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32호=안수지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세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양분돼 이념과 사상 논쟁을 거듭해 왔다. 이후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능가하면서 각 나라마다 자국의 실리주의와 부국강병을 꾀하는 노력이 거세졌다. 그에 따라 한국과 쿠바는 국제정세의 파란을 거치며 유동적으로 대처해 왔다. 특히 지난 1949년에는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279만 달러 상당의 원조를 진행한 쿠바가 1959년 혁명을 거쳐 공산화되면서 한국과는 수교가 단절되었다. 미군 주둔을 이유로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간주하고, 88올림픽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등 대한국에 대해 기피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가 1980년경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냉전시대는 종식되고, 자국의 사활을 걸고 실리외교를 펼치는 ‘쿠바공화국(Republic of Cuba)’에서는 정치·군사협력은 북한과 하되, 경제·무역은 한국과 진행하는 이중정책을 구사하게 되었다. 한국과는 정식 외교가 없으나 경제·무역을 통한 교류는 활발해 양국 간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이러한 때 자유 여행을 통해 쿠바를 다녀온 ‘소설가 백민석(47)’은 현지의 상황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선명하고 아름답게 전달해 귀추를 주목시킨다.
1세기 들어 전 세계에는 자연이 주는 건강함과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슬로(Slow)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 역시 항상 ‘빨리 빨리’를 외치던 조바심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생활이 권장되고 있다.
이러한 때 출판사 작가정신에서도 ‘슬로북(slow book)’을 기획해 소설가 백민석의 <아바나의 시민들>이라는 에세이집을 첫 번째로 상재하고 ‘마음의 속도로 읽는 책’이란 타이틀을 걸어 현대인이 자신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사회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이정표를 제시한다.
소설가 백민석이 포착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
소설가 백민석의 <아바나의 시민들>은 아직까지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말레콘 지역과 아바나 비에하, 베다도, 아바나만 건너, 카피톨리오 인근 등 5개 구역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채도 높은 쿠바의 색감과 사람들의 역동적인 표정을 카메라 앵글에 담으며 보고 들은 바를 진정성 있게 전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쿠바를 오가며 자신이 떠나온 곳과 떠나간 곳의 차이를 앞질러 판단하지 않고, 사색과 성찰 그리고 정겨움과 그리움이 담긴 감성으로 산뜻하게 풀어놓는다. 그럼으로 이러한 쿠바 여행을 통해 그동안 소설을 쓰며 핍진하고 공허했던 소모의 경험보다는 샘솟듯 솟아나는 열정과 생명력을 내면에 가득 채우고 있다.
백민석 소설가는 “쿠바인들은 거리에서 자유롭게 개인 공연을 한다. 그 이유는 TV 방송과 영화, 라디오 등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껏 사회주의 국가라는 한계 때문에 주변에서 볼거리가 그리 많지도 않다. 심지어 인터넷이 안 되기에 특별히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도 없다”고 소개한다.
이어 그는 “그래서 그들은 개개인의 재미와 즐거움을 창출하기 위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며 인생을 향유한다. 쿠바에서는 대체로 1인 1예술이 성행하는데, 실제 거리에서 누가 보든 안 보든 괘념치 않고 자체 공연을 진행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쿠바는 미술, 음악, 무용, 스포츠 등이 발달해 있다. 특히 발레 하는 사람도 많다. 어린이의 경우 발레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기는 일이 많다”고 덧붙인다.
그는 쿠바 혼혈의 아름다움을 극찬한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신체적 아름다움이 ‘물라토(mulato)’ 혼혈인에게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중남미 백인과 흑인의 혼혈로, 특히 쿠바에 많이 거주하는 이들은 깨끗한 자연풍경과 더불어 충만하고 건강한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다채로운 표정과 순수한 미소, 거리낌 없는 활동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쿠바 여행을 떠나며 반드시 숙지해야 할 몇 가지
한국과 정상 수교가 돼 있지 않는 쿠바의 상황으로 인해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이드북은 매우 드물다. 2015년경 쿠바로 떠나는 자유 여행을 위해 백민석 소설가가 손에 든 가이드북 역시 매우 정보가 부족한 데다 어렵게 찾은 1권짜리 자료 도서였다. 그러므로 쿠바는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담을 참조하거나 직접 떠나서 체험하며 터득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백민석 소설가는 몇 가지 정보를 귀띔한다.
첫째, 무선 접속 장치 Wi-Fi[와이파이, Wireless Lan(WLAN)]는 길거리에서 해야 한다. 국영 통신사에서 카드를 구입해서 휴대폰에 입력하고 난 후 와이파이존이 있는 길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각 가정마다 인터넷 설치가 안 되어 있기에 관광객은 반드시 길거리 아이파이존을 찾아가서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
둘째, 쿠바를 여행하는 외국인은 기차와 배를 이용할 수 없다. 대신 버스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여권을 가지고 외국인 전용버스 터미널을 통해 이동을 해야 한다. 쿠바 내국인과는 엄격히 구분돼 있다. 또한 직접 현금을 내고 버스 예매를 해서 이용해야 한다. 하루나 이틀 전에 예매 가능하다. 그리고 아바나에서는 호텔을 이용하기 어려우므로 숙소 표시가 있는 민박집을 권장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공인된 민박집이라는 표시를 골목마다 해두었다. 숙소 찾기는 쉬우나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셋째, 보통 쿠바를 여행할 때는 반드시 비자카드를 소지해야 한다. 마스터카드는 사용이 안 된다. 안전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인의 경우는 편익을 도모할 수 없어 조금 불편하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쿠바 인근의 멕시코로 가야 하기에 크고 작은 일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징 때문에 사기를 치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일도 없다. 물품을 강매하지 않는다.
10대 청소년 시절부터 ‘글 쓰는 작가’를 꿈꾸던 백민석은 1995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소설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혀끝의 남자』와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러셔』 『죽은 올빼미 농장』 『공포의 세기』, 미술 에세이 『리플릿』 등이 있다.
다만 순수하게 ‘나쁜 짓 하면서 살지 말자’는 생활신조를 토대로 성실하게 글 쓰고 연구하며 관찰하는 일상을 통해 독창적인 작가, 개성 있는 작가, 탐험심이 가득한 작가로 대중에게 인지되고 싶다는 바람을 보이며 한국 소설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금껏 국내에서 보지 못한 내용과 형식을 도입해 장르를 초월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 이제 9월이면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단편집 출간을 위해 분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