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유력주자들 지방선거 앞두고 상대 헐뜯기 바빠
2007년 대선을 1년 7개월여 앞두고 대권주자들의 명암이 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유력 대선주자 ‘빅5’로 분류되는 이명박 서울시장, 고건 전 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야말로 ‘난타 정국’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3ㆍ1절 골프 파문으로 3월 16일 공직에서 물러난 이해찬 총리는 지난 2004년 6월 취임 이후 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특유의 날선 기획력으로 공직사회를 장악, ‘실세총리’로 부상하면서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5선 국회의원, 20년이 넘는 정치활동 중 한 번도 ‘대선주자’란 타이틀을 달아보지 못했던 이 전 총리는 ‘국정2인자’로서 여권내 ‘정동영-김근태-이해찬’ 3강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는 정가의 속언처럼 3ㆍ1절 골프 파문은 불과 보름 만에 그를 자진 사퇴하게 했다. 여권 내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이 전 총리가 비록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당분간 여당에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풀면, 일단 현 상황에선 당권 및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자연스레 탈락됐다는 얘기다.
반면 이 전 총리와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동기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여권내 대선후보 1순위로 올라섰다. “총리 진퇴의 키를 정 의장이 쥐고 흔들었다(?)”는 말이 들릴 정도.
그러나 정 의장의 정치적 무게추도 안정적이지는 않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청와대까지 설득해 선거에 ‘올인’한 정 의장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친노직계의 잠재적 반발도 그를 옥죄고 있다. 비로소 본격적인 대권후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여권내 정치지형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 ‘세월 낚는 강태공’ 고건 전 총리의 제자리 잡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3월 12일 정동영 의장과의 회동에서 연대 제의 및 지방선거 합류를 거부한 그를 두고 여권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른바 구애작전을 펴다 외면 받으면 사랑보다 증오가 깊어지는 것처럼 우리당 초선의원 27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무임승차를 용납할 수 없다”고 공개 비난했다. 최근 송영길 의원의 “혼자 고고한 척 하는 고 총리~” 발언에 이어 2차 직격탄이다. 일각에선 우리당이 고건 전 총리에 대해 미련을 접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권욕에만 집착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과잉반응이 아니냐”는 반론이다.
참여정부 초대 총리가 친정집에서 욕을 먹은 것으로 이번 사태로 고 전 총리를 향한 여권 지지층의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 전 총리측이 고심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박근혜 이명박도 고민 늘어
야권 측의 대선주자중 이명박 시장은 ‘무료 테니스 파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산 실내테니스장 사용료 수천만원을 부담하지 않은 것은 물론 특정인사가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어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 파문 이후 테니스 파문으로 이어질 분위기다. 서울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주말에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사용료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 시장은 뒤늦게 600만원을 납부했지만 청구된 금액 중 2,000만원을 다른 사람이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호재'를 만난 열린우리당은 연일 '이명박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권층의 테니스장 독점 사용을 넘어선 문제"라며 진상조사단을 구성, 위법사실 조사에도 착수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 시장과 2년 동안 테니스를 쳐온 인물이 교통안전시설물 납품업자로 드러났다"면서 "어떤 유착관계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압박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시장의 부적절한 발언들도 뭇매를 맞았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던 시대는 갔다" "미국 덕분에 한국이 OECD에 가입했다" 등의 발언이 거센 비판을 초래한 것이다. 이 밖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 전시회에 이 시장 사진이 걸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의장이 주재한 열린우리당의 최고위원회의는 마치 이명박 시장에 대한 십자포화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김근태 최고위원, 김혁규 최고위원이모두 이명박 시장을 거론하면서 공세를 취하고 나선 것. 먼저 정동영 의장은 지방권력의 부패상을 지적하면서 "서울시 건설위원 14명 가운데 절반인 7명이 건설업자"라면서 지방의원의 유급화가 실현된 만큼 지방의원들의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굴지의 대표적 건설회사 CEO 출신인 이명박 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인 셈.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 시장의 황제테니스 의혹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 의혹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이해찬 전 총리의 3만8천원 골프비 대납과 40만원 내기골프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한 만큼이 시장의 황제테니스 사용료 2천만원을 다른 사람이 대납한 데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 시장의 미국방문 기간동안 보여준 부적절한 언행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김 최고위원은 "우리 젊은 야구선수들이 미국에서 국위를 선양할 때 이 시장은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미국 덕분에 한국이 OECD에 가입했다"는 이명박 시장의 발언은 사실왜곡일 뿐만 아니라 선진국 도약의 토대를 만든 우리 국민의 노력과 땀을 어디까지 갈 지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미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시장 자유화가 위험하며, 결국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권고를 받지는 않았다"면서 "IMF외환위기가 왜 왔는지 이 시장은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혁규 최고위원은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를 지적하면서 서울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김 최고위원은 "서울시에 산재된 각종 도로와 차선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다면서 만일 이명박 시장과 유착관계가 있다면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천만원의 황제테니스 사용료는 사실상 업자의 뇌물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이명박 때리기"에 나선 데는 다목적 포석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은 이해찬 전 총리의 황제골프 파문으로 빚어진 수세국면을 이명박 시장의 황제테니스를 통해 반전시키겠다는 전략에 따른 공격으로 보인다.
더구나 여당 지도부가 2천만원 사용료 대납건을 부각시키면서 업자들과의 부적절한 만남과 이권개입에 따른 유착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아가 검찰수사의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나선 대목은 이해찬 전 총리의 황제골프, 내기골프, 접대골프에 대해 한나라당이 펼쳤던 전방위 공세와 똑같은 모습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파문으로 빚어진 비난여론을 만회하고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여당 지도부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에 황제테니스를 둘러싼 이명박 시장과 업자들의 유착의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선거이슈로 확정한"부패한 지방권력 교체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호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개혁성과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운 강금실 전 장관의 서울시장 선거전에도 플러스 효과를 반영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열린우리당의 ‘이명박 때리기’는 ‘강금실 띄우기’를 위한다목적 포석인 셈.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명박 시장에 대한 흠집내기도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고심도 적지 않다.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최연희 의원의 버티기와 당 안팎의 비난여론이 거센 것. 또 확산일로에 있는 공천잡음도 고민거리중 하나다. 공천심사 과정에서의 금품수수설과 후보간 흑색선전, 투서 등이 횡행하다 못해 이제는 아예 중앙당 차원의 공천원칙에 반발해 서울시 의원들과 일부 출마 희망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난데없이 터져 나온 북한의 ‘박근혜 때리기’도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소속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로 알려진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한나라당 박살내자’라는 제목의 풍자시를 게재, ‘유신의 창녀’ 등의 막말을 동원해 박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래저래 박 대표의 심사가 복잡하다.
한나라, 여당 차기주자 때리기에 몰두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이라는 악몽을 차기 대선에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여권내 잠재적 대권주자 때리기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포스트 노무현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는 것. 한나라당의 표적이 된 인물들은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 등 여권내 공인된 차기 주자보다는 아직까지는 수면 아래 놓여있는 잠재적 대권주자들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천정배 법무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주요 타깃이다. 물론 여권내 개혁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해찬, 천정배, 유시민 등의 정치인들이 명확하게 대권도전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격언대로 5.31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 새판짜기와 개헌 국면을 거친다면 이들 역시 내년 상반기에는 여권의 차기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직 정치인 이해찬, 천정배, 유시민이 대선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를 증명하듯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들 3명은 지지율 자체가 극히 미미하거나 조사대상에서마저 제외될 정도다. 한나라당의 속내, 2002년의 대선 악몽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지난 2월 인사청문회에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3월 이해찬 국무총리와 천정배 법무장관 등 여권내 잠재적 대권주자들에 대해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는 그 밑바닥에는 2002년 대선의 악몽이 깔려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97년 대선 당시 ‘대쪽’이라는 참신한 이미지로 당선을 코앞에 뒀던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과 독자출마, 병역면제 의혹 그리고 DJP연대라는 악재 속에 막판 무릎을 꿇었다. 악몽은 2002년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이회창 후보는 97년 대선 패배 이후 2002년 대선까지 5년 내내 차기 대세론을 구가할 정도로 위세를 누리며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승부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2002년 대선을 9개월을 앞두고 혜성처럼 등장한 무명(?) 정치인 노무현 후보의 돌풍에 밀려 또 한번 눈물을 삼켰다. 이러한 과거의 악몽 탓인지 이해찬 국무총리와 천정배 법무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한 총공세는 마치 제2의 노무현 돌풍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공격 내지 싹 자르기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여옥 의원의 ‘DJ(김대중 전 대통령) 치매’ 발언과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 그리고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의혹 등 자당의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잠재적 후보군에 대해 총공세에 나선 사건은 이러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것.
여권의 공식 대권후보인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의 경우 차기 대권 지지율이 미미한 데다 5.31 지방선거가 참패로 끝날 경우 정치적 입지가 매우 불투명해진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찬, 천정배, 유시민이라는 잠재적 대권후보까지 거세할 수 있다면 차기 대선국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니 유리한 구도를 그릴 수 있다.
포스트 노무현을 잘라라
사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고심해온 한나라당으로서는 2007년 차기 대선의 승리가 절박하다. 또한 차기 대선의 실패는 곧 당의 공중분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다행히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차기 주자들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여권 후보들을 앞선다. 남은 두려움은 2002년의 경우처럼 예상 밖의 후보가 등장, 대선 구도 자체를 흔드는 경우다.
여권 안팎에서 차기 하마평에 오른 이해찬 국무총리와 천정배, 유시민 장관을 향한 정치적 대공세는 한나라당의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다. 한나라당의 우려는 한마디로 포스트 노무현의 싹을 그 밑둥부터 잘라내야 한다는 것.
한나라당은 우선 3.1절 골프파문이 이해찬 총리의 사퇴로 일단락됐지만 공세의 고삐는 늦추지 않고 있다.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국정조사와 특검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법사위, 정무위, 교육위, 재경위 소속 의원들로 구성한 당 차원의 ‘이해찬 골프게이트 진상조사단’ 활동과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일부 범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총리직 사퇴와 관계없이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성추행 여성재소자 사망사건과 관련, 천정배 법무장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천 장관이 우리당 소속인 점을 감안해 5.31 지방선거의 불공정한 관리 업무를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잠재적 대선주자 견제용이라는 점도 무시못할 요소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6일 “구치소 안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 그 피해자가 숨졌는데도 장관이 물러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자발적 사퇴를 촉구하고 “천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2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부으며 국무위원 역할을 수행할 만한 자질과 능력, 도덕성 면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인사청문회를 통해 유시민 내정자에 대한 △국민연금 미납 및 축소신고 △소득세 탈루 △적십자 회비 미납 △성공회대 교수 임용시 허위 학력 기재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퇴를 촉구했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업무 특성상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돌출 악재가 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향후 책임론을 제기하며 유시민 장관에 대한 직간접적인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