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할머니/소설가 장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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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할머니/소설가 장삼구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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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넷 삶의 연륜으로 세상의 등불이 되다
삶, 그리고 죽음은 자연스러운 인생의 흐름이다

“부끄럽지만 제가 안동댁을 쓴 사람입니다” 지난해 10월, 80세가 넘은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한 소설가 장삼구 씨. 그녀의 첫 마디는 이랬다. 여느 이웃 할머니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주던 그녀의 모습에서 소설 「안동댁」의 이미지가 연상된 건 아무래도 이런 소박함에서 묻어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 1987년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진 「안동댁」은 안동 김씨 가문의 둘째 딸 연순이가 열일곱 어린 나이에 밀양 박씨 종갓집으로 시집을 가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때부터 안동댁으로 살아간 연순. 그러던 중 한국전쟁으로 낯선 부산으로 피난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세 아들과 힘든 삶을 꾸려나간다. 비록 낯선 땅에서 남편과 시어머니를 떠나보냈지만 안동댁은 마음 따뜻한 할머니와 식당부부의 도움으로 제법 돈도 모아 아들 셋을 훌륭하게 키웠다. 이제는 자신이 꼭 이루고 싶었던 자선사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희망의 집’을 세우고 여생은 남을 위해 살다 68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한 많은 인생이라 했지만 안동댁의 인생길은 시련과 고통을 인내와 성실로, 그리고 사랑으로 극복한 참 삶의 길이었다. 남을 위한 봉사와 일곱 가지 신념으로 살아온 68년간의 짧고도 긴 삶이었다” 이는 곧 안동댁과 동시에 장삼구, 자신이 될 수도 있다. 당시 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삶과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느꼈다는 장삼구 소설가는 이 여인의 삶을 자신의 꿈인 양 소설로 조명하고 싶었다고 한다.
안동댁은 기존의 소설과 달리 클라이막스도, 복잡한 관계도 없다. 인생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안동댁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안겨주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장삼구 소설가는 말한다.



“글 쓰는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다”
“지금도 나는 매일같이 일기를 쓴다”고 말하는 장삼구 소설가. 그녀의 해묵은 일기장속에는 그녀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종갓집 큰 며느리로 시집와서 맡은 소임이 막중했다는 그녀는 단 한번의 불평 없이 살아왔다. 그때는 그게 사람 사는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그녀의 욕구를 잠재울 수 없었던 건 바로 글. 글은 그 시절 장삼구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자 희망이었다.
젊은 시절 소설 ‘레미제라블’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는 장삼구 소설가의 일기속에는 수많은 시들로 가득하다. 그녀는 모든 삶이 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집 여기저기에는 그녀가 적어놓은 시들로 가득하다. 현재 한국 시사랑문인협회회원이자 서정시 마을 동인, 시마을 동인인 그녀는 84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시작(詩作)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시인 할머니’라 부른다.
취미 그 이상이었던 시작활동으로 그녀로선 늦은 나이지만 지난 2002년 첫 시집 「여인의 보석으로」와 2004년 「들국화 향기」를 출간했다. 지금은 컴퓨터를 배워 컴퓨터로 작업한다는 장삼구 소설가. 오늘도 글 벗을 만나기 위해 그녀의 ‘조그만 사랑의 오두막’에서 어릴적 쇠공이에 손을 다쳐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컴퓨터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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