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종사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화상태인 자영업 시장은 과다 경쟁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37만 명이 창업하고 이중 34만 명이 휴·폐업했을 정도. 특히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맹비를 받지 않는 영세편의점 공동브랜드 ‘팝스토어’가 주목받고 있다.

심성영 팝스토어 대표는 “팝스토어의 가맹 조건은 단 한가지입니다. 같은 포스(POS :Point of sales)를 사용하고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여 서로의 힘을 함께 연대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포스 시스템은 편의점 컴퓨터에 설치된 매장 관리 소프트웨어로 재고 관리와 물품 주문 등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자체 포스 시스템으로 수천여 개의 가맹점에 물품을 싸게 공급하고 버스카드 충전이나 포인트 할인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 대표는 “개인 편의점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밀리는 이유가 바로 포스 시스템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로열티로 고통 받아 온 편의점 점주들에게 희소식 전해
10여 년간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했던 심 대표는 불합리한 기존 편의점 구조를 타파하고자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출 이익의 35%나 되는 로열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름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대기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편의점을 성공시킬 자신도 있었다. 목이 좋기로 이름난 종로서적 부근에 편의점을 열었지만 매출은 쉽사리 늘지 않았고 개별적으로 물품을 공급하니 공급가격이 높아 수익성도 떨어졌다.
더욱이 버스카드 충전과 포인트 할인이 되지 않아 편의점을 많이 찾는 학생들의 발길도 끊겼다. 특히 열악한 포스시스템으로 인해 개인 편의점이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에 심 대표는 2004년 ‘링크포스’라는 회사를 직접 설립해 개발자를 뽑고 좋은 포스 기기도 사들였다. 하지만 편의점 점주들이 낯선 서비스와 비싼 기기를 외면해 담보로 잡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어렵게 모은 돈 수억 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던 중 2008년 신용카드 VAN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하여 포스시스템을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점주들에게 포스시스템을 무상으로 공급하게 되면서 사업 성장의 기회가 찾아 왔다. 무료로 포스기기를 제공했더니 사용자들이 130여 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심 대표는 버스카드 충전에 매달렸다. 매장이 적어 투자 대비 효과가 낮다고 난색을 표했던 멤버쉽, 포인트카드 업체들도 매장이 늘어나자 조금씩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HP가 영세 편의점을 살리자는 팝스토어의 취지에 동참해 포스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서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이렇게 시작된 팝스토어는 포스시스템 무상제공, 간판비용 지원, 가맹비가 없는 이유로 일반편의점에 비해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창업비가 절감되고 매출 부진이 확실한 점포나 근거리에 팝스토어 가맹점이 있는 경우 출점을 하지 않는다. 팝스토어는 최초 계약시 브랜드 가입에 따른 가입비 50만 원과 매월 전산유지비용으로 받는 월 관리비용 8만 원이 점주가 부담하는 비용의 전부이고 영업시간 및 판매활동에 관한 제반 사항은 점주의 자율로 운영이 된다. 점포 창업에 따른 수익보다 점포 운영을 지원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서 심 대표는 “무엇보다 점주가 자발적으로 운영해 점주가 행복한 편의점입니다”라고 자랑했다. 이렇다 보니 팝스토어는 처음 창업을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기존의 편의점을 운영하던 이들이 계약 종료 후 팝스토어를 창업하고자 찾는 경우도 많다. 심 대표는 신규 점주들을 위해 본사 차원의 위탁교육을 제공하고 운영에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 선배 점주들의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철저하게 점주를 위한 창업 컨설팅을 제공한다.
선진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공기업 코레일유통과 동반 성장 협약을 하게 되어 향후 팝스토어가 전국 기반의 회원점을 갖춰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 구색 다양한 상품을 매일 매일 신선하게 공급 받는 다는 것은 지방에서 영업하는 개인편의점 점주들의 오랜 숙원이었고, 팝스토어의 이런 취지에 코레일 유통이 참여해 줌으로써 지방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의 열악한 환경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점주들의 힘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물류인프라를 코레일 유통이 제공해 줌으로써 지방 구석 구석 골목상권도 좋은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심 대표는 이 또한 팝스토어에 힘을 실어 준 점주들에게 공을 돌린다. 팝스토어 브랜드로 힘을 모아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물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성과를 향후에도 철저히 점주님과 연대하여 만들어 갈 것이라고 한다. 팝스토어의 이러한 다각적인 지원으로 점주들은 오직 매장에서의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심 대표는 “2012년까지 오픈한 팝스토어는 모두 70여 곳, 올해는 30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사회적 브랜드로 자리 잡아 1,000호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점주가 함께하는 공동브랜드
영세한 개인 편의점 점주들이 대형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도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심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키스트’도 미국 캘리포니아 농민들이 공동으로 만든 브랜드입니다”라며 “팝스토어도 편의점 점주들이 함께하는 공동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선천성 안면장애로 20대 초반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심 대표는 이후 월급을 받는 부점장, 점장까지 오를 정도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자칫 핸디캡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심 대표는 더 밝은 모습으로 고객을 대하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다. 덕분에 오늘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는 그는 “사람을 소중히 하는 정책,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대기업과 일본계 대형마트들이 골목상권에 진출해 이제 오래된 빵집이나 슈퍼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끔 옛날 가게에서 팔던 음식의 맛이 그리워집니다”라며 “편의점은 마케팅에 있어서 슈퍼나 마트와는 차별성을 갖습니다. 보다 좋은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상생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