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납골당. 전국 각지에 속속 들어서,,, 겉치레보단 합리적인면 고려
죽은 자가 차지하고 있는 묘지 1기의 면적이 산 자의 주택면적보다 3∼4배 크고 묘지가 전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살아서는 주택난에, 죽어서는 묘지난을 겪는 나라. 또한 명절 때마다 성묘 때문에 교통대란을 겪고 있으니,,, 더군다나 우리 나라 전체 묘지중 40%가 연고자 없이 버려진 무연고묘지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근 화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장묘문화의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수의를 다른 곳에서 싸게 살수 있었지만 병원내 수의를 구입하지 않으면 영안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비싸게 구입했어요”
아직도 끼워 팔기 횡포가 만연한 장묘문화. 장례용품 가격표시가 되어 있지만 알아보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고 병원에서 판매하는 수의복, 관 등 장례용품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고가여서 선택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성묘를 가서 봐도 가족묘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부모님 묘지가 지방에 있는데 본인은 찾아가겠지만 자식대에는 찾아볼 것 같지 않아 납골로 모시고 싶다 등등…. 우리 나라 장묘문화의 현재 모습이다.
장례는 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는 매우 경건한 행사이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와 핵가족화는 이런 본질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과시적인 형식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죽은자를 애도하기 위함이 아닌 본인들의 체면과 지위를 위한 겉치레로 전락하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장묘문화
현재 매장식 장묘문화에 있어 묘지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되는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으며 국토 가용 면적의 5% 이상이 이미 묘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매우 심각하다”(49.4%),”다소 심각하다”(38.2%)로 전체의 86.6%가 묘지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묘지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화장식 장묘문화’이다. 지난 99년에는 약 40%가 화장을 한 것으로 조사되어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매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에 보여지는 화장률의 급속한 증가추세로 볼 때 올해는 50%, 2010년에는 6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예전에는 생활형편과 사고사 등에 의한 화장사가 많았으나, 점차 유언에 따른 화장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화장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납골묘의 필요성
화장 장묘문화의 확산에 따라 납골시설의 선진화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국형 가족납골묘로 구성된 공원묘원이 21C형 선진 장묘시설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형 가족납골묘에 대한 전체 인지도는 40.8%로 조사되었다.
납골묘는 매장보다 경제적이며 관리가 편리하고, 청결하며 미관이나 조경상 더 산뜻하고 멋있는 분위기를 낼 수 있으며, 호화분묘로 인한 위화감을 해소할 수 있고, 후손이 묘지관리로 받을 수 있는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고 지원금까지 대출해 주는 장점이 있다.
‘장묘문화개선시민협’ 부산서도 출범
화장 중심의 장묘문화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단체가 만들어진 것도 변화의 증거다.
안상영 부산시장과 권영적 부산시의회 의장, 시민단체 대표 등 23명은 지난해 연말 부산시청 동백홀에서 ‘장묘문화개선 범시민협의회’ 발기인총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앞으로 사단법인화해 선진 장묘문화 현장 시찰과 연구개발 및 대시민 계몽활동을 펼치며, 갖가지 홍보물과 출판물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장묘문화 개선 관련 홈페이지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2004년까지 10만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당과 1만기를 수용할 수 있는 가족납골묘 등 장묘시설 조성에 앞장서고 사회지도층 인사와 시민단체,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화장 유언하기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연예·체육인 화장서약
얼마전 교통사고로 숨진 개그맨 양종철씨의 동료 연예인과 체육인들이 장례문화 개선에 나서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개그맨 임하룡씨, 탁구 전국가대표 현정화씨 등 인기 연예·체육인 17명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 설문동 ‘자유로 청아공원’에서 집단 화장 유언 서약식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작년 말 교통사고로 숨진 개그맨 양종철씨가 화장과 함께 이곳 청아공원에 안치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개그맨 이상운씨가 양씨를 추모하기 위해 청아공원에 연예·체육인 전용 추모실 마련을 제안했고, 공원측이 이를 받아들여 이뤄졌다.
자유로 청아공원은 이곳 납골시설에 앞으로 화장한 연예인을 안치할 수 있도록 ‘연예인방’을 따로 마련해 줄 계획이다.
청아공원 이형웅 팀장은 “유명 연예인들과 체육인들이 화장 문화 개선에 앞장섬으로써 국토를 잠식해 가는 매장 문화를 화장 문화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안동에 장묘문화 ‘바람’
유교의 고장인 경북 안동에서도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다. 안동시는 “작년 9월말까지 안동시민 800여명이 화장을 했다”며”이는 재작년보다 같은 기간에 비해 60%나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안동시에서 10㎞ 떨어진 시립화장장이 시설보수 공사로 작년 5월 한달동안 문을 닫았는데도 이렇게 늘어났다”며 “내년에는 화장을 선택하는 시민이 1천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존의 분묘를 개장해 화장한 경우도 600여건으로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안동시의 화장률은 지난 99년 13.4%에 머물렀으나 올해에는 2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납골묘를 만들겠다고 신청해온 시민들도 작년에는 10명 안팎이었지만 올해에는 50여명을 넘어 설 전망이다. 물론 안동 김씨, 안동 권씨 등 이름높은 문중에서 어떻게 하면 가족납골묘를 조성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 권오종 사회복지과장은 “아직도 전통유교 관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이곳에서도 환경문제를 고려한 시민의식의 변화로 화장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갈수록 묘지 부족과 묘지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화장을 하겠다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구 도심에도 납골당
대구 도심에 납골당이 처음으로 들어선다.
대구시 남구청은 “남구 봉덕동에 자리잡은 대한불교 조계종 관음사에서 신청해온 1천여기 규모의 납골당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고 밝혔다.
남구청 이진현 사회복지과장은 “관음사쪽에서 사무실, 휴게실,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시설 등 법규에 규정된 시설을 갖춘 뒤 신청을 해온면 시설점검을 거쳐 곧 신고필증을 교부해 주겠다”고 했다.
관음사쪽은 “이미 납골당을 완성했으며 신고필증만 받으면 곧바로 문을 열 생각”이고 “불교신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납골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납골당이 들어설 대구시 남구 봉덕동과 대명동 주민들은 최근 1천여명이 서명한 납골당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곳 주민들이 남구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납골당이 세워지면 주차난이 심해지고 땅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남구청측은 “주차난을 덜기 위해 관음사에서 90여평 규모의 주차시설을 마련중이며” “앞으로 납골당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성급한 개선 NO, 국민의식부터
개선해야
우리 나라 장묘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지난 해 모 그룹 회장의 화장유언 실천이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그후 우리 나라의 매장중심 장묘문화로 인한 묘지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서의 화장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뜻있는 사회각계 지도층인사들이 ‘화장유언서약’을 시작으로 화장유언남기기운동이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화장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매장위주의 장묘문화가 생각보다 빨리 개선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 묘지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묘지공간의 부족 ▶묘지로 인한 환경훼손 ▶명절때마다 반복되는 성묘로 인한 교통체증 으로 요약할수 있다.
그렇지만 장묘문화는 관습이나 종교 등 사회·문화적 속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일시에 또는 빠른 기간내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다. 그러므로 시대 변화에 맞춰 건전한 장묘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강력한 화장위주 장묘정책의 추진의지가 선행되어야하며 국민들의 화장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우리 나라의 매장중심 장묘문화를 개혁하는데는 화장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국에 방치되어 있는 1만 여개의 공동묘지만 재개발하여도 묘지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묘지보다 개인묘지를 선호하고, 세계각국에 비해 지나치게 큰 면적의 묘지를 현행 장묘관련 법에서 허용하는 한 (표1), 그리고 다른 나라처럼 시한부 매장제도를 현실에 맞게 채택하지 않는 한, 묘지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최근에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장묘문화 관련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화장찬성률이 60∼70%인데 그런데도 화장장, 납골당 등의 장묘문화시설이 자기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비율은 높게 나타나고 있어 역설적이다.
다른나라의 장묘문화
■일본- 도쿄도 다치가와시 주택가 한복판에 아담한 시설이 하나 있다. 화장시설인 ‘다치가와 성원(聖苑)’이다.
이곳은 대지 761평, 건평 379평의 2층 건물로 1층엔 마지막 고인을 보내는 예식을 할 수 있는 고별실 2개와 화장 뒤 유골을 수습하는 수골(收骨)실이 각각 2개씩 있다. 2층에는 화장을 기다리며 간단한 차나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대합실이 양식(의자형)과 일식(다다미형)으로 각기 2곳 있다. 1층 입구 우산꽂이대, 2층 대합실 로비 미술작품, 대합실 사이 잘 가꾸어진 정원 등 유족과 조문객을 세심히 배려한 흔적이 배어 있다.
다치가와 성원은 1945년부터 다치가와시 단독으로 운영해오다 인근 구니다치, 아키시마시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1985년부터는 아예 이들 세 도시가 공동으로 조합을 형성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시설은 1997년에 착공해 하루 평균 160건의 화장을 한다.
화장장이 시 외곽으로 추방되지 않고 도심 주택가 한복판에 살아남기까지 어려움이 적잖았다. 관건은 환경문제였다. 화장장측은 무연·무취 ·무분진과 다이옥신 처리가 가능한 촉매처리장치 및 자동연소 화로 등 최첨단 시설로 바꿨다.
“화장장의 성공은 한마디로 친환경적 최첨단시설과 ‘화장장광역화’ 때문에 가능했죠” 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이 곳은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의 가족묘가 있는 곳이다. 빗속에서도 단체로 온 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재임중 암살당한 케니디가 얼마나 미국인의 존경을 받는지 한눈에 알수 있다. 법령상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묘지 넓이가 80평인 것과는 달리 ‘케네디가’ 묘지는 20평 정도다.
여기에 부인 재클린을 비롯해 태어나자마자 죽은 그들의 두 자녀와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등이 함께 묻혀 있다. 묘역도 매우 검소하다. 묘비에 이름만 있을 뿐 다른 치장은 없다. 묘역 뒤쪽에 조그만 원통 가스등이 연중 불을 밝힐 뿐이다. 가스료는 정부가 아닌 케네디가에서 부담한다.
참전용사와 그 유가족, 미국의 정치·사회·과학역사에 공헌한 25만여명이 묻혀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엔 연간 400만명 이상의 유족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방문객들은 비석 사이를 거닐면서 미국역사를 느끼고 전쟁영웅을 만나는 것이다.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한국전 영웅들이 대부분 이곳에 묻혀 있다.
우리 나라 수십 배에 이르는 국토와 국민총생산을 자랑하는 미국.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묘지를 통해 신분이나 부를 과시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