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순실 일가 은닉재산 환수 조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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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 9개월여 만에 끝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비선진료 재판에 첫 선고가 내려진 이후 ‘삼성합병’ ‘이대비리’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도 하나둘 선고가 내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관련자들에게 유죄가 내려지는 가운데 오는 10월경으로 예상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선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5월 18일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첫 판결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비선진료’ 당사자 김영재 원장과 그의 부인 박채윤 씨에게 1심 판결을 내렸다. 김영재 원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박채윤 씨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원장은 대통령 자문의가 아닌 속칭 비선진료인으로, 청와대를 공식 출입 절차 없이 수차례 방문하며 미용성형 시술을 했다”라고 판시했고, 부인 박 씨에 대해서는 “남편 김 원장과 함께 청와대를 출입하며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고,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 씨와도 친분을 쌓아 혜택을 받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씨의 범행으로 많은 중소기업 운영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라고 선고했다. 더불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국회 국정조사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와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에게도 각각 유죄선고가 내려졌다.
이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재판에서도 유죄선고가 잇따랐다.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지난 6월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함께 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찬성 여부를 가리는 의결권 행사에 개입한 것으로 인정해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문 전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복지부 조모 국장에게 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도록 지시했다”라며 “문 전 이사장은 연금 분야 전문가인데도 복지부 공무원들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해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했고, 국민연금기금에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손해를 초래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과 불법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비선진료와 관련한 김영재 원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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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선실세’ 최순실 (왼쪽)이 5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그녀의 딸 정유라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245일 만에 검찰 체포상태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이대비리’ 전원 유죄, 그런데 정유라는 ‘모르쇠’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이대 입학과정과 학사관리에 비리가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6월 2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경희 전 총장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징역 1년6개월을,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게는 징역 2년을,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 모두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대에 입학하는 과정이나 재학 중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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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희 전 이대화여대 총장이 6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유라 이대 특혜’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입학시험 면접 위원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지시하는 등 입시에 특혜를 주고,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거나 교수가 대신 과제물을 해주는 등 학사관리에 각종 특혜를 준 혐의다. 특히 최 전 총장은 201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남궁 전 차장으로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에 정유라가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고 정 씨를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녀가 체육특기자로서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무조건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 주변의 모두가 자신과 자녀를 도와야한다는 그릇된 특혜의식이 엿보이기도 했다”라며 “자녀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급기야 비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이 그렇게 아끼는 자녀마저 피고인의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혐의의 당사자인 정 씨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관계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것은 물론 자기의 전공조차 몰랐다고 밝히며 어머니 최 씨가 다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특히 정 씨가 자신의 수업에 출석하지 않거나 시험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성적을 주는 등 특혜를 부연한 류 교수는 정 씨의 귀국 기자회견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전 30년 쌓은 작가와 교수로서의 인생을 모두 잃었는데, 저 애(정유라)는 참 뻔뻔스럽게 얘기하고 있네요”라고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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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주최한 국정농단행위자 재산몰수특별법(일명 최순실재산몰수특별법)추진 초당적 의원모임 출범식 및 최순실 일가 재산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
민주당, 최순실 은닉재산 조사위 구성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의 은닉재산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6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추진 초당적 의원모임 출범식 및 최순실 일가 재산 설명회’에 참석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 특별법안을 1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안이 12월 정기국회에 통과되는 것이 목표다. (그 사이) 재산을 다 빼돌리지 않겠느냐. 이걸 막기 위해 민주당에서는 최순실 일가의 은닉재산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추미애 대표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수일 내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식으로 통과가 되면 특별법이 만들어지기까지 6개월 정도 인터벌(기간)이 있는데, 당의 공식기구로서 특별법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특검도 특검 스스로 새로운 수사를 한 것보다 언론이나 청문회에서 제기된 것을 사법권을 가지고 사법처리한 것이 70~80%다. 이전 과정을 벤치마킹해 특별법 제정 전당 조사위를 통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해 특별조사위에 넘겨주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안 의원은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가진 북콘서트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만약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까지 추진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최순실 은닉재산을 환수하지 않으면 이번 촛불혁명은 반쪽짜리 혁명이 된다”라며 “특별법 제정에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면 직권상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대통령 파면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끝내면 안 된다. 시민의 힘으로 최순실 일가의 재산을 환수할 때 비로서 해결된다”라고 강도높게 제안했다.
안 의원의 저서 ‘끝나지 않은 전쟁’은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부정 입학, 박근혜 전 대통령 압력에 따른 승마 심판 경질, 문체부 인사 발령, 국정농단 청문회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내용을 밝히기 위해 3년간 추적한 기록도 고스란히 담았다.
한편 6월 26일 인사청문회를 가진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는 ‘최순실 은닉재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적 있느냐’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최순실 은닉재산을 숨겨둔 400개 페이퍼컴퍼니에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자금이 흘러간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해 향후 결과 발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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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6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2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안종범 수첩으로 새 국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특정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25차 공판에서 검찰은 최근 확보한 ‘안종범 수첩’ 7권을 추가 증거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도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 보좌관을 지낸 김건훈 씨는 지난해 조사 과정에서 검찰에 안 전 수석 수첩이 압수되자 이후 보관하고 있던 나머지 수첩 46권의 사본을 청와대에서 두 권의 책자로 만들었고, 안 전 수석 변호인에게 한 부를 준 뒤 각각 보관해왔다.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입수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총 56권으로, 검찰이 17권, 특검이 39권을 입수했다. 이중 특검이 입수한 39권의 수첩은 지난 2월에 김 씨가 건넨 것이었고, 이번에 검찰이 제출한 7권은 당시 특검에 내지 않은 7권을 입수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제출된 수첩이 원본은 없고 사본만 있다는 이유로 진짜 안종범 수첩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안 전 수석을 소환해 변호인 입회 하에 7권의 수첩을 비롯해 김 씨가 제출한 46권이 자필 기재가 맞음을 확인했다. 작성 경위 등에 비춰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 검찰은 삼성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도 추가 증인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날 검찰이 증인으로 추가 신청한 사람은 정유라 씨, 정 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신주평 씨, 장시호 씨와 모친인 최순득 씨,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 최 씨와 관련한 5명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 10명과 정부부처 공무원 5명으로 총 20명에 이른다.
이외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던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 등의 공판 녹취록과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조사도 이뤄졌다. 김 전 수석은 미르재단 의혹 보도 후 자신과 안 전 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박 전 대통령을 면담했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비선실세 얘기가 나왔는지 묻는 검찰의 질문에 “대통령이 ‘비참합니다’라고 하면서 최 씨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로 말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 전 수석은 “제가 (최순실이) 호가호위하는지도 여쭤봤지만 대통령이 그 사람이 한 일은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기억이 있다”라며 “비선실세 인정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빠지게 됐고, 제가 비선실세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대통령은 별다른 말씀이 없었고 전경련의 자발적 모금으로 정리됐다”라고 진술했다.
한편 재판부는 추후 변호인 측 의견을 듣고 안종범 수첩의 증거 채택여부와 검찰이 신청한 증인의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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