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물결플러스刊,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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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갑을관계로 요약되는 기득권의 횡포 때문이다. 이 같은 양상은 한국 개신교회(이하 한국교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교회는 스스로 갑의 자리에 올라 신앙의 외피를 입힌 횡포를 공공연히 자행한다. 신도는 교회의 작동에서 철저히 소외된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오로지 헌금 자판기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증상이 발견됐다면 이제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할 차례다. 새물결플러스에서 펴낸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는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질환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처방전을 내려준다. 이 책에서 진단한 한국교회의 질환은 신학의 빈곤, 반지성주의, 값싼 구원론, 맘몬 숭배, 메가처치 지향, 공격적 선교, 신학교 난립, 생태 파괴 등등 모두 스무 가지다. 날카로운 지성으로 한국교회의 병증을 예리하게 꼬집어 낸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한국교회의 타락상이 예상 외로 심각해 경악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충격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각한 중증을 앓고 있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메가처치 현상은 현대의 한국교회의 가장 큰 오류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뭔가 중대한 질병에 걸렸음을 알려주는 병적 징후다. (중략) 하지만 문제가 있다. 불행히도 한국교회는 메가처치 현상을 병의 증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교회 교인들은 메가처치 현상을, 지상명령을 수행하고자 하는 한국교회의 열심과 충성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교회 성장에 성공을 거둔 메가처치들은 복음전도를 잘 하는 능력 있고 건강한 교회라고 생각한다."
- 신광은, "제11장 메가처치 현상,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중에서
이 책은 한국교회가 부패·타락상으로 중증을 앓는 근본이유로 '공공신학 부재', 그리고 '공동체성'과 '공교회성'의 상실을 지목한다. 즉 공동체성과 공교회성의 상실이 개교회주의의 만연을 불러왔고, 신학의 부재는 반지성주의와 물신주의(맘몬주의)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한국교회의 맘몬주의는 너무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예수의 자리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육박했다고 경고한다.
"맘몬의 힘은 오늘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러 그 절정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중략) 한국사회 역시 군사독재정권에 의한 경제적 압축 성장에 이어 소위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형태가 뿌리를 내리면서 맘몬 숭배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한국교회 또한 급격한 수적 성장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맘몬 숭배가 한국교회 안으로 깊숙히 침투해 들어왔다."
- 박득훈, "제7장 교회 안의 맘몬 숭배 타파" 중에서
불행히도 한국교회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교회 안에서, 특히 목회자들로부터 불경한 것으로 치부됐다. 세습을 강행하려 한 충남 보령의 한 교회가 복음성가를 부르면서 세습반대 신도를 물리력으로 끌어낸 광경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 같은 타락상에 대해 이 책이 제시한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성과 지성을 제대로 사용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을 통한 구원이 내세적 구원이 아닌 '지금 여기'의 삶과 직결된 것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복음의 참 의미를 회복하며 복음의 정신을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삶에서 온전한 주인의 자리를 회복하는 한편 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본연의 역할을 되찾게 될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가르치듯이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을 향하게 하고, 그분의 영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우리의 지성과 이성, 그리고 우리의 의지와 감정을 온전히 사용하는 법을 우리는 배워가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성도의 삶,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을 이 땅에서 나그네로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강영안, "제2장 교회 안의 반지성주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중에서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강영안 외 19명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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