함께 ‘태지 보이스’로 관객들을 만났다.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의 이번 합동공연은 세대를 대표하는 두 아이콘의 만남뿐 아니라 세대를 넘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블랙홀을 형상화한 로고와 ‘타임: 트러블러’라는 타이틀 아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담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서태지 25주년 기념공연은 지난 25년간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며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던 서태지의 노래, 여전히 한 발 앞서간 서태지의 무대, 그리고 오늘 잠실 주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공존하는 서태지와 팬들 모두에게 특별한 순간이 되는 의미 있는 날이었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대표 아이콘이었던 서태지도 세월이 흘러 이제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의 팬들도 지금은 다들 결혼해서 아이의 엄마, 아빠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서태지나 그의 팬들은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의 중년층이 되었지만 그가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 팬들이 그를 생각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는 듯하다. 서태지와 팬들이 함께 떠나는 다음 시간여행은 언제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