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232호 = 주성진기자)문재인 대통령은 7월 19일 신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하며, 탈 원전시대 막을 열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는 등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탈 원전 대안으로 내세우는 게 신재생에너지 확대인데 자원도 없고 바람도 잘 안 부는 대한민국 특성상 무리한 청사진이라는 비판이 높다.
탈 원전 정책이 장기화하면 자칫 산업 인프라 후퇴는 물론 원전 수출 차질, 또 애써 키워온 인재들도 타국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무조건 탈 원전이 아닌 국가에너지대계획을 만들기 위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탈 원전을 향한 문재인정부의 빠른 행보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먼저 국민적 토론을 거치며 시간을 두고 이루어졌어야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다. 협치를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탈 원전 하면 가장 생각되는 부분이 후쿠시마원전 붕괴일 것이다. 후쿠시마원전 붕괴는 현재까지도 많은 피해를 가져오고 있으며 세슘으로 인한 피해가 매년 늘어나고 유전자 변이도 일어나고 있다. 원전 20킬로미터 범위에 설정됐던 경계구역은 지난 5월 ’피난 지시 해제 준비 지역‘이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민들이 귀향을 마음먹을 수는 없는 땅이 되었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의 대지진이 발생해 후쿠시마 제 1원전 전체가 작동이 중단되었고, 일본 장관은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2시간 만에 말을 바꾸는 등 혼란이 가중되었다. 일본 정부 또한 멜트다운(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되어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하여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함으로써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일)이 없다고 했으나 사고발생 두 달이 지나서야 멜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 6개월 그 긴 시간 동안 하루 3백 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매일 바다로 쏟아지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입을 다물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원전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고 했지만 며칠 뒤 도쿄전력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인정했으며 2016년 3월 기준, 후쿠시마 원전에서 2km 떨어진 지역은 여전히 서울보다 60배 가까운 방사능량이 측정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에는 녹아내린 핵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는 아직도 빼내지 못하고 있고 땅을 얼려 오염된 냉각수 유출을 막겠다는 계획은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3호기에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원자로에 물을 주입했는데 이 물이 고농도 오염수가 되어 원전 건물 지하에 고여 있는 상태로 건물 내부로 지하수가 침투하면서 원전 내 오염수는 매일 400톤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되어 있는 오염수의 양은 현재 수십만 톤에 이르지만 최종 처분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사고 발생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일본인은 전국적으로 17만여 명에 달하며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에 살던 어린이 116명이 갑상샘암으로 확진되기도 하는 등 원전사고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죽음의 도시가 되어버린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 현도 죽음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 원전의 내진설계는 6.5이며 신원전은 7.0이다.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판의 경계에 없기에 그런 지진이 날 확률이 적다고 한다. 하지만 확률이 적다는 것이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며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에 리히터 규모 5.1, 5.8의 강력한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모였다. 이 두 차례의 지진으로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지진을 느낀 뒤 불안감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전화가 빗발쳤다.
진앙지는 경주와 울산 중간 지점인 경주시 내남면 내남초등학교 인근으로 밝혀졌으며 지진의 진동은 경상도, 충청도, 제주도, 부산, 강원도,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감지되었다. 그리고 48분 후 오후 8시 32분에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1차 지진보다 더 강력한 모멘트 규모 5.8의 지진이 또 발생하였다. 첫 진앙지와 두 번째 진앙지는 직선거리로 1.4㎞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이 지진으로 부산에 있는 80층 고층 건물이 흔들렸으며, 서울 종로구에서도 3~5초간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지진이 감지되었다고 했다.
지진 여파로 부산국제금융센터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부산 도시철도 1~4호선이 5분간 정지했고, 울산화력발전소의 LNG 복합화력발전 4호기가 가동을 중지했으며, 월성원자력발전소도 1~4호기에 수동으로 가동 중지 조치가 취해졌다.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의 붕괴는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주요 국가들의 원전현황은 일본과 중국만 보아도 수십 기에 달하며 핵확산금지조항은 있어도 원자력발전소확산방지조약이나 축소조약은 없다. 영화 ’판도라’처럼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

지진은 현대과학으로 예측을 하지 못하며 일본의 경우도 지진 예측에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대비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이 발생하고 밀려온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원전의 모든 전력이 상실되어 냉각수 공급이 멈췄다. 결국 핵연료 용융이 일어나 수소가 발생했고 12일, 14일, 15일 4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각각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피해액은 패로 비용과 피해보상액 기준으로 20조 엔(약 210조원)정도로 추산되며 참고로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피해액은 100조~1000조 원 정도가 될 것이라 내다본다(2014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분석보고서 추정수치: 100~500조 원, 2012년 환경운영연합 추정치 1019조 원이다). 실로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것이며 울진 원전 부근 부산, 대구 포함 남부지방은 방사능 노출지역이라 볼 수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30㎞ 인근에 살던 사람이 17만 명이지만 한국은 특히 고리 1호기 반경 30㎞ 인근에 사는 사람이 320만 명이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수십 배의 피해가 될 것이며 현재 세계 각국은 원전 자체에 대해 비관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동아시아만은 예외로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을 비롯해 54개의 원전이 있으며 중국은 원전 13개에 이어 27개를 짓고 있고 추가로 100개 이상을 검토 중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은 그야말로 원전에 둘러싸여 있다. 과연 우리나라만 탈 원전을 해서 안전할까. 핵무기와 같은 원전사고가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반대급부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원 자립도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자원 빈국으로, 무연탄 수력과 신재생에너지를 일부 활용하고 있을 뿐 대부분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2016년 에너지 자립도는 4.3%에 불과하다. 그런데 원자력은 연료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자립도 수치에 기여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소량으로 필요한 연료를 수입하여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한 원자력발전소에서 다량의 전력을 생산하므로 기술 기반의 에너지로서 준국산 에너지로 분류하며 반세기 넘게 쌓아온 대한민국 원전기술의 공든 탑이 일시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새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이 가속하면서 원전 관련 기술개발부터 연구, 수출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탈핵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때문에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미미하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더 큰 이익을 구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한반도는 진도 7.0 이상의 지진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정말 지진에 관해서는 옆 나라 일본이나 중국 쓰촨성 지방에 비해 위험이 덜하다.
원자력 발전은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요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적은 자원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으므로 대한민국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했을 때 얻어지는 이득이 큰 발전수단이다. 첫째 대한민국은 지리적 요건으로 신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지역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에는 태양광·태양열발전기, 수력발전기, 풍력발전기, 파력발전기, 조력발전기가 있다 그런데 일단 태양광·태양열로 원자력급 이상으로 전력생산을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대한민국이 햇빛이 강력한 지역도 아니고 태양빛을 모으려면 그만한 토지가 필수인데, 국토의 80%가 산지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태양광에 맞는 지역이 절대로 아니다. 설령 한다고 해도 나무를 깎고 태양전지를 깔고 해야 한다. 친환경으로 한다는 것이 결국 나무를 자르고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풍력발전기도 마찬가지다 전제조건이 풍량이 많은 곳에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풍력발전기도 설치하려면 대량의 토지 면적이 필요하다. 즉 이것도 자연파괴는 필수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을 축소하고 있다고 하는데 세계 각국의 원자력 정책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과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 원전을 축소하고 있지만 미국 등은 원전 정책을 지속해 왔으며 2~3년이 지나 원자력을 다시 추진하려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원전 99기 중 88기가 20년 추가 운영 승인을 받았으며 이번에 멈춘 고리 1호기와 똑같은 원전이 미국에서는 연장 운행되고 있다. 영국 또한 원전 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후쿠시마 사태를 겪은 일본은 원전 재가동을 시작했다. 원전을 운영 중이던 31개 국가 중 27개국이 원전 유지 또는 확대 정책을 고려하고 또한 17개국에서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 규명과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고 전원을 다각화하여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한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각국의 정책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사고 이후 안전 점검을 위해 모든 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고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올리는 한편 강력한 절전 정책을 시행하는 등 원전가동정지 정책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에너지 비용 증가, 경제적 타격, 온실가스 저감 정책 영향 등 국가적 손실이 가중되어 일본 정부는 원전 비중이 17~22%를 차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한 원전에 대한 재가동 안전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중 센다이 1, 2호기, 다카하마 3호기가 상업운전을 재개하였다.
에너지 문제는 어느 쪽이든 양면이 있다. 만약 탈핵 정책으로 가면 어렵게 쌓아온 원자력 기술의 맥이 끊겨 버린다. 다음엔 원자력 산업을 새로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게 되며 한번 방향을 정하면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에너지 정책이다.
그래서 독일은 2011년 탈핵을 결정하면서 17명으로 구성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 윤리위원회’가 두 달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11시간에 걸친 생방송 TV 토론과 의회 표결 과정도 거쳤다. 물론 그전에도 오랜 토론이 있었다. 스위스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퇴출을 결정했으나 영국은 반대로 원전 확대 정책을,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후 정지시켰던 원전들을 차츰 가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제도는 5년 임기다.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이다. 할 수 있는 결정이 있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탈 원전이나 교육 체계의 근간을 손대는 것과 같은 나라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문제는 5년 임기 대통령이 자신의 선호나 편견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사 밀어붙인다고 해도 5년 뒤에 바로 뒤집힐 수 있으며 지금 원자력과 석탄 의존도를 줄인 후 무엇으로 에너지 대안을 삼을 것인지 로드맵조차 없다.
한쪽에 치우친 정책보다 탈핵 선언 같은 중대한 에너지 정책을 하려면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국민 전체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부담을 져야하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정책을 이루어 내야하며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신고리 원전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위원회는 공론화 설계와 국민과의 소통 촉진을 수행하고, 결론은 공론화위원회 설계에 따라 구성되는 시민배심원단이 내리게 된다. 만약 편향성 시비가 불거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찬·반 양론 중 한쪽이 공론화 작업에 불참하면 안 되기 때문이며, 결국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공정성 관리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론화위원회는 또 최종 판단을 내릴 배심원단 구성과 결론 도출 방식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정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별, 세대별 안배는 물론, 원전건설 찬·반 양측이 배심원 후보자 가운데 공정한 평결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후보자를 제외하는 절차도 필요하며 대국민 설문조사, TV토론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절차와 배심원단이 찬·반 양측 의견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게 하는 합숙 세미나나 토론회 등의 방법도 정할 예정이라 한다. 앞으로 공론화위원회의 시민 배심원들의 손에 에너지 100년의 시대가 어떻게 우리 국민의 삶속에서 안정을 누리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