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한일 외교 갈등, 관계회복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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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한일 외교 갈등, 관계회복 어렵나
  • 신혜영 기자
  • 승인 2013.05.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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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잇단 도발, 한일 역사인식 갈등 심화…당분간 갈등 국면을 지속될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과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참배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24일 아베 총리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조직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영토 주권을 둘러싼 내외 발신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현안질의를 통해 일본 각료들의 입국 금지와 주일대사 소환 등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외신들도 일제히 일본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우경화를 강력히 비판하는 사설과 기사를 게재했다. 양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안정화를 위해 개선을 모색해온 한일관계는 당분간 갈등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日, 독도망언에 이어 야스쿠니신사 참배까지  

한일 외교 갈등의 시작은 한일 간 역사 인식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독도 도발 ‘망언’을 이어가면서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 4월23일 아베 총리는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제까지는 이러한 일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일본의 ‘침략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일본은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일본의 영토를 단호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망언에 이어 23일 일본 주요 각료에 이은 국회의원 168명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까지 정당화하고 나서면서부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당시 아베 총리는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 “주변국 반발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국가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영령에 대해 존경과 숭배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참배를 대놓고 두둔하고 나섰다. 특히 아베 총리는 특히 야스쿠니 참배로 외교상 마이너스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에 “국익을 수호하고 역사와 전통 위에서 자긍심을 지키는 것도 우리의 할 일”이라면서 “참배 문제가 없다면 관계가 좋아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거론하며 “침략에 대한 정의는 확실하지 않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당시 무라야마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에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의 길로 나아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제국 사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與野 “日 군국주의 회귀, 일본태도에 단호히 대응해야”

정부는 최근 이 같은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움직임으로 한일관계를 경색시키는데 대해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는 일본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출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24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일본의 극우화 움직임과 관련, “역사 인식을 바르게 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은 채 미래지향적 관계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면서 “이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경화로 가면 동북아와 아시아 여러 국가 간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고 일본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깊이 신중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의원들은 일본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일제히 성토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 21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아소 다로 부총리 등 각료 3명에 대해 “입국금지를 해달라”며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식민지 침략 역사와 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다.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일본의 일련의 도발은 독도 침탈로 이어지는 침략근성의 발로”라며 “영토 관련 대중국, 대한국 망동을 보면 영토이익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안정된 한일 관계를 위해선 올바른 역사인식에 바탕을 둔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방중에 앞서 “우리는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도 성명서에서 “아베총리의 발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이라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버리고 제국주의의 과거로 회귀하려는 반역사적 망언이자 일제강점으로 고통 받은 주변 국가들에 또다시 상처를 주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면서 “야스쿠니 참배 등 역사문제에 있어 정부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뜻에서 지난 21일 윤 장관의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하는 강수를 뒀다. 

외신, 일본 우경화 강력 비판 “경제에 더 신경 써라”

일본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외신들도 일제히 비판했다. 지난 23일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한 것을 두고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자 주요기사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최근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베 총리가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일본의 현행 평화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것은 한국 등의 반발을 피하기 위한 전술로 개헌 절차를 규정한 헌법 96조를 먼저 개정해 개헌 요건을 완화하려 한다”고 보도하며 “현행 일본 헌법 96조는 개헌을 위해서는 중의원 참의원 모두 3분의 2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이를 단순 과반으로 완화하자는 것을 7월 참의원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일본의 불필요한 군국주의(Japan's Unnecessary Nationalism)’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일본의 군국주의 행태를 미화해온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그가 이끄는 자민당은 역효과를 불러오는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뉴역타임스는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지난 23일 태평양 전범을 숭배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전하면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일본 제국주의로 고통 받은 한국과 중국이 이를 얼마나 민감한 이슈로 받아들일지 잘 알고 있으며 두 나라의 반응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베 일본 총리는 역사의 상처들을 헤집지 말고 장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부활과 아시아의 지도적인 민주 국가로서의 역할과 같은 일본의 미래를 그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는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바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야스쿠니 참배 등이 경제 등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에 비교적 긍정적이었던 요미우리(讀賣)신문도 24일 사설을 통해 “아소 부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아소 부총리가 요직에 있는 이상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했다. 

日 외교·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

지난 5월26일 아베 총리는 자신의 역사인식 발언과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을 둘러싸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역사인식에 관한 문제가 외교, 정치문제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면서 “일본이 과거 많은 국가, 특히 아시아제국의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인식에 아베 내각은 역대 내각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단 사태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25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 등으로 외교 갈등이 불거지자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단편적인 발언이 아니라 전체적인 톤을 보고 우리의 역사 인식을 평가해달라”며 진화를 시도했다. 지난 4월25일 오전 정례 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일본의 중요한 인접국인 한국·중국과의 관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역사 인식 문제를 외교·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에 큰 손해와 고통을 줬고, 국내외의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는 입장은 이전 내각과 마찬가지”라며 “단편적인 발언이 아니라 전체적인 톤을 보고 우리의 역사 인식을 판단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자민당 선대위원장도 24일 아베 총리의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서로 너무 과열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베, 7월 참의원 선거 위한 계산된 행동

정부는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몰상식’ 역사인식 및 도발 행태는 오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허영일 부대변인은 “아베 일본 총리가 대북강경발언까지 불사하는 것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며 아베 총리의 의도를 분석했다. 허 부대변인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의도하는 것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개헌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개헌선을 확보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다음 수순은 자명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 재무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은 곧바로 핵무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아베는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지지층을 확보하며 2006년 첫 집권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전부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를 담은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 수정, 자학사관 교육 철폐,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극우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후소샤 교과서도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었다. 무라야마 담화가 나온 이듬해인 1996~97년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결성됐고, 이를 적극 후원한 국회의원들이 있었으며, 그 중심인물이 바로 아베였다. 사실 패전 후 일본은 미 맥아더 사령부 아래서 군국주의 헌법·교육 내용을 바꿔야 했다. 이때 만들어진 교육기본법은 적어도 군국주의 침략의 반성을 깔고 있는데, 아베는 이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매년 반복되는 일본 교과서 왜곡 파동은 아베가 바꾼 교육기본법에 따른 것이다. 23일의 아베 발언은 아베 본래의 역사관이며 치밀한 계산 아래 나온 망언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참의원 선거결과 지켜본 뒤 대응방안 결정”

민주통합당은 박 대통령에게 외교적 노력을 주문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성큼성큼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 “이번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하는 강경한 자세는 잘했다고 평가하지만 단기적인 대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의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노골적인 군국주의 회귀와 제국주의 야욕을 드러내는 행태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정부는 아시아 평화를 깨는 일본의 움직임에 강력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5일 일본 국회의원 168명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집단참배 등 갈수록 노골화되는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과 관련, 유엔 차원의 논의와 결의를 촉구했다. 그는 “동북아 평화질서를 유지하는 동시에 평화수호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결집해 역사의식 정상화에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유엔에서 유엔 헌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논의와 결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25일 오전 벳쇼 고로(別所浩郞) 일본 대사를 초청해 연일 극우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왜곡과 관련, “일본 정부와 정계인사들의 일그러진 역사인식과 시대착오적인 언행에 대해서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라며 엄중한 항의와 더불어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일본이 저지른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 역사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막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과거를 뒤로 하고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자 하는 우리정부로서는 극도의 안타까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본이 과거를 정직하게 겸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그로부터 오늘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 잡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란다“라며 하루빨리 과거사의 질곡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했다. 

벳쇼 대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계속되면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일본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여러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내걸었던 우익 공약을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하나하나씩 다 해나가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참의원 선거결과를 다시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단계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한다고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정부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가겠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취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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