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 있어서 생활의 필수조건인 전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역사는 100여 년. 한성전기로 출발해 일제 강점기에는 수십여 개의 전력회사로 난립됐다가 해방 이후 전력 3사를 거쳐 1960년대 경제 개발기에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통합됐다. 국가의 에너지와 환경, 산업과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전력산업의 발전과 함께해 온 전국전력노동조합은 1946년 경성전기노조를 시작으로 전력노동자와 전력산업의 미래를 견인해 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
2011년 9월 전국적인 대규모 순환정전으로 국가의 동맥이 일시 정지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전력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모든 책임은 한전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고군분투해 온 전력노조가 있다.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순환정전 사태의 원인은 경쟁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 그리고 에너지 가격정책의 왜곡이 불러온 것입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에는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대신 재벌 계열사의 민자 발전사에는 연간 수천 억 원의 부당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 현재 전력 거래제도의 심각한 문제입니다”라며 “잘못된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고 전기요금 체계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전 민영화를 목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이 추진되면서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2001년 한국전력의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등 발전 부문이 6개 자회사 체제로 분사됐으며 이후 전력 산업을 민영화하는 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민영화 정책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환경뿐 아니라 산업 및 경제적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다. 특히 1차 에너지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인 동시에 남북이 분단된 반도국가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볼때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었던 것이다.
전기요금 체계의 정상화 시급
또한 김 위원장은 현행 전력거래제도와 전기요금 체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수급불안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기를 구입하여 국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한다. 작년에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구입한 전기요금은 45조 8,000억 원. 그러나 국민들에게 판매하고 받은 전기요금은 46조 2,000억 원. 송전비용과 배전비용 등 원가를 반영하면 그야말로 콩값보다 두부값이 더 싼 셈이다. 여기에는 원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되는 산업용이나 농사용 등 정책요금과 각종 복지혜택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수급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로 인해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며 전기 공급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제살 깎아먹는 정책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전기요금 체계의 정상화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산업용이나 농사용 등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인해 생산과정에서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가정용을 비롯한 타 부문의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한전, 그리고 소비자 등 요금부담주체를 명확히 하고 비상식적인 전력거래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잘못된 구조개편을 폐기하고 전력산업을 다시 살려 한전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한편, 공익을 실현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