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전면금연 실시, 관련업계 도미노 폐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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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전면금연 실시, 관련업계 도미노 폐업 위기
  • 이지원 기자
  • 승인 2013.05.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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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연권 존중 정책, 자칫 자영업자를 궁지로 내몰 수 있어

6월8일부터 시행되는 PC방 전면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일정 기간 법 시행을 유예하자는 법인 지난달 국회에서 부결됐다. 지난 4월16일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과 민주통합당 전병현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이 같은 법안을 상정했으나 보건복지부의 반대와 법안소위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부결됐다.

 

지난 2011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공포된 PC방 전면금연에 대한 유예법안이 이번 회기 내 법안 처리가 불가해짐에 따라 금연법이 PC방의 규모에 관계없이 전면 적용된다. 이에 흡연자들뿐 아니라 PC방 점주들과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에 PC방 업계는 유예기간이 아니라면 충분한 계도기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4월17일 범PC방생존권연대(이하 PC방연대)는 금연법의 유예기간 연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게 됨에 유감을 표하고 타 업종과의 형평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PC방과 달리 음식점이나 카페는 2015년까지 유예기간을 확보했고 흡연부스 설치비용도 지원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PC방연대는 “PC방은 지난 15년 동안 정부로부터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을 뿐 지원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금연칸막이 설치와 철거비용에 대한 보상과 타 업종과의 형평성에 맞춰 충분한 계도기간을 줄 것을 요구했다. 

PC방 업계 “생존권 위협이다”

PC방 전면금연은 PC방에 출입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손님 대부분이 흡연자인 PC방 업계에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이들은 이번 금연법 시행이 업계의 노미도 폐업사태를 유발하는 생존권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PC방 업주는 “사실 PC방은 장시간 게임을 하며 음료수와 라면 등을 소비하는 데서 수익을 내고 있고, 손님 중 70% 이상이 흡연자인데 이번 금연조치는 문을 닫으라는 소리다”라며 타는 속을 내비쳤다. 실제로 PC방을 찾는 이들 중에는 집에서는 피울 수 없는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기 위한 경우가 많아 흡연자들 중에는 “금연조치가 시행되면 PC방에 올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특히 스마트폰에 시장을 빼앗겨 2만 개에 육박하던 PC방수는 현재 반으로 줄어든 상태. 6월부터는 흡연 손님까지 줄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PC방연대 하양수 사무국장은 “대만에서는 PC방 금연정책 시행 이후 영업장의 70% 이상이 폐업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 같은 업계 고사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PC방에 연관된 산업에까지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2009년 전면 금연을 실시한 지 2년 만에 6,000개의 PC방이 3,200개로 줄었다.

통계청의 조사결과 전국의 ‘컴퓨터 게임방 운영업’의 규모는 2006년 2만 9,000여 개에서 2011년 1만 5,700여 개로 25% 가량 감소했다. 매출역시 1조 6,127억 원에서 1조 1,183억 원으로 31%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2007년 금연 칸막이 설치를 의무화한 PC방 등록제가 실시되면서 부터였다. 때문에 이번 전면 금연이 실시되면 훨씬 더 많은 업체들이 폐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조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 PC방 업주 800여 명 중 66%인 520여 명이 ‘전면금연이 도입될 경우 폐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관련업계도 긴장한다 

온라인게임 업계도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PC방은 게임업체의 주요 홍보, 마케팅 채널이자 수익원으로서 금연법 시행에 따른 PC방 매출 감소 등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업계는 금연법 시행으로 인해 성인 이용자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모바일 게임에 밀린 온라인 게임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업계측은 저 연령층이 하는 게임보다는 고스톱, 포커 등 장시간 즐기는 성인 게임에서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PC방에 컴퓨터와 장비를 납품하는 전자상가도 울상이다. 새로 창업하는 PC방은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PC방에 의존하는 전자상가의 PC관련 업체들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전자상가 내에 위치한 한 PC 조립업체에는 최근 들어 PC방 폐업 처리 문의가 줄을 잇고 있으며 이들은 PC방의 절반가량이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 봤다. 

전자상가 내의 업체들은 인터넷 쇼핑몰과 전문 양판점 등을 통해 PC를 구입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한차례 타격을 입고 사향길을 걷고 있던 차에 PC방 금연 회오리에 휘말리게 됐다. 대표적인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입주 업체 중 절반 이상인 4,000여 곳이 컴퓨터 관련업체로 최근 들어  문을 닫는 업체들이 증가해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PC방연대는 “PC방이 대거 문 닫을 경우 2,000억 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들고 PC판매업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업체, 게임사, 인테리어업체, 유지보수업체, 가구업체 등 관련 산업의 동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연칸막이를 미리 설치한 PC방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실내금연을 실시한 국가 중에는 금연의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관련 산업의 붕괴를 겪은 나라도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2004년 실내 흡연 금지 정책을 도입했지만 흡엽율을 그대로 였고 2005년 도입한 이탈리아와 2007년 도입한 포르투갈의 경우 흡연율이 되레 늘었다. 영국은 2007년 공공장소 흡연금지안과 맥주 세금 인상 후 1년 동안 2,377개의 술집이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2만 4,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서울시 5개 관광특구 금연구역 지정 조례개정안, 상위법에 충돌 가능성 

이 가운데 지난 달 서울시의회가 명동과 이태원 등의 관광특구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연간 700여 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이들 관광특구는 현재 금연권장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담배꽁초 무단투기자에 대한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을뿐 흡연자에 대한 단속은 불가하다. 

1995년 재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현재 유치원, 초·중·고교, 병원 등의 의료기관과 보육시설 등이 금연시설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서울시가 조례로 정한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도심 공원 등 일부 지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강남대로는 해당 자치구가 직접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구역으로 이와 같은 거리 금연구역 지정은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추진되는 관광특구 금연과 같이 특정 지역 전체에 대한 금연지역 추진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관광특구는 이태원, 동대문, 종로·청계천, 명동, 잠실 등 5곳. 조례가 통과되면 이곳에 위치한 술집이나 음식점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며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5~1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서울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흡연자뿐 아니라 관광특구별 일반음식점 수가 최소 100개가 넘어 해당 지역의 상인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안이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집법에 따르면 영업장 면적 150㎡ 이상 일반 음식점이나 술집에 별도의 흡연구역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례안은 모든 건물 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서울시는 상위법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법률자문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더불어 해당 지역의 관광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관광객까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많아 개정조례안의 시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연법 실시 자영업 점포에 악영향 끼칠 것으로 예상  

금연구역 지정이 음식점이나 PC방, 카페 등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만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 점포거래소인 점포라인이 ‘금연법이 점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점포 매출 및 순익과 가치 하락’ 등이 가장 많았고 ‘6개월 계도기 이후가 걱정’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흡연고객과 비흡연 고객 간의 다툼 증가’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반대로 금연법 시행을 찬성하는 응답자들은 28%에 그쳤으며 이들은 ‘매장 청결도와 고객만족도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이에 금연법 시행을 기회 삼아 비흡연 고객을 창출하거나 특화된 흡연공간 조성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등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흡연권과 혐연권 절충한 ‘분리형 금연정책’

이렇게 금연지역이 늘어감에 따라 일각에서는 흡연권 존중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담배도 ‘합법적인 상품’이기에 소비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간접흡연으로부터 차단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흡연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전면금연을 실시하기보다는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리형 금연정책은 뉴욕이나 홍콩 등 길거리 흡연금지를 추진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거리 곳곳에 흡연 공간을 설치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식당이나 숙박시설에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25%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을 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혐연권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물론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가 핵심이고 혐연권은 건강과 생명권에 연결되는 권리로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는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하는 기본권으로 인정한 바 있다. 상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 상위기본권 우선으로 하는 만큼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때문에 담배를 허용하는 한 흡연자와 혐연자가 공존할 수 있도록 공간의 나눔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금연구역을 차츰 늘려갈 방침으로 현재 연간 5만 명 이상을 등록해 관리 중인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확대하고 담뱃값 인상 정책을 촉구해 현재 44.2%인 서울 성인 남성 흡연률을 2020년까지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29% 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연구역 지정문제는 흡연자와 혐연자들의 권리충돌뿐 아니라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모두의 권익이 상충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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