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불거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질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5월9일 LA 빌트모어 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을 통해 윤창중 대변인이 경질됐다고 발표했다. 이 수석은 "윤 대변인이 방미 수행 기간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 품위 손상시켰다고 판단했다"면서 경질 경위를 설명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한ㆍ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7일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술을 마시다 미국에서 채용된 현지 인턴 여성 A씨의 엉덩이를 '허락 없이 움켜줬다'고 전했다. 피해여성은 사건 발생 후 즉각 미 경찰당국에 신고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실은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파문이 커지자 윤 전 대변인은 황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의 휴대폰은 꺼진 상태이며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대변인이 경질돼 황급히 귀국한 사건은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이번 윤 전 대변인의 사고는 예고된 일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사실 윤 전 대변인은 임명 초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과거행적 때문이었다. 그는 1981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이 입문한 뒤 KBS를 거쳐 세계일보 정치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1992년 청와대 정무비서실로 입성했다가 다음 해인 1993년 세계일보 정치부 차장으로 복귀해 정치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다가 1997년 당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대선 후보 캠프 부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1999년 9월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에 복귀했다. 정치권과 언론을 회전문 드나들 듯 넘나든 그의 과거 행적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그를 인수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고,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취임 후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윤창중 인사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불통인사’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에 불통인사의 대표주자가 박 대통령의 첫 공식 해외순방에 사고를 낸 것이다.
윤 전 대표의 성추문은 특히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던 터라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불통’이 새로이 논란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6명의 인사가 낙마했고 잇다른 낙마행진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됐다.
박 대통령의 방미는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던 새정부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기회였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처신은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마저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과 같은 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속히 소통과 화합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