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陶藝)의 길, 다들 험난하기 그지없다고들 일컫는다. 태초의 흙(土)과 물(水)이 어우러져 불(火)을 만나고, 여기에 적절한 시간과 마음(心)이 작용하면서 탄생되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힘들지 않은 업종이 없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산인요 이덕규 대표는 전국 및 해외에서 각광받는 금도자기 작가이다.

금도자기 접하다
정형화된 도자기에 금을 입힘으로써 금이 갖는 이미지를 도자기에 옮겨놓은 금도자기는 작품 특성상 대량 제작이 힘들지만 심미성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병행 제작한다. 찻잔 등 다기세트를 기본으로 주전자, 합, 차호, 헌다잔 심지어 머그잔과 와인잔에 이르기까지 전통의 도자기에 금을 입혀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이덕규 대표는 그에게 있어 ‘금’이란 순수의 결정체이자 최고의 의미라고 말한다.
금도자기 작업에 대해 남다른 자긍심을 갖고 있는 이 대표는 30여년 전 학창시절 영국에서 처음 금을 이용한 도자기를 접한 후 금도자기에 매료되어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과정 속에서도 특히 금과 자기를 잘 매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털어놓는 그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경험이 실력을 쌓는 것이라 생각하며 깊이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20여년째 꾸준히 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예전에 금자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낯설어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뿐만 아니라 금의 효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오히려 차별화된 도자기를 찾는 분들이 많다”고 말하며 금을 이용하는 것은 이 대표가 전 과정을 홀로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창작에 대한 정성과 심미성을 담아내고 싶다. 美를 추구하는 것이 예술로 다가가는 본질이기에 기능성만으로 작품성을 덮으려 하면 안된다”
전국에서 몇 되지 않는 인지도 있는 금도자기 작가로 정평이 난 이덕규 대표는 현재 다구류를 주로 제작하고 있다. 하나하나가 작품이기에 만드는 시간도 그 가치만큼 오래 걸린다. 스스로가 만족하지 않은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산인요 작품을 소장하던 한 분이 도자기를 실수로 떨어뜨려 깨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끼고 사랑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잘 알기에 그분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드린 적이 있었다. 똑같은 작품을 다시 제작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마음의 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상하는 이 대표는 대중에게 도자기예술의 작품성을 보다 깊게 알리기 위해서는 나 자신 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대중들 또한 외면하기 마련이다고 전하며 매사에 최고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 다양한 형태로 탄생된 이 대표의 작품들은 김포다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또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컨벤션홀, 북유럽 수교 50주년을 기념 하여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현재 부산 동아대 대학원에서 도자기의 역사성과 개론적인 부분들을 강의하고 있는 이덕규 대표는 도자기만의 역사가 아닌 도자기가 사회 흐름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 인근 나라의 도자기 역사와 국내 역사의 흐름에 대해 함께 강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교육 분야에서 그에게 강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양산한송예술촌 내 ‘산인요’로 작업실을 옮긴 후로는 대다수의 특강을 정중히 사양하며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 발족된 양산도예협회의 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현재 4월 11일 개관한 양산유물박물관 로비에 양산도예협회원들과 함께 각종 작품들을 전시해 두었다. “젊은 후배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고자 아낌없이 조언을 건네며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옳은 그릇을 만드는데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주관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자기 공부에 평생을 투자할 것을 당부한다. 나만의 확고한 색깔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워라”고 당부하는 이 대표는 마음의 여유를 통해 작업에 몰두하면서 그만의 작품세계를 찾기 시작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심어린 충고를 건네고 있다.
앞으로 금도자기뿐만 아니라 더 초월된 도자기 작업에도 비중을 두고 꾸준히 연구해나갈 의사를 내비치는 산인요갤러리 이덕규 대표는 “도자기는 물과 흙, 불이 빚어내는 종합예술이다. 불확실한 재료들로 정형화된 작품 즉 無에서 有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 매력인 도예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많은 대중들이 즐겨, 사회 전체가 도예 작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전한다.
산인요갤러리 문의: 055)381-0758, 38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