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4·1 부동산 종합 대책’은 주택시장 정상화, 하우스·렌트푸어 지원, 보편적 주거 복지 등 3대 항목으로 요약된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 혜택의 문을 지금보다 더 활짝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2008년 이후부터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주택구입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세시장 불안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주택시장 침체는 민간소비 회복을 지연시키고 향후 시장 부진 심화·장기화시 금융시장의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거시경제 전반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박근혜정부는 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 서민주거와 민생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주택 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주택공급물량 적정수준으로 조절
우선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주택공급물량을 시장상황과 수요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 나갈 계획이다. 공공분양주택은 기존 연 7만에서 2만 호로 축소하되, 60㎡ 이하 소형 주택으로만 공급하고 소득·자산기준을 강화해 민간주택과 차별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 내 신규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중단키로 하고 기존 지구는 공급물량 및 청약시기 등을 조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장수요를 감안해 공공택지·보금자리지구 등의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민간부문의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의무 착공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공급과잉 우려가 큰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도 적정 수준으로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박근혜정부는 시중 여유자금을 활용해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우선 임대사업자의 택지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하고 민간 임대주택의 시설관리 및 임차인 관리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신설한다는 복안이다. 임대주택 리츠에 대해서는 1인당 주식소유한도(30%), 공모의무(30%)의 적용을 배제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의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세제상 인센티브와 의무를 함께 부여해 공공임대주택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준공공임대주택’제도를 도입한다. 이 외에도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개발부담금 한시감면 등도 추진한다.
취득세·양도세 감면수혜 폭이 대폭 확대
이번 4·1 부동산대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감면 등 세금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 세제(취득세·양도세 감면) 수혜 폭이 대폭 확대됐고, 청약제도, 금융과 세제가 어우러진 패키지형 대책을 통해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여건도 개선됐다. 이는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가 국제금융위기(IMF)로 인한 자산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정부로서는 주택구입심리 회복이 가장 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취득세 한시면제, 국민주택기금지원 확대를 통해 주택구입을 지원한다. 부부합산 6,000만 원이하 가구가 금년 말까지 6억 원·85㎡ 이하 주택을 생애최초로 구입할 경우 취득세는 전액 면제 받을 수 있다.
한편, 그동안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 기준 적용으로 난항을 겪었던 4.1부동산대책에 따른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조치가 4월22일부터 적용됐다. 22일부터 연말까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 원 이하’인 주택을 구입하면 향후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된다. 1가구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한 기존 주택과 신규·미분양 주택이 그 대상이다.
반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대상은 ‘6억 원 이하 모든 주택’이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가구가 생애 처음으로 6억 원 이하 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면제받는다. 다만 연말까지 잔금납부를 끝내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만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규모를 2조 5,000억 원에서 5조 원으로 확대하고 금리 인하도 추진할 계획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DTI를 은행권 자율로 적용하고, LTV도 70%로 완화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9억 원이하 신규·미분양주택을 구입하거나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9억 원·85㎡ 이하 주택을 금년 말까지 구입할 경우 취득 후 5년간의 양도소득 세액을 전액 면제할 계획이다. 또 민영주택 청약가점제 적용대상을 85㎡ 이하에만 적용하고 적용비율도 현행 75%에서 40%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우스·렌트푸어 지원…실효성 의문도
하우스푸어 대책은 주택 보유 희망자와 매각 희망자로 나눠 시행된다. 3개월 이상 대출 상환이 연체된 집주인을 위해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주택매각 희망자는 임대주택 리츠에 주택을 팔 수 있도록 했다. 전용 85㎡ 이하 1주택 보유자가 리츠에 매각하면 5년간 보증부 월세 방식으로 임차해 살 수 있다. 리츠는 감정평가액 이하 수준에서 역경매 방식으로 하우스 푸어의 주택을 매입한다. 임대계약기간이 끝난 후 원소유주에게 재매입 우선권을 부여하되, 재매입하지 않은 주택은 리츠가 시장에 매각하고, 매각되지 않은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하우스푸어의 빚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지분매각제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가 6월부터 시행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정부는 올해 캠코의 대출채권 매입으로 최대 1,5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문제는 하우스푸어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다른 채무가 있는 다중채무자여서 주택 지분을 팔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아도 나머지 채무 때문에 부채 경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신용정보평가업체 KCB가 발표한 ‘가계부채의 미시적 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하우스푸어 평균 대출잔액은 3억 1,140만 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절반가량(1억 4,903만 원)을 차지한다.
변동준 KCB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하우스푸어의 절반 이상이 다중채무자였고 나머지 30%는 2금융권에서 대출받아 대출상환 부담이 높은 계층이었다. 이들이 주택 지분을 판다고 해도 어차피 월세 형태의 지분료를 내기 때문에 빚 부담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목돈 안드는 전세’ 렌트푸어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세입자의 전세금 대출을 받아주되 집주인에게는 소득세 비과세·양도세 중과폐지·보유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은 임차인이 전세자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에게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양도할 경우 금융기관에게 우선변제권을 부여함으로써 전세대출의 담보력을 강화해 대출금리 인하 및 한도확대가 가능토록 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5,000만 원, 지방은 3,000만 원이 한도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야 하고 전세금 3억 원 이하(지방 2억 원)여야 한다. 아울러, 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주거복지 지원으로 주택시장 정상화
무주택 저소득가구는 누구라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 주거복지’를 추진한다. 오는 2017년까지는 소득 5분위 이하 520만 무주택가구의 64%가 2022까지는 소득 5분위 이하 550만 가구 모두가 공공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행복주택 등 연 13만 호 공공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공공임대 11만 호 공공분야 2만 호 등 공공주택을 연 13만 호를 공급한다. 공공 임대주택은 건설방식과 매입·전세방식을 합해 연 11만 호를 공급하고 매입·전세임대 및 행복주택 등 도심 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행복주택은 철도부지, 국·공유지 등을 활용해 업무·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개발 방식으로 건설해 도심재생 및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총 20만호를 공급하되, 금년에는 수도권 도심의 6〜8개 지구에서 약 1만 호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며(일부는 착공 추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과 주거취약계층에게 부담 가능한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수혜자 맞춤형 주거비 지원도 강화한다. 주택바우처 도입, 주택기금 융자지원 등 수요자지원 방식을 확대하고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 생애주기별 주거취약시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저소득 가구의 월 임대료 보조를 위해 현행 주거급여 제도를 소득·거주형태·임대료 부담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주택바우처 제도로 확대·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생애주기별 주거취약시기에 대한 정부지원도 강화한다. 대학생 주거지원을 위해 대학생 전세임대를 지속 공급(연 3,000호)하고, 기숙사 건축비 일부(53%)에 대해 저리(연 2.0%)로 국민주택기금을 융자지원하며,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 원이하 신혼부부에 대해 연 3.5%의 저리 전세자금을 연 2.5조 원 규모로 지원할 계획이다. 저소득층의 높은 1인 가구 비중을 감안해 공공임대주택의 소형주택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고령자,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등 주거약자용 편의시설을 갖춘 주택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저소득 서민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영구임대주택의 난방용 유류에 대한 부가세도 면제해 공공임대주택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투기적 수요창출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탄력적으로 정책 운용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주택시장이 과거의 과도한 정부개입과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조정기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침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렌트푸어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가계안정을 도모하고 주택·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주택거래 정상화뿐 아니라 주택바우처 등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주거 분야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서민 주거안정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복지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과 지방에 관계없이 골고루 전국 주택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대폭 해제,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계획입지사업에 대해 1년간 수도권은 50% 경감하고 지방은 100% 면제해주는 개발부담금 한시감면, 재개발·재건축사업 시행시 주택미분양자에 대한 현금청산시기 연기, 지방 재건축사업과 뉴타운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적용 방안은 주택정비사업의 사업성 개선에 큰 효과가 있을 전망된다. 이 같은 대책으로 침체되어 있는 지방의 부동산시장과 재건축사업 등의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관련 후속조치를 조속히 추진하고 법률 개정사항도 국회 협조를 통해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대책을 두고 과연 서민 주거안정에 실효성이 있을까하는 의문과 투기적 수요창출·부자감세 중심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대책의 적시성(適時性)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년여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자생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태에서 강력한 대책이 나오면 오히려 시장을 과열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시장 동향을 면밀히 감시해 국지적 과열 움직임이 포착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탄력적으로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